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헤드폰계에서 고유 명사이자 독특함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다. 1953년에 창립자 조셉 그라도가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집 부엌 테이블에서 손으로 카트리지를 만들면서 시작되었고, 1991년부터 헤드폰을 만들었으며, 지금도 창립자와 그의 조카, 그리고 조카의 아들들로 대를 이어 가족 구성원이 뉴욕 브루클린의 과일 가게였던 그 겸손한 사무실에서 수작업을 통해 제품을 만들며 운영되고 있는, 고고하게 오랜 시간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지켜 온 역사와 전통을 중시한 브랜드 그라도(Grado). 최근 이곳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변화의 시작은 GW100 블루투스 헤드폰과 GT220 블루투스 이어폰이었다. 그들이 이런 것을 만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들만의 방식으로 이 분야에 발을 들였고, 꽤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그중 GW100은 세계 최초의 오픈형 블루투스 헤드폰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고, 이후 다른 헤드폰들과 마찬가지로 x 버전으로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며 내용이 업그레이드되었다.
이렇게 GW100x가 되면서 외부적으로 달라진 것은 우선 충전 단자가 드디어 USB 마이크로 B 단자에서 요즘 주로 쓰는 C 단자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헤드폰 하우징에 쓰인 브랜드명과 모델명 정도가 달라진 정도로 외모 면에서는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내부는 많이 변경되었다. 가장 큰 변경은 x 버전을 탄생시킨 4세대 유닛으로 교체되었다는 점이다. 이 4세대 유닛은 44mm 사양의 드라이버인데, 더 강력해진 자기 회로, 질량이 감소된 보이스 코일, 재구성된 다이어프램까지 모든 것이 새로워졌다. 이를 통해 효율성이 향상되고 왜곡이 줄어들었으며 음악의 화성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에 맞춰 하우징도 재설계되었다. 블루투스는 5.0에서 5.2 버전으로 상승했고, aptX 코덱에서 aptX Adaptive 코덱으로 지원하는 코덱의 수준도 높였다. 배터리 시간도 40시간에서 대략 46시간으로 구동 타임을 좀더 늘렸다.
GW100x는 오픈형 블루투스 헤드폰이지만 새로운 디자인의 하우징과 내부 구조를 통해 외부로 소리가 나가는 것을 최대 60%까지 현저히 줄인 것이 특징이며, 하우징 디자인은 물론 헤드 밴드와 헤드 밴드 조절 부분도 새롭게 디자인되어 색다른 그라도의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이 헤드폰에는 마이크가 내장되어 있어 통화도 가능하고, 음성 제어, 음성 지원, 터치 컨트롤 기능을 갖췄고, 3.5mm 스테레오 잭 유선 연결도 지원한다. 또한 GW100과 마찬가지로 WS 쿠션이 적용되었는데, S 쿠션처럼 특유의 말캉거리는 느낌이며 착용감도 제법 좋은 편이다.
그라도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GW100x 블루투스 헤드폰은 사운드 면에서도 인상적이다. 그라도 특유의 매력은 느껴지면서도 범용적인 스타일의 올라운드형에 가까워진 모습이다. 특히 이전 GW100의 중·저음에 장점이 있는 스타일에서 대역 밸런스가 좀더 좋아진 스타일로 달라졌고, 중·저음이 퀄러티 높게 정돈되고, 해상력 높은 고음을 들려주며 다이내믹과 스피드를 가진 힘 있는 저역을 선보임과 동시에 오픈형 헤드폰 특유의 넓은 무대감도 멋지게 구현해냈다.
오랜 전통의 헤드폰 맛집 그라도에서 무선의 블루투스 헤드폰으로 등장시킨 GW100x는 그라도 헤드폰에 대해 잘 모르는 신입이나 그라도를 다년간 경험한 베테랑 모두에게 잘 어울리는 제품이다. 신입에게는 진입 장벽을 낮춰 그라도에 빠지게 만들고, 베테랑은 불편하게 유선으로만 듣던 것을 가볍게 즐길 수 있게 해 주었다. 솔직하게 역사와 전통을 무시하고 다 바꿔 기존 그라도와는 완전히 다른 밀폐형 헤드폰으로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라도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 점이 다른 헤드폰 제조사와는 다른 그라도만의 매력 아니겠는가. 오늘도 그라도에게 박수를 보낸다.
가격 54만2천원
구성 오픈형
블루투스 지원(Ver5.2/aptX Adaptive, AAC)
주파수 응답 20Hz-20kHz
감도 99.8dB
임피던스 38Ω
구동 시간 대략 46시간
배터리 용량 850mA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