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파이(MoFi)는 애초에 턴테이블과 아날로그 관련 액세서리들로 출발하여, 지속적으로 제품군을 하이파이 영역 전반으로 확장했고, 결국 스피커까지 내놓게 되었다. 스피커 쪽은 소스포인트(SourcePoint) 시리즈로, 작년에 처음 소스포인트 10과 소스포인트 8이 공개되었는데, 이 시리즈의 특징은 콘센트릭(Concentric) 드라이버 기반의 스피커라는 점이다.

소스포인트를 설계한 앤드류 존스는 콘센트릭 분야의 흔치 않은 경험자이자 전문가로, KEF에서 Uni-Q 드라이버의 설계 및 각종 스피커 설계를 담당했었고, 이후 인피니티와 TAD/파이오니아를 거치며 콘센트릭 드라이버의 현대화·하이엔드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 노력의 결정판은 TAD에서 그가 설계한 R1에 있는데, 베릴륨 트위터와 베릴륨 미드레인지를 하나의 콘센트릭 드라이버로 완성하여, 고전적인 형태의 드라이버를 최첨단 하이테크 하이엔드 스피커 유닛으로 탈바꿈시켰다. TAD는 이를 콘센트릭 대신 CST(Coherent Source Transducer)라는 이름으로 명명하며, 탄노이의 듀얼 콘센트릭과는 전혀 다른 스피커 드라이버이자 기술임을 강조했다. TAD의 R1이 갖는 또 하나의 특징은 이 CST 유닛을 중역과 고역만 커버하도록 하여, 베릴륨의 특성을 극대화한 음질 구현에 도전했다는 점이다. 베릴륨의 장점을 극대화하되, 저음은 별도의 우퍼를 따로 설계하여 베릴륨 콘센트릭과 유기적인 밸런스를 갖도록 했다. 결국 3웨이 설계로 21Hz-100kHz까지의 광대역 재생을 구현해낸 것이다. 통상적인 콘센트릭 하나로 풀레인지 재생을 할 때 발생되는 한계를 깨부수고, 여기에 현대적인 스피커 설계 기술까지 더해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즉, 콘센트릭의 중·고역 재생과 우퍼를 더한 3웨이 구성의 스피커 설계는 앤드류 존스 스피커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다.

이와 달리 앤드류 존스가 모파이에 합류하여 내놓은 첫 소스포인트 시리즈는 TAD의 R1 같은 3웨이가 아니라 북셀프 타입의 단일 콘센트릭 유닛으로 완성된 2웨이 스피커였다. 일전에 소개한 바 있듯이, 모파이 브랜드로 스피커를 기획했을 당시 첫 목표는 MFSL의 스튜디오에서 사용할 법한 스튜디오용 북셀프 타입의 모니터 스피커를 홈 하이파이 스피커로 출시한다는 것이었다. 앤드류 존스가 적임자로 합류는 했지만, 1차 제품은 첫 기획 콘셉트에 맞는 북셀프 타입의 모니터 스피커를 목표로 개발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탄생된 모파이의 전용 콘센트릭 드라이버가 탑재된 대형 모니터인 소스포인트 10, 그리고 연이어 발매된 진정한 2웨이 북셀프 모델인 소스포인트 8은 MFSL의 사운드 철학과 가성비 높은 고음질 모니터 스피커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결과를 보여주게 되었다. 그리고 2웨이 북셀프 모니터의 오리지널 발매 1년만에 앤드류 존스의 본심이 담긴 본격 3웨이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가 바로 이번 리뷰 모델인 소스포인트 888이다.

소스포인트 888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8인치 드라이버 3개가 탑재된 스피커를 의미한다. 소스포인트 8에서 사용한 8인치 콘센트릭을 그대로 사용하되, 풀레인지가 아닌 중·고역용으로 사용하고, 대신 130Hz 이하는 새로 개발한 2개의 8인치 우퍼가 담당하도록 했다. 우퍼도 콘센트릭과 동일한 페이퍼 콘을 사용했지만, 모터 시스템이 다르고 동축 유닛과 대역 밸런스를 맞출 수 있도록 많은 공을 들여 설계했다고 한다. 결국 콘센트릭의 장점인 스테이징과 이미징의 강점을 보여주면서, 이와 함께 더 넓어진 재생 대역을 통해 대편성 관현악이나 각종 베이스가 담긴 대중적인 녹음들까지 음악 소화 능력을 크게 늘린 것이 소스포인트 888의 장점이자 특징이다.

실제로 들어보면 그 장점을 바로 알 수가 있다. 테스트에는 소울노트의 Z-3 네트워크 트랜스포트, D-3 D/A 컨버터, 그리고 P-3 프리앰프와 M-3 파워 앰프를 사용했는데, 소울노트의 시스템은 차고 넘치는 힘과 에너지로 소스포인트 888을 자유자재로 움직여 주었다. 기본 음조는 소스포인트 8과 같다. 실크 돔 트위터가 지닌 고역의 자연스러움과 부드러움이 각별하고, 온도감도 살짝 높은 편이라, 음에 강성 기조나 밝거나 메탈릭한 톤 같은 거슬림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모파이가 추구하는 아날로그적이며, 음악적인 음을 대변하는 확실한 증거이다. 보컬과 각종 어쿠스틱 악기들의 사운드가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펼쳐지는데, 순음악적인 재생 능력에 큰 강점을 보여주었다. 또한 콘센트릭 유닛답게 무대를 그려내는 스테이징이나 음상의 정밀도가 꽤 훌륭하며, 현대적인 녹음들에서의 성능도 우수하다. 이는 클래식 녹음이나 어쿠스틱한 재즈 녹음들을 들으면 더 확실히 알 수 있는데, 음악성과 하이파이적 요소를 아주 매력적으로 병립시키는 가장 멋진 결과물을 완성시켜 낸다. 특히 피아노 음을 들으면 타건에서 메탈릭한 임팩트보다는 펠트의 목질감에 가까운 음인데, 훨씬 사실적이며 자연스러운 피아노 음을 들려주는 점이 특히나 매력적이다.

소스포인트 888은 앤드류 존스가 TAD에서 일궈낸 R1의 기술적 업적을 대중적인 가격으로 누구나 즐길 수 있게 풀어낸 엄청난 가성비의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이다. 이제 모파이의 1순위 추천 스피커, 바로 소스포인트 888을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하다.

가격 820만원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2) 20.3cm 페이퍼 콘, 콘센트릭 유닛(미드레인지 20.3cm 페이퍼 콘, 트위터 3.1cm 와이드 롤 소프트 돔)
재생주파수대역 32Hz-30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130Hz, 1.6kHz
출력음압레벨 87dB/2.83V/m
임피던스 6Ω, 4.5Ω(최소)
크기(WHD) 32×107×41cm
무게 43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