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 ROSE RD160
상태바
HiFi ROSE RD160
  • 코난
  • 승인 2024.09.05 15:04
  • 2024년 09월호 (626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이파이 로즈, 디지털 생태계의 완생으로 거듭나다

아마도 하이파이 로즈(HiFi ROSE)에서 가장 최근 출시한 RS130은 국내 오디오파일은 물론 이미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하이파이 로즈에게 일종의 사건이었을 것이다. 하이파이 오디오 시장에 진입하긴 했지만, RS130 이전엔 여전히 극도로 진지한 하이엔드 오디오 마니아 시장에의 진입은 미완이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플레이어, 정확히 말해 네트워크 렌더러나 서버를 별도로 운영하고 단독 DAC를 따로 세팅하는 마니아들에게는 RS150B마저도 성에 차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RS130이라는 독립적인 네트워크 트랜스포트는 하이엔드 오디오 마니아의 레이더에도 포착되면서 하이파이 로즈의 2막 1장을 예고했다.

DAC 내장 네트워크 플레이어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트랜스포트를 분리해 출시했다면 제 짝 DAC를 내놓는 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리고 DAC를 기획하고 있다는 소문의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 지 얼마나 지나서였을까, 결국 얼마 전 나의 손에 RD160이 들어왔다. 필자 또한 네트워크 트랜스포트 역할을 하는 렌더러와 DAC를 별도로 분리 운영하는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이미 기존에 몇몇 모델을 대여하고 구입해 사용해보기도 했지만 오래 사용하지 못했던 것은 결국 분리형에서야 나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품명은 심플하게 RD160. 과연 어떤 설계와 성능, 음질을 보여줄지 기대를 품고 테스트에 들어갔다.

우선 제품을 박스에서 꺼내면 알루미늄을 절삭해 만든 묵직한 섀시가 눈에 들어온다. 전면은 뭔가 복잡해 보이면서도 간결하다. 좌측에 입력, 샘플링 레이트, 필터 및 디밍, 클록, 뮤트, 디스플레이 모드 등 조정 버튼이 늘어서 있고 우측에 둥근 노브가 마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볼륨 조정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전원을 켜자 중앙에 미지의 공간이 다름 아닌 디스플레이 창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일반적인 디스플레이 창이 아니라 전면 패널에 은은하게 비치게 만든 것으로 마치 전면 스크린에 빔 프로젝터로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띄운 듯한 느낌이다. 여기에 다양한 정보가 모두 큼직하게 표기된다.

후면으로 가면 다양한 입·출력 단자를 확인할 수 있다. 일단 B 타입 USB 2.0 입력단부터 동축은 RCA와 BNC, 두 조를 마련해놓았다. 옵티컬 광 입력, AES/EBU 등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디지털 입력을 모두 지원한다. 하지만 특별한 건 USB SFP, 그리고 HDMI I2S 입력단이다. 많은 기기에서 채용하고 있진 않지만 잘 활용하면 고음질을 얻을 수 있는 전송 방식이다. 마침 동사의 RS130을 사용 중이라면 USB SFP로 연결이 가능하므로 순정 조합의 시너지를 노려볼 만하다. 더불어 외장 클록을 사용한다면 RD160에 연결해 고정밀 클록으로 동기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RD160에도 OCXO라는 매우 뛰어난 클록이 내장되어 있기도 하다. 클록 입력은 75Ω 및 50Ω, 공히 10MHz를 공수 받을 수 있다. 한편 아날로그 출력은 RCA 및 XLR 각 한 조를 마련해놓았다.

하이파이 로즈는 RD160의 입력단부터 출력단까지 신호의 흐름, 변환 과정을 DPC, CIM, NRA 등이라는 다소 생소한, 암호 같은 언어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설계를 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일단 DPC는 ‘Digital Processing Core’의 준말로서, 한마디로 입력 신호 처리에 관한 RD160의 독자적인 프로세싱 방식을 의미한다. 입력 신호를 내부 혹은 외부 클록에 정확히 동기화해 일단 I2S 신호로 정렬해준다. 필요에 따라 업샘플링, 필터 기능도 이 코어에서 처리한다. 참고로 RD160은 NOS, To PCM, To DSD, ALL 등 여러 업샘플링을 지원한다. PCM은 최대 32비트/768kHz, DSD는 DSD512까지 업컨버전이 가능하다. 이 외에 PCM에 관해 여섯 가지 필터를 마련해놓고 있으므로, 음악 장르 또는 취향에 따라 선택해 듣는 재미도 있다.

