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her V-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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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her V-604
  • 김남
  • 승인 2021.05.10 15:07
  • 2021년 05월호 (58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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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젊음이 넘치는 가상 동축형 스피커

어셔의 스피커는 이제 타이완의 대표적 문화 상품이 됐다.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 타이완 제품은 변방이나 다름없었는데, 그런 변방에서 세계적인 인기 스피커가 등장하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던 터 돌연 어셔라는 인기 브랜드가 등장한 것이다.

부럽다. 우리나라에서는 앰프로 이미 올닉이나 에이프릴 뮤직 등이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며 해외 시장에 진입했지만, 아직 스피커 쪽에서는 낭보가 들리지 않는다. 좋은 제품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해외 진출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터라 어셔 제품이 마치 동양을 대표하는 제품처럼 자리 잡는 것을 보면 시새움이 좀 나기도 한다.

타이완은 문화적 조건과 환경이 우리나라나 일본에 다소 못 미쳤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타이완의 위상을 떨친 유명한 사건이 있다. 바로 시스템 반도체 때문이다. 전 세계 물량의 절반 이상을 타이완이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 대통령까지도 극진하게 타이완을 우대하고 있는 것을 보니 새삼 놀랍기 짝이 없고, 정치적 영향이지만 우리는 타이완에 대해 너무도 모르고 있었다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타이완이 아니면 세계 자동차 공장이 모두 멈추고 만다는 엄정한 사실을 세계인들이 경이롭게 깨닫게 된 것이다. 이제 그런 뛰어난 기술력을 기반으로 본격 오디오 제품에 진출한다면, 얼마나 엄청난 제품이 값싸게 등장할 것인가. 아마 오디오 애호가라면 누구나 해 봄 직한 공상일 것이다.

어셔가 등장하기 전에는 타이완에 오디오 제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모두 그쪽에 대한 정보가 어두웠지만, 알고 보니 어셔의 역사는 길다. 갑자기 하루아침에 튀어나온 것이 아닌 것이다. 어셔 오디오(Usher Audio)는 국내 오디오 제조업체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1972년에 창립, 처음에는 다양한 유닛 개발을 중점으로 성장했고, 그 뒤로 별 소문도 없이 다양한 스피커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 그 과정에서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일관된 생산 체계를 갖춰 현재 전 세계에 판매망을 가진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런 배경에는 타이완 정부의 일관된 중소기업 육성책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한다. 타이완은 기본적으로 대기업이 아닌 강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가 정착되어 있어 한 제품에 대한 편중이 적고 당연히 떠들썩한 한 제품 위주 홍보도 적은 편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 정부의 지원이 있어서 성공한 캐나다의 구조와도 비슷한 것 같다.

정부 지원으로 연구 개발에 힘써 어셔 오디오는 그 후 세계적으로도 생산 국가가 드물었던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개발하면서 주위를 놀라게 했고, 일반적 각종 유닛 연구 개발에도 상당히 심혈을 기울여 왔다고 한다. 그런 유닛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당연히 스피커 완제품 시장에도 손쉽게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는데, 의외로 완성품 스피커 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그런 어려움에서 교훈을 얻은 듯 환골탈태, 마치 이탈리아 제품처럼 아름답고 견고한 인클로저로 완성, 보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데 성공한다.

그 선두 지휘자는 스피커 설계의 이론가이자 오디오파일이기도 한 조셉 드아폴리토 박사로, 그는 가상 동축형 시스템에서 유닛 간의 간섭으로 인한 특정 주파수 감쇄를 이론적으로 규명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유닛의 배치와 크로스오버 네트워크 설계 이론을 확립시킨 전문가다. 그의 지휘로 완성도 높은 신제품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몇 해 전 소형기가 미국의 전문지에서 너무도 놀랍고 뛰어나다 라는 평가를 받고 대 히트, A등급에 랭크되면서 단숨에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해외 평가에 민감한 한국 오디오파일들도 이 뉴스를 듣고 덩달아 타이완에서 직구로 제품을 들여오고 공구 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관심이 커졌다. 이제 정식으로 수입원이 정해지면서 활발하게 전 품목이 수입되기 시작했다.

시청기는 동사의 보급형 라인인 V 시리즈에서 최상급기이며, 2웨이 시스템인데 7인치 유닛 2발과 그 사이에 1인치 소프트 돔 트위터를 배치한 조셉 드아폴리토 박사의 가상 동축 디자인의 제품이다. 마치 스캔스픽의 쭈글쭈글한 우퍼와 흡사해 보이는 7인치 유닛은 카본 파이버·페이퍼 콘으로 제작되었고, 소프트 돔 트위터와 함께 모두 자사 전용 제작 드라이버다. 그리고 날렵한 외형과 함께 단단한 마감이 돋보이며, 전면에 슬롯 형태의 베이스리플렉스 포트가 있고, 전용 스파이크도 부착되어 있다.

매칭한 제품은 국내 오디오 제조사 비트 & 비트의 걸출한 소형 인티앰프 블루앰프 50W(이번 호 시청기 참조). 어셔의 소리는 매우 개성이 강하다. 여러 번 들어도 팽팽한 긴장감과 탄력이 만점이며 퐁퐁 튀는 듯한 감촉이 기분 좋다. 모든 대역에 싱싱한 날생선 회 같은 싱그러움이 있고, 윤기도 풍부하다. 다소 파워가 높은 앰프가 궁합이 좋은 편인데, 이제 거창한 가격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젊음이 넘치는 고급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 시절이 됐다. 이 스피커가 증명한다.


가격 192만원  
구성 2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2) 17.7cm 8935A, 트위터 2.5cm 9930-20NC  
재생주파수대역 35Hz-20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2.3kHz  
출력음압레벨 90dB/W/m  
임피던스 4Ω  
파워핸들링 100W  
크기(WHD) 24×117×32cm  
무게 29.6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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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05월호 - 5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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