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ce Design m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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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Design m903
  • 이현준
  • 승인 2012.10.01 00:00
  • 2012년 10월호 (483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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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경험해 보아야할 헤드폰 앰프의 스탠더드
 닥터 드레로 불어 닥친 헤드폰 광풍 덕택에 대기업이 오디오 시장으로 대거 진출하면서 상대적으로 영세한 오디오 수입원이 잘 판매하고 있는 제품의 수입원이 하루아침에 변경되는 등 때 아닌 진통을 겪고 있다. 걱정되는 일은 이렇게 시장의 규모만 커지면서 소리는 기본조차 갖추지 못하고 디자인만 멋지게 뽑아낸 제품들이 방송 PPL, 블로거 마케팅 등의 힘을 빌려 시장에서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헤드폰 구매가 오디오 세계에 용기 내어 입문하고자 첫 시도일 수도 있다. 이 경우라면 사용자는 음질이 조악한 그 헤드폰이 오디오 세계의 전부라 오해하고 다시는 오디오라는 세계를 쳐다보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럴 때일수록 무엇이 우수한 제품이고, 무엇이 좋은 음인지 알려 주는 존재가 필요하다. 오디오 업계, 그리고 오디오 전문가는 오디오의 매력을 오롯이 전달할 수 있는 일에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최근 봄·여름·가을·겨울과 나얼이 신보를 발매하면서 LP를 한정판으로 판매하는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 아티스트와 레코딩 엔지니어들이 조금씩 '음'의 본질에 대해 다시 연구하기 시작했고, 아티스트가 수개월 혹은 수년간 혼신의 열정을 다해 제작한 작품을 담을 그릇으로 기껏해야 320kbps밖에 되지 않는 음원 사이트의 MP3이 온당하다 여기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키오브라는 신생 레이블은 팻 매스니의 명반 등의 3가지 앨범을 세계 최초로 LP로 제작해 500장 한정 판매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K팝 대표 주자인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그야말로 글로벌 빅히트를 기록하며, 전 세계 음원 사이트 1위를 싹쓸이하고 있으니 지금이야 말로 음악, 그리고 음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가히 절정에 이르게 된 시기라 할 수 있다. 


 머지않아 한국에도 K팝 등의 주요 음원을 스튜디오 마스터급으로 판매하는 곳이 생겨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곧 오디오가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라는 의미다. 지금부터라도 한국 오디오 문화는 기본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리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 미국 콜로라도 볼더에 위치하고 있는 그레이스 디자인은 같은 맥락에서 기본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메이커다. 까다로운 스튜디오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 오디오 메이커인만큼 겉멋보다는 성능을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이들처럼 10년 전부터 기본기가 탄탄한 헤드폰 앰프를 만들어 내는 메이커는 전무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레이스 디자인은 현 시점에서 재평가가 필요하다. 잘 알려져 있듯, 그레이스 디자인을 주재하는 마이클 그레이스는 원래 제프 롤랜드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는 오래 전부터 우수한 마이크 프리앰프를 만들 자신이 있었고 바로 상품화를 진행하고 싶었지만, 제프 롤랜드가 프로 오디오 분야로의 진출을 원치 않았기에 그는 퇴사 후 직접 회사를 꾸리기로 결심한다. 스티브 잡스가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차고에서 애플의 신화를 만들어 낸 것처럼, 마이클 그레이스는 친구들에게 줄 시작기를 만들었다가 이것이 입소문나면서 단번에 50대가 팔려 나가며 그의 전설도 시작된다. 그가 11년 전 내놓은 헤드폰 앰프 처녀작 901은 헤드파일러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온 제품이었다. 임피던스가 높고 구동이 까다로운 헤드폰도 M901을 만나면 단번에 해결된다 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한 모델이다. 발매 4년 후 후속 버전인 M902를 출시했고 이 모델은 6년간 스테디셀러로 군림하다 지난해 3세대 모델인 M903이 발표되었다. 발표된 지 1년 가까이가 된 모델을 이 시점에 본지에 소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도 업계 톱클래스의 제품이기 때문이다. 


 3세대 M903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DAC다. 이전의 M902는 앰프부는 분명 뛰어났지만, USB 입력 시의 DAC 성능은 발매된 지 오래되어 솔직히 그리 우수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번 M903의 DAC는 일취월장하여 비동기 전송 모드를 지원하는데, 이는 최근 오디오퀘스트의 드래곤플라이 설계자로 명성이 높은 웨이브렝스 오디오의 고든 랜킨의 원천 기술을 라이선스 받아 사용하는 것이라 한다. 그리고 최대 192kHz까지 디코딩 가능하며, USB 포트는 오디오 서킷과 분리되어 있어 PC로부터 유입되는 노이즈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그리고 아날로그 입력이 선택되면 디지털 서킷에 들어가는 전원을 아예 차단시킨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함께 다루는 앰프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충실하게 지키고 있는 제품인 것이다. 그간 그레이스 디자인은 구동이 까다롭다고 평가받는 젠하이저 HD800 등과 매칭이 우수하다고 알려지고 있는데, 마침 필자의 시청실에 젠하이저 HD800과 HD700이 있어 테스트 시에 이를 매칭할 수 있었다. M903이 구동하는 젠하이저 HD800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할 정도로 뛰어나다. 특히 중·저역을 두툼하게 표현해 내는 질감은 마치 진공관 헤드폰 앰프를 매칭한 듯한 매력을 뿜어내며, 경쟁 모델과 비교 시에도 고역의 해상력과 뉘앙스는 다소 아쉽지만 중·저역의 표현력과 타격감은 M903의 완전한 우위다. 특히 HD700의 경우에는 HD800보다 다소 음이 포워드하게 쏟아져 나오지만 더 강력해진 중·저역의 파워로 음악의 열기를 생생히 전달하는 표현력이 대단히 매력적인 매칭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M903은 헤드폰 입력이 2구로 헤드폰 비교 테스트를 자주 하는 사용자에게 상당히 요긴하게 쓸 수 있다는 점이며, 반면 아쉬운 점은 USB 커넥터 규격을 여느 DAC와 달리 미니 B타입을 채택해 기존에 쓰던 케이블을 그대로 쓰지 못하고 새로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레이스 디자인 M903은 구동이 어려운 헤드폰의 난제를 단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수작으로, 헤드파일러라면 꼭 한 번은 경험해 보아야할 헤드폰 앰프의 스탠더드라 할 수 있다.   


 수입원 인베스트코리아 (031)932-0606가격 340만원(리모컨 포함)  입력 샘플링 레이트 32, 44.1, 48, 88.2, 96, 176.4 & 192kHz  
크기(WHD) 21.5×4.3×20.9cm  무게 2.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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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2년 10월호 - 4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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