CIM(Completely Isolated & Moduled)이라고 명명한 DAC 모듈은 다름 아닌 D/A 변환에 최적화되어 있다. 이전 단계인 입력 프로세스는 물론 GUI 등 D/A 변환에 조금이라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을 회로에서 분리시키고 CIM 아키텍처를 통해서는 순수 D/A 변환만 이뤄지도록 신경 쓴 모습이다. CIM 아키텍처의 기반은 AKM의 레퍼런스 칩셋인 AK4191 및 AK4499EX다. 두 개를 쌍으로 사용하게 제작된 이 칩셋은 디지털 필터링, 델타 시그마 변조 및 본격적인 D/A 변환을 서로 나누어 담당함으로써 성능을 극대화한 칩셋이다.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된 후엔 출력단으로 넘어간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 가격대 제품이라면 모두 회로를 풀 디스크리트 방식으로 풀어 풀 밸런스 설계를 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RD160은 풀 밸런스 회로는 맞지만 OP 앰프를 사용한다. 여타 하이파이 로즈에서도 종종 사용한 고품질 뮤즈 OP 앰프로서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최종 선택된 소자와 설계라고 한다.

한편 아날로그 출력단엔 NRA(Noise Reduction Analog)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초 저역에서 초 고역까지 굉장히 평탄한 주파수 특성을 만들어내기 위한 일종의 필터로서 아날로그 출력단에서 비선형적인 오류를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설계 의도가 엿보인다.

위에 설명한 모든 회로가 일종의 브레인이라면 전원부는 모든 액티브 컴포넌트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다. RD160의 전원부는 해외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의 그것을 떠올린다. 우선 세 개의 토로이달 트랜스포머가 눈에 띄는데, 디지털 부문 및 출력단 등에 별도의 전원을 독립적으로 인가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부문의 상호 간섭 및 채널 간 크로스토크를 최소화하려는 설계는 이론적으로 음질에 커다란 긍정 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RD160 테스트엔 필자가 운영하는 전용 시청실에서 사용 중인 레퍼런스 시스템을 동원했다. 우선 네트워크 플레이어로 오렌더 A1000을 사용해 동축으로 연결했다. 이후 클라세 델타 프리앰프에 XLR 아날로그 출력으로 신호를 뽑은 후 패스 XA60.5 파워 앰프로 연결해 최종 증폭하는 셋업이다. 마지막으로 스피커는 락포트 테크놀로지스 에이트리아를 활용했음을 밝힌다. 커다란 공간을 역동적으로 메우는 매크로 다이내믹 위주의 소리보단 음악에 집중하기 좋은 미세한 질감과 음악적 앰비언스를 목표로 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RD160이 시스템에 들어왔을 때 변화를 감지하기는 상당히 수월했다고 자평하고 싶다.

우선 다이애나 크롤의 ‘A Case of You’. 다이애나 크롤의 보컬이 스피커 사이 중앙에서 홀연히 훅 밀고 나온다. 음상이 크고 묵직하게 느껴지는데 그만큼 에너지가 높고 무게감이 실려 있는 사운드다. 단, 기본적으로 하위 입문 모델의 얕은 심도나 옅은 밀도감으로 흩날리는 소리는 아니다. 되레 건반도 크고 시원한 타건을 보여주어 군더더기 없이 볼륨감 넘치게 표현해준다. 당연히 대역 밸런스도 충분히 평탄한 특성을 지녔다. 번인이 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도 말쑥한 소리가 쉽게 흘러나온다.

