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가 다시 한번 큰 트렌드를 이어가고 있다. 단순히 중년 혹은 노년에 접어들고 아날로그에 대한 추억에 이끌려 구매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젊은 층들이 아날로그의 매력에 빠져서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고무적이다. 물론 아날로그에 대한 막연한 어려움은 막상 시작하기에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카트리지에 MM, MC는 뭐고, 포노 앰프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하고, 오버행·침압·안티스케이팅·VTA·애지무스 등 이름만 들어도 공포스러운 세팅 용어들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물론 이쪽은 이른바 고수의 영역이고, 엔트리 및 입문자 영역에서는 좀더 간편하게 접근하고 세팅할 수 있는 장치들이 많이 마련되어 있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도, 아날로그를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는 제품으로, 풀 오토매틱(물론 일반적인 수동 제품도 정말 잘 만들어 내는 곳이다)을 표방하며 좀더 좋은 퀄러티의 아날로그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업체이다. 국내에서도 차츰 자신을 이름을 알리고 있는 곳, 바로 렉코드 오디오(REKKORD Audio)에 대한 이야기이다.
렉코드 오디오, 이름부터 제조국이 짐작된다. 그렇다. 독일에서 거의 대부분의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철저한 장인 정신의 브랜드이다. 라인업은 크게 자동과 수동으로 나눠지는데, 자동은 F100, F110, F300, F400 순으로 그레이드가 높아지고, 수동은 M500과 M600 두 종을 소개하고 있다. 당연히 F는 풀 오토매틱, M은 매뉴얼의 약자이다. 참고로 모델명 뒤에 P가 붙은 포노 앰프 포함 버전 제품들도 함께 출시되어 있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풀 오토매틱 구동의 플래그십 모델로, 좀더 고급 사양으로 편하게 아날로그를 즐길 수 있는 F400이라는 턴테이블 제품이다.
디자인은 굉장히 깔끔하고 심플하다. 입문용 턴테이블들이 묘하게 디자인을 깎아놓은 경우가 제법 있는데, 역시 이런 클래식한 모습의 레이아웃이 오래 함께 해도 질리지 않는다. 먼지를 막아줄 더스트 커버도 당연히 제공된다. 리뷰용으로 보내온 제품은 하이 글로스 블랙의 유려한 마감이었는데, 수준 높은 광택의 아름다움도 제품의 급수를 몇 배나 올리고 있다. 그 외 마감으로는 새틴 블랙, 마카사르 우드 베니어, 체리 우드 베니어로 소개되고 있다.
렉코드 오디오는 풀 오토매틱 라인업을 그레이드별로 잘 구분해두고 있는데, 역시 상위 쪽으로 갈수록 카트리지, 트래킹 포스 및 안티 스케이팅 조절, 서브 섀시, 속도 등을 차별화하는 전략이다. 당연히 F400에서 앞서 말한 모든 코스를 누릴 수 있는데, 좀더 좋은 아날로그 사운드를 완전 자동 플레이·스탑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이 제품의 셀링 포인트이다.
물론 하위 모델은 톤암이 고정되어 있어 별 다른 조절이 필요 없었지만, F400은 본격 상급기이기 때문에 침압 및 안티 스케이팅 정도는 미리 세팅해줘야 한다. 현재 오토폰 2M Red가 세팅되어 있기 때문에, 트래킹 포스 다이얼을 돌려 2M Red의 적정 침압인 1.75에 맞추고 안티스케이팅 다이얼을 돌려 1.75에 맞추는 간단한 공식만 외우면 된다. 트래킹 포스와 안티 스케이팅에 대한 공식은 매뉴얼에도 잘 나와 있으니, 다른 카트리지로 교체한다면 카트리지 스펙의 적정 침압 부분만 유심히 보면 되겠다. 참고로 스타일러스 오버행을 맞출 수 있는 카트리지 장착 게이지도 센스 있게 기본 제공한다.
플래터 회전 속도는 렉코드 오디오의 풀 오토매틱 모델 중 유일하게 78rpm을 지원한다. 사실 판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33 1/3, 45rpm보다 하나 더 스펙을 챙기는 구성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역시 상위 모델답게 서브 섀시 구조로 되어 있다. 당연히 진동에 대한 대책인데, 실제 알루미늄 플래터를 뽑아보면 해당 구조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다. 톤암 및 댐핑 알루미늄 플래터가 서브 섀시에 장착된 구조인데, 이는 당연히 메인 섀시와 디커플링되며 미세한 진동까지 최대한 막아내는 비책이 된다.
실제 구동은 정말 간단하다. 앞서 이야기한 간단한 세팅을 마치고, 스위치만 스타트에 두면 플래터 회전과 함께 천천히 톤암이 움직이고 LP 쪽으로 바늘이 내려간다. 딱딱 맞아떨어지는 기계적인 움직임을 선사하는데, 그 움직임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시간 사라지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판이 끝나면 자동으로 톤암을 거두는 것도 정말 실용성 있는데, 사실 자동 턴테이블의 의미가 여기에 있다고 해고 과언이 아니다. 물론 리프트로 자신이 직접 톤암을 오르내리게 할 수도 있다.
간단히 포노 앰프에 연결하고, 몇몇 판을 들어본다. 많은 사람들이 자동이라고 하면 막연히 소리도 평범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기도 하는데, 렉코드 오디오는 거기에 대한 완벽한 반박으로 멋진 아날로그 턴테이블의 가치를 보여준다. 저음이 완전히 삭제된 듯한 중·고음만 공중에서 흩날리는 얇은 사운드가 아니라, 풍부한 중·저음과 아날로그의 풍부함이 이 제품의 그레이드를 알게 한다. 좌·우로 넓게 펼쳐내는 공간감도 뛰어나며, 위·아래의 대역 편차도 극적으로 그려낼 줄 아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노이즈 잔뜩 낀 불분명한 사운드가 아니고, 윤기 있고 깊이 있는 사운드가 음악의 깊이감을 더하여, 판이 끝나고 자동으로 톤암이 돌아올 때까지 음악을 온전히 듣게 만든다. 편리함에 아날로그적 성능까지 더한 멋진 풀 오토매틱 턴테이블이다.
가격 148만원
구성 벨트 드라이브, 풀 오토매틱
속도 33, 45, 78RPM
와우 & 플러터 0.06%
플래터 알루미늄
톤암 8.3인치
카트리지 오토폰 2M 레드
크기(WHD) 43×13×36.5cm
무게 6.3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