HiFi ROSE RS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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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Fi ROSE RS151
  • 코난
  • 승인 2025.01.08 17:09
  • 2025년 01월호 (6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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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 로즈가 건넨 차세대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표준

하이파이 로즈(HiFi ROSE)가 현대의 음악 소스기기, 즉 가장 진화한 음악 플레이어인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디자인할 때 가장 핵심적으로 고려한 것은 아마도 음악의 시각 정보 구현이었을 것이다. 우선 하이파이 로즈의 네트워크 플레이어에서 음악을 재생하면 멋진 커버 플로우가 전면 디스플레이 전체를 아름답게 물들인다. 다시 기억 저편에서 꺼낸 커버 아트워크는 음악에 대한 몰입도 및 재미를 몇 배고 증폭해낸다. 바야흐로 모든 텍스트와 정보가 시각화되어 창작되고 공유되며 전파되는 시절 아닌가.

얼마 전 다녀온 힙노시스의 커버 아트 전시회에선 시각 정보가 음악 정보를 불러오는 경험을 선사했다. 거기서 본 핑크 플로이드의 ‘Shine On You Crazy Diamond’를 재생하면 스턴트맨을 섭외해 촬영한 불타는 사람의 아트워크가 전면 디스플레이 창을 채우며 앨범이 전하는 메시지를 더욱 강력하게 전해준다. 레드 제플린의 <Houses Of The Holy> 앨범을 틀면 아서 클라크의 소설 ‘유년기의 끝’을 상상하게 만들며 지구를 떠나 무언가 알 수 없는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아이들과 함께 음악 속으로 강력하게 빨려 들어가게 된다. 모든 하이파이 로즈 제품군은 이렇게 커버 아트워크와 음악을 자동으로 동기화시키면서 음악의 기억 속 서랍을 계속해서 열어젖히며, 음악 감상의 즐거움을 추동했다. 더 나아가 유튜브는 바로 그 핵심에 있었다.

하이파이 로즈는 다시 엔진을 가동했다. 네트워크 플레이어 부문에서 RS150 이후 RS130이라는 순수 네트워크 렌더러 및 RD160 DAC를 출시하면서, 전용 하이엔드 소스기기에 도전했던 경험이 바탕이 되었으리라. 이런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RS150의 후속기라고 할 수 있는 RS151을 출시했다. 우선 제품을 설치해놓고 보니 하이파이 로즈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넓은 디스플레이 창이 드러난다. 기존에 HD 급이었다면, 이번엔 FHD(1920×382) 그레이드로 업그레이드되었고, 그 크기도 15.4인치로 소폭 증가했다. 풀 사이즈 광시야각 LCD 디스플레이 창에선 여러 메뉴 화면이나 커버 플로우, 영상 등을 더욱 선명하게 표시해 주었다.

후면으로 시선을 옮기면 다양한 입/출력단이 존재한다. 입력단은 USB부터 광, 동축, AES/EBU는 물론이며, HDMI eARC 입력단도 새로 생겼다. 아날로그 입력은 RCA 입력을 지원한다. 출력단 또한 광, 동축, AES/EBU 및 I2S(HDMI) 출력단을 지원하며, 아날로그 출력은 RCA는 물론이고, XLR 출력도 지원하고 있다. 이 외에 유선 LAN 입력 외에 와이파이 및 블루투스(Ver5.4, aptX)를 지원하는 등 여러 면에서 일신한 모습이다. 특히 퀄컴 QCC3083 칩셋을 통한 블루투스 버전 업그레이드 및 동축, AES/EBU에서의 PCM 24비트/384kHz, DSD128 대응 등이 눈에 띄는 업그레이드다. 더불어 트리거 입/출력을 통해 외부 오디오 기기와 전원 연동도 가능해졌다.

RS151은 일종의 음악 재생 전용으로 개발된 고성능 컴퓨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RS151 버전은 기존의 4코어에서 8코어 RK3588 CPU를 채용해 정보 처리 능력을 대폭 향상시키면서, 대용량의 고해상도 음원 및 4K 영상 등에 대한 처리 속도를 높였으며, 미디어 라이브러리 용량도 백만 곡 정도로 기존 대비 세 배 커졌다. 안드로이드 12 OS 탑재, DRAM은 8GB, eMMC는 32GB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작동 속도부터 기존 버전을 능가하는 모습이다.