제프 카스텔루치의 ‘Big Bad John’. 마치 스피커가 커다란 대구경 우퍼를 단 듯 규모가 큰 스테이지를 형성한다. 게다가 스피커로 치면 최근 출시되는 하이엔드 스피커의 단단하고 예리한 사운드보단 과거 JBL 시대의 그것처럼 웅장하고 넓은 품에 안기는 듯한 안정감을 겸비하고 있다. 낮은 감도에서 짜내는 텐션보단 고감도 스피커에서 낭랑하게, 술술 편안하게 흘러나오는 사운드를 닮았다. 어느 정도 피드백을 사용하는 클래스AB 앰프가 생각나는데 탁하지 않은 소릿결을 가지고 있다. 고로 디지털의 차갑고 다소 냉랭한 톤은 어쨌든 피해 간 모습이다.

제프 백의 ‘Scatterbrain’. 어택이 빠르고 서스테인도 짧아 순발력 있다. 하지만 두루뭉술 넘어가지 않고 리듬 마디마디마다 명징하게 짚고 넘어간다. 묵직한 일렉 베이스와 드럼이 직조해내는 급격한 리듬 변화 속에서도 엉키거나 뭉개지지 않는다. 모든 음악을 너무나 수월하게 큰 다이내믹 스케일로 그려내는 모습이다. 여성적인 섬세함보단 남성적인 역동성, 무게감이 느껴지는 사운드다. 록이나 팝, 재즈 음악에서 특히 이러한 매력이 십분 느껴진다. 오래 들어도 피곤하거나 질리지 않는 사운드로 폭넓은 대중에게 어필될 가능성이 높다.

아르네 돔네러스의 ‘Sometimes I Feel Like A Motherless Child’. 업샘플링 기능에 있어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데, 과연 효용성이 어느 정도일까? 일단 PCM 705.6kHz로 업샘플링하면 예상했던 대로 더 곱고 성긴 부분들이 메워지는 모습을 보인다. 따라서 표면 보풀이 정돈되고 밀도감이 더 높아진 모습. 마치 마스터링을 한 번 더 거치며 깔끔해진 모습이다. 업샘플링을 하지 않은 음원과 비교해보면 이전 사운드는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의 느낌으로서 서로 대비된다.

크리스티안 짐머만 연주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번, 1악장. 요즘엔 사실 DSD 음원을 들을 일이 많지 않다. 음원으로 듣느니 SACD 원본을 사서 듣는다. 음원 관리도 번잡스럽고 DSD 포맷 자체의 단점도 잘 알고 있기 때문. 혹시나 해서 DSD 업컨버전을 실행하니 결이 한결 더 곱고 모든 음이 응축되어 단단하게 표현된다. PCM 업샘플링과 또 다른 면모로 변신하는데, 매칭에 따라 호불호는 갈릴 수 있으나 분명 누군가에겐 매력적으로 들릴 수 있다. 특히 EMM 랩스, 마이트너 계열 소리를 좋아한다면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RD160 본연의 사운드 특성이 완전히 바뀌는 것은 절대 아니다.

5년 전 처음 만났을 당시를 기억하면 하이파이 로즈의 성장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만든다. 이미 네트워크 렌더러와 DAC가 공존하는 네트워크 플레이어로서 커다란 성공을 이룬 그들은 이제 마지막 봉우리에 오르려 하고 있다. RS130에 이은 단독 DAC RD160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설계 측면에서 입력단 및 DSP, 그리고 DAC와 아날로그 출력단, 심지어 전원부까지 상호 간섭을 줄이고 각 부문에 집중한 모습이 돋보인다. 출력단을 풀 디스크리트 형식이 아닌 OP 앰프를 적용한 것 외엔 거의 모든 부분에서 비껴가지 않고 정공법을 추구하고 있는 모습도 반갑다. 한편 추가적인 착색이나 고유의 음악적 주장을 고집하지 않고 뛰어난 측정치를 위한 올바른 노이즈 제거 및 진동 억제 방식도 칭찬할 만하다. 빼어난 디자인 및 여러 필터, 업샘플링은 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일 하이파이 로즈 RS150 시리즈를 사용하고 있다면 드라마틱한 업그레이드가 될 것이며 RS130 사용자에겐 순정 매칭의 시너지를 기대해 봐도 될 듯하다. 하이파이 로즈는 RD160으로 드디어 완생의 경지로 진입했다. 


가격 590만원

 

626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24년 09월호 - 626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