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크 오디오라는 미국 스피커 레이블은 연혁이 50년이 넘었다고 한다. 놀랍다. 그 이름을 더듬으며 시청기를 듣다가 깜짝 놀랐다. 왜 이런 브랜드의 제품이 그동안 기억이 희미하게 묻혀 있었단 말인가? 그래도 그동안 국내에 크게 홍보가 되지 않은 가운데서도 판매는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었던 듯싶다.

동사의 플래그십인 레전드(Legend) 시리즈의 톨보이 스타일은 가물가물 기억에 남아 있지만 이 새롭게 만난 리저브(Reserve) 시리즈, 그중에서도 가장 엔트리급인 소형기 R100을 울려 보고 나니 세상에는 참 인재가 많다는 표현이 새삼 떠오른다. 이런 제품이 이런 가격대에 나와 있다니 다소 기가 찬다. 우연한 술자리에서 만난 초면인 어떤 분의 경제 해설이 하버드 경제학 박사를 능가하는 그런 식견을 듣고 감복해 마지않았던 그런 충격이다. 밥자리에서 전공도 아닌 허름한 어떤 분의 정치 식견이 한국 국회의원 수준의 수십 배는 더 능가하는 것을 보고 한숨이 절로 나왔던 그런 기억들….

폴크 오디오는 50여 년 전 미국 볼티모어에서 존스 홉킨스 대학교 동창생 3명이 모여 창업을 한 제작사다. 대학생의 양식답게 비싸지 않고 호화롭지 않은 제품으로 좋은 소리를 내는 스피커를 만들어 보자라는 우리나라에서는 통하지 않을 목표로 시작되었지만, 다행히 미국에서는 받아 들여졌고 사세는 점차 확대되어 갔다. 그리고 그 후에도 그 소신을 결코 저버리지 않고 초지일관 그런 제품을 발표해 왔고, 홈시어터 시장에서는 상당한 유명세를 거두고 있는 중.

겉치장을 중요시하는 동양권에서는 미지근한 저가품 대접을 받아 쉽게 보기도 힘들었던 차에 이번에 소리를 들어 본다. 이제 숍에서는 더 이상 그저 TV나 컴퓨터 용도의 보급품 정도라는 평가를 하지 말기 바란다. 이 소형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주목할 만한 고성능을 가졌다. 이런 저가격대의 제품에 얼마나 자신감을 가졌으면 전문 분석 장치를 사용해 고가 스피커에 가해지는 정밀 테스트를 거쳤고 그것이 당당하게 공개되어 있다. 기가 찰 노릇이다. 금년에 만난 감동적인 스피커를 두어 개만 꼽아 보라고 한다면 우선 이 기종을 추천하고자 한다.

소형기 R100은 마치 발에 잘 맞는 조깅화 같은 제품이다. 비싸지도 않으면서도 품위가 있고 편하기 짝이 없다. 노년이 어디에서 어린 시절의 동창들을 만날 때 구두에 정장 차림은 그야말로 촌티가 난다. 고위 공직 출신이든, 교수 출신이든 그냥 모두 운동화에 되는대로 걸치고 나온다. 별의별 오디오 이론을 떠들어 대던 분들도 노년이 되면 운동화의 편안함으로 돌아가기 마련. 그 출발점에 이런 스피커가 있다. 이 스피커는 그런 달관된 체취를 풍기기에 족하다.

스윗 스팟을 넓혀 원하는 곳에서 음악과 영화를 즐길 수 있게 하는 피나클 링 라디에이터 트위터, 질량을 늘리지 않고도 콘 강성을 크게 증가시키는 혁신적인 터빈 콘 우퍼, 특별히 조정된 고유음 필터를 사용해 원치 않는 포트 공명을 제거하는 특허받은 X-Port, 내부 공명을 제거하기 위해 교차 보강되고 둥근 외부 모서리로 회절을 최소화하는 뛰어난 인클로저 등 투입된 기술도 만만찮다. 새삼 미국 기술력이란 이런 것인가를 가늠케 해 주는 제품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 가격대라니, 기가 막힌다.

매칭 앰프는 마란츠의 CD 리시버 기종으로 CD 플레이어가 부착되어 있으면서도 HEOS를 기반으로 하는 네트워크 스트리밍 재생 기능까지 갖춘 제품. 디지털 스트리밍 시대가 되어 지금은 조금 구식이 되어 버린 CD 음반은 현재에도 일반적인 MP3 파일보다 음질이 좋은 고음질 음원 매체인데다가 다수의 마니아들이 지금도 애용하고 있는 매체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CD 음반이 사라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며, 이렇게 CD 재생과 네트워크 스트리밍 재생을 아우르는 제품이 보다 현실적이라 생각된다.

그 외에도 이 CD 리시버는 콤팩트한 체구 내에 라디오, 블루투스, 에어플레이 2, D/A 컨버터, USB A 메모리 재생 등 여러 가지의 기능을 구비하고 있다. 즉, 만능의 엔터테이너 제품이다. 노포 마란츠가 아니면 이런 설계는 쉽지 않을 것이다. 스피커 출력 단자도 A/B로 구분, 2조의 스피커 구동이 가능하고, 헤드폰 출력, 옵티컬 디지털 입력, RCA 아날로그 입·출력, 서브우퍼 아웃 단자까지 있다.

마란츠라는 오랜 전통성에서 발전된 기술력으로 탄생한 이 멀티미디어 올인원 미니 오디오 기기는 체구에서 예견되는 소리를 뛰어넘어 마란츠 특유의 부드럽고 풍성한 음향 특징을 가지고 있고 미니 오디오를 뛰어넘는 높은 수준을 과시한다.

이 매칭은 깨끗한 끈기가 주 특징. 그러면서도 해상력이 뛰어나 현 독주는 탐미적. 피아노 약음도 생생하기 짝이 없다. 깨끗한 밀도감도 만족스러우며 이 두 기종 가격대를 보시라. 이 또한 너무 탐미적이지 않은가.

Polk Audio Reserve R100
가격 60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3.3cm 터빈 콘, 트위터 2.5cm 링 라디에이터 재생주파수대역 58Hz-39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2700Hz 출력음압레벨 86dB/2.83V/m 임피던스 8Ω, 3.6Ω(최소) 권장앰프출력 30-150W 크기(WHD) 16.6×32.4×25.9cm 무게 5.5kg

Marantz M-CR612
가격 79만8천원 실효 출력 60W(6Ω) CD부 지원 디지털 입력 Optical×2, USB A×1 아날로그 입력 RCA×1 아날로그 출력 RCA×1 서브우퍼 출력 지원 주파수 응답 10Hz-40kHz(±3dB) S/N비 90dB THD 0.1% 튜너 지원(FM) 네트워크 지원 전용 어플리케이션 지원(HEOS) 블루투스 지원 헤드폰 출력 지원 크기(WHD) 28×11.1×30.3cm 무게 3.4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