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의 마스터 사운드(Master Sound)가 내놓는 진공관 앰프들은 꽤나 다양하지만, 실상은 거의 동일한 플랫폼 하나 위에 3가지 종류의 출력관이 사용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지난 90년부터 30여 년 동안 쌓아올린 이 진공관 앰프 회사의 명성은 300B 앰프와 845 앰프, 이 두 가지로 귀결된다. 제품군은 인티앰프와 분리형 앰프로 나뉘어 있지만, 각 군의 앰프들도 300B와 845로 설계된 제품들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지난 몇 년 사이에 새롭게 추가된 진공관이 있으니, 바로 KT150이 새로운 일원이다. KT150은 6550과 KT88로 이어지는 계보의 텅솔 계열의 진공관으로, 진공관 치고는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최신예 진공관(?)에 속한다. 진공관 전성 시대의 고전관들과 달리 대출력이 가능한 높은 출력이 가능하다는 장점과 함께 같은 KT 계열 관들 중에서 가장 예쁜 디자인의 튜브 형태를 자랑한다.

마스터 사운드는 이 현대적인 관을 자신들의 앰프 라인에 새로 투입했지만, 다른 진공관 앰프 업체들처럼 100W 이상의 고출력 앰프가 아니라, 마스터 사운드의 전매특허와 같은 퓨어 클래스A 모드로 KT150을 상차림에 올렸다. 마스터 사운드가 마주한 KT150의 첫 작품은 지난해 발매된 제미니였다. 채널당 2개의 KT150 관을 사용하고, 채널당 49W, 트라이오드 모드 시 25W 출력을 만들어낸 제품이다. 전통적인 퓨어 클래스A 구성으로 비교적 낮은 출력이지만, 음의 순수함과 미음을 자랑하는 사운드, 그리고 진득한 음질까지 음색의 미학을 보여주는 설계를 보여주었다. 그렇게 시작된 마스터 사운드의 제미니는 자사 인티앰프 라인업의 최상위인 에볼루션 845 뒤를 잇는 서열 2위의 인티앰프로서, Evo 300B보다도 한 단계 위에 해당하는 하이엔드 진공관 인티앰프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1년여 만에 제미니를 그대로 다운사이징한 주니어가 등장하게 되었는데, 바로 이번 리뷰 모델인 아이코나(Icona)이다.

아이코나는 마스터 사운드의 인티앰프 라인업 중 세컨드 등급인 콤팩트 845, 콤팩트 300B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KT150 모델의 세컨드 내지는 주니어 모델인 셈이다. 하위 모델이긴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845, 300B 모델처럼, 진정한 클래스A의 퓨어 싱글 엔디드 모델이다. 제미니의 출력단을 절반으로 줄인 물량 투입의 저하가 있긴 하지만, 전체 설계의 기본이 되는 회로 구성이나 부품들은 제미니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다. 전원부가 약간 줄어들긴 했지만, 마스터 사운드가 자랑하는 출력 트랜스포머가 거의 동일한 규모이며, 출력 수치만 줄었을 뿐 다른 스펙들도 거의 일치한다.

초단의 ECC802와 출력단의 KT150, 그리고 싱글 엔디드 퓨어 클래스A 설계로 제미니에 비해 출력 수치는 절반 수준인 채널당 24W의 출력을 낸다. 트라이오드 모드 역시 지원하여, 이쪽은 12W의 출력을 낼 수 있다. 전환 역시 상단의 간단한 토글 스위치를 이동시키면 된다. 네거티브 피드백이 없는 제로 피드백 회로와 별도의 바이어스 조정이 필요 없는 오토 바이어스도 동일하다.

다만 입력 단자에 밸런스 입력이 빠진 점을 제외하면, 딱히 기능적 차이점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줄어든 규모로 인해 무게가 31kg에서 22kg으로 대략 9kg 정도 줄어들었다. 크기 역시 폭은 같지만, 앞뒤 길이가 10cm 가량 줄어들어 좀더 콤팩트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제미니에서 KT150 한 쌍을 들어내되, 제미니의 모든 것은 그대로 유지하고, 가격은 대폭 낮춰 훨씬 현실적인 가격으로 마스터 사운드의 미음을 즐길 수 있게 기획된 주니어 모델이다.

테스트에는 소울노트의 D-2 D/A 컨버터를 사용하고, 스피커는 모파이의 플로어 스탠더 신작 소스포인트 888을 사용했다. 모든 음원은 타이달의 스트리밍 서비스로 시청에 임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나 음색적인 면은 제미니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사의 845나 300B가 지닌 음색과 달리 KT150 특유의 음색이라 할 수 있는 다이내믹하면서도 화사한 고역, 그리고 넓고 입체적인 스케일감은 아이코나에서도 변함없다. 게다가 진공관 앰프로서 보컬이나 현악기 같은 음에 담겨 있는 매끄러움과 유려함은 아이코나가 주는 또 하나의 장점이다. 게다가 피드백이 전혀 없고 클래스A의 싱글 엔디드답게 중역의 매끄러움과 리퀴드한 사운드가 매력적이다.

흥미로운 것은 저음도 기대 이상이라는 점. 소스포인트 888의 저음은 꽤 단단하면서도 깊은 편인데, 채널당 24W의 출력이지만 전혀 부족함을 느낄 수 없다. 매우 임팩트 있으면서도 타격감이 살아 있는 저음의 에너지와 활력의 음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실크 돔과 페이퍼 콘의 개성이 실린 모파이 888 특유의 장점과 좋은 시너지를 내어, 어떤 음악을 들어도 부드럽고 편안하게 음악을 즐기게 만드는 매력은 높은 점수를 줄만 했다. 마스터 사운드의 신작 아이코나는 현대 진공관인 KT150으로 튜브 사운드 특유의 색채미와 부드러움이 살아 있는 고급 진공관 앰프의 존재 가치와 음악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매력적인 인티앰프이다.

가격 1,100만원
사용 진공관 KT150×2, ECC802×2
실효 출력 24W(Pentode), 12W(Triode)
아날로그 입력 RCA×3, Phono×1
아날로그 출력 RCA×2
주파수 대역 20Hz-37kHz
네거티브 피드백 0dB
입력 임피던스 50㏀
출력 트랜스포머 MastersounD
출력 임피던스 4-8Ω
자동 바이어스 지원
크기(WHD) 49×23×33cm
무게 22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