음원 처리 과정에서도 대폭 수정·업그레이드가 있다. 우선 RD160에서 선보였던 전용 모듈 디지털 프로세싱 코어 ROSE DPC를 탑재했다. 이는 USB, S/PDIF 등 다양한 경로로 입력되는 디지털 신호를 디코딩한 이후 고정밀 Femto 클록을 통해 디지털 도메인에서 시간축 정렬, 동기화시키는 회로를 핵심으로 한다.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 잡다한 기능을 담당하는 회로와 음악 재생에 사용되는 회로를 분리해 신호 간섭 및 왜곡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설계다. 여기에 더해 DAC 칩셋은 ESS 테크놀로지의 ES9039PRO를 선택했다. 기존 ES9038PRO 또한 매우 우수한 레퍼런스급 칩셋이지만, 신형 플래그십 칩셋 ES9039PRO는 타이밍, 지터, 상호 간섭, 왜곡 측면에서 상당 부문 업그레이드된 칩셋이다. 당연히 음질 부문에서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사실 아무리 뛰어난 디지털 프로세싱 회로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날로그로 변환된 신호를 이후 출력단까지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화룡점정이 된다. 대체로 최신 중·저가 소스기기들의 경우 홍보 자료에서 이 부분을 쏙 빼놓고 이야기하는데, 말하지 않아도 부실한 경우가 대다수다. 하이파이 로즈 RS151은 이 부분에서 단독 DAC RD160을 개발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아낌없이 투입하고 있다. 우선 I/V 변환 회로에 고정밀 MELF 저항, WIMA 필름 커패시터 등 고품질 소자를 투입한 모습이 눈에 띈다. S/N비가 향상되고, 왜곡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ROSE NRA, 즉 ‘Noise Reduction Analog’ 필터를 개발해 적용했다. 최종 아날로그 출력단까지 왜곡 없이 선형적인 주파수 특성을 얻어내기 위한 방편이다. 실제로 하이파이 로즈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대단히 선형적이며 평탄한 주파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단일 접지 설계를 통해 그라운드 루프 현상을 최소화하는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 전력을 다한 모습이다.

매칭 제품은 일단 프리앰프의 경우 클라세 CP-800 MK2, 파워 앰프는 패스 랩스 XA60.5 모노블록을 사용했다. 한편 스피커는 락포트 테크놀로지스의 에이트리아 등이다. RS151을 처음 켜고, 이리저리 앱으로 조작해보면 우선 작동 속도가 빨라졌다. 확실히 UI 환경이 RS150 출시 당시에 비해 상당히 쾌적해졌다. 일주일 동안 사용하면서 들어본 음악은 상당히 많아 단 몇 곡으로 요약하긴 힘들었지만 대표적인 레퍼런스 곡들을 통해 최대한 간결하게 표현해 보았다.

에밀리 클레어 발로우의 ‘The Very Thought Of You’(16/44.1, FLAC). 일단 전체적인 대역폭 자체가 상당히 넓어진 인상이다. 안 나오던 대역이 추가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저역 부분이 더 명료하게 들리고, 고역의 끝단이 더 살아 꿈틀거리는 인상이다. 특히 보컬이나 피아노 또는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 및 관악 파트 모두 치고 올라가는 고역의 기세가 더 선형적이다. 기본적으로 전체적인 주파수 특성 자체가 평탄해지면서 저역의 급격한 감쇄나 고역의 빠른 롤오프가 상당 부분 사라진 것으로 추측된다. 덕분에 특히 중·고역이 탁 트여 있고, 포커싱이 또렷하다. 이는 음악 감상 시 왜소하게 물러나지 않고, 또렷한 포커싱으로 호소력이 짙어진 현상으로 드러난다.

