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닉 프리앰프, 생생하고 깨끗한 음의 미학

필자가 들어본 프리앰프 중에서 올닉 L-10000 시그니처(Signature) OTL/OCL은 무조건 톱5에 들어간다. 진공관 프리앰프를 OTL/OCL로 설계하면 이런 소리가 나오는구나, 몇 번이나 감탄했다. 시그니처 버전이 되면서 초단관과 드라이브관, 전원부 설계를 싹 바꿨는데, 이것이 결정적 신의 한수가 됐다. 일반 버전에 비해 소리의 싱싱함이나 에너지 레벨, S/N비가 더 좋아졌다.

L-10000 시그니처 OTL/OCL은 진공관 앰프이지만 출력 트랜스를 쓰지 않고(OTL), 음질에 안 좋은 커패시터를 신호 경로에서 없앴다(OCL). 출력관 300B가 채널당 2개씩(SEPP), 초단관 ECF802가 채널당 1개씩, 드라이브 및 위상 반전관 6211이 채널당 1개씩 투입됐다. 올닉 박강수 대표에 따르면 좀더 우아한 소리를 내기 위해 미국관에서 유럽관으로 바꾼 결과물이 바로 ECF802와 6211의 채택이다. 일반 버전에서는 각각 6AN8과 12AU7을 쓴다.

전원부 설계에도 큰 신경을 썼다. 진공관 히터 전압부터 플레이트 B 전압까지 모두 완벽한 듀얼 모노로 설계, 채널 간섭을 뜻하는 크로스토크를 거의 제로 수준으로 줄인 것. 박강수 대표는 ‘듀얼 모노 전원부 구성으로 크로스토크를 -40dB에서 -80dB로 대폭 줄였고, 스테레오 앰프의 천형이라 할 그라운드 루프까지 없앴다’고 말했다. 리플 제거용 초크 트랜스까지 플러스(+), 마이너스(-) 양 전원 초크 트랜스로 설계, 노이즈를 더욱 완벽히 제거했다.

L-10000 시그니처 OTL/OCL을 평소 쓰던 솔리드 프리앰프 대신 투입하니 다부지면서도 섬세한 음으로 바뀐다. 특히 스피커에서 음이 더 술술 나온다는 인상. OTL/OCL 앰프답게 투명한 무대 앞과 선명한 윤곽선도 두드러진다. 일반 버전에 비하면 목관에서 더욱 개운한 맛이 느껴진다. 다이애나 크롤의 ‘No Moon At All’은 보컬의 호흡이나 목소리 떨림 등의 디테일이 더 잘 살아나고, 소니 롤린스의 ‘St. Thomas’는 드럼이 필자 앞에 나타나 연주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프리앰프 교체를 통해 생생하고 깨끗한 음을 맛보고 싶은 애호가 분들에게 추천 드린다.

가격 3,300만원 사용 진공관 300B×4, ECF802×2, 6211(E80CC)×2 아날로그 입력 RCA×2, XLR×3 아날로그 출력 RCA×2, XLR×1 주파수 범위 5Hz-100kHz 최대 출력 20V S/N비 -100dB THD 0.03% 이하 전압 게인 +18dB 입력 임피던스 10㏀ 출력 임피던스 200Ω 크기(WHD) 43×28×45cm 무게 23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