장사익의 ‘찔레꽃’(32/192, WAV). 청감상 S/N비 또한 스펙을 증명이나 하려는 듯 상당히 올라왔다. 물론 녹음 자체가 뛰어난 곡들에서 이런 현상은 매우 잘 드러나는 편인데 반대로 기저 잡음이 어느 정도 깔리는 오래된 녹음에서도 두드러지는 S/N비 향상이 증명된다. 덕분에 아주 작은 소리의 음표들도 면밀하게 추적해 수면 위로 올려놓는다. 이젠 구형이 된 RS150 당시와 비교하면, RS150이 상당히 중립적이고 평탄한 특성 덕분에 취향을 타지 않는 범용성이 특징이었다면, RS151에선 자신의 특성을 더욱 강하게 어필한다. 보편성과 특수성 사이에서 이젠 한 단계 올라선, 독특한 사운드 캐릭터를 가져가고 있다.

다프트 펑크의 ‘Doin' It Right’ (24/88.2, FLAC). 이러한 사운드 캐릭터의 중심엔 Femto 클록 및 NRA 같은 기술의 이식이 있다고 보인다. 이른바 전체적인 다이내믹스 부분 또한 크다. 전면 LCD 창을 보면 kbps가 표기되는데, 마스터 음원 수준의 24비트 음원을 재생해보면 아주 작은 음표부터 아주 큰 소리까지 매우 섬세한 격차를 두고 상당히 증가한 다이내믹스 폭을 보여준다. 하지만 다이내믹 헤드룸이 충분해 쥐어짜는 소리는 아니며, 되레 넉넉한 다이내믹 폭 안에서 충분히 커다란 다이내믹 콘트라스트 표현력을 갖추고 있다. RS150 시절이 모나지 않고, 약간은 평범해 보이는 모범생이라면, RS151은 캐릭터가 강해지면서 동시에 섬세해졌다. 이 덕분인지 종종 고급스러운 하이엔드 디지털 소스기기의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안드리스 넬슨스/BSO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 2악장(24/96, FLAC). 잘 만든 디지털 소스기기, 즉 하이엔드 디지털 기기일수록 음원의 민낯을 더욱 치밀하게 추적해 발가벗겨준다. RS151도 그렇다. 매우 깔끔한 현대적 고해상도 녹음은 그 녹음을 더욱 현장감 넘치게 실체를 투영해 내지만, 반대로 오래된 녹음은 그 당시 녹음의 텁텁한 맛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특히 대편성 구성의 녹음에선 각 악기의 분리도가 상당히 높고 무대 전·후 레이어링도 겹겹이 표현해낸다. 기본적으로 고정밀 클록으로 인해 시간축, 위상 오차가 극단적으로 낮아진 영향이 지대해 보인다. 기존보다 더 화려하고, 더 입체적인 무대 표현력은 이번 RS151의 가장 큰 덕목 중 하나일 것이다.

필자는 RD160에서 마치 껍질을 깨고 나오는 듯한 하이파이 로즈의 가능성을 보았다. 그리고 RS151은 RD160의 일부 핵심 설계를 이식받으면서 일취월장한 모습이다. RS151보다 더 나은 소리를 내주는 하이엔드 기기는 많다. 하지만 이 가격대에서 이 정도 수준의 기능과 음질에 더해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새삼 일깨워주는 기기는 절대 흔치 않다. RS151은 파편화된 디지털 음원 재생 트렌드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차세대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표준으로 기능할 것이 분명하다. 


가격 490만원   
디스플레이 15.4인치(터치 지원)   
디지털 입력 AES/EBU×1, Optical×1, Coaxial×1, USB B×1, USB A(3.0)×2, Ethernet×1
디지털 출력 AES/EBU×1, Optical×1, Coaxial×1, HDMI I2S×1
HDMI 입/출력 1/1(4K UHD/60Hz, eARC)   
아날로그 입력 RCA×1   
아날로그 출력 RCA×1, XLR×1 
DAC ESS ES9039Pro   
주파수 응답 20Hz-75kHz(±0.5dB)   
출력 레벨 4.5V(RCA), 9V(XLR) 
S/N비 124dB(RCA), 131dB(XLR)   
THD+N 0.0003%(RCA), 0.0002%(XLR) 
다이내믹 레인지 150dB(최대, CCITT 필터)   
크로스토크 -143dB(20Hz-20kHz)  
블루투스 지원(Ver5.4, aptX) 
네트워크 지원   
전용 어플리케이션 지원   
에어플레이/룬 레디/스포티파이 커넥트 지원 
크기(WHD) 43×12.5×31.9cm   
무게 11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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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5년 01월호 - 6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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