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어의 사운드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낸 역작


경쟁자 젠하이저의 끝을 모르는 성장 행진에 자극을 받았는지 올해부터 동사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동사 최초의 하이엔드 헤드폰이자 동사 최초의 오픈형 헤드폰인 SRH1840을 발표하여 화제를 모으고 있으며, 곧 열릴 2013년 CES에서는 이를 뛰어넘는 또 다른 하이엔드 헤드폰 및 100만원 내외의 이어폰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슈어의 잠재된 능력을 가감 없이 세상 앞에 선보일 작정인 것이다. 90년 가까이 소리에 대한 노하우를 켜켜이 쌓아온 슈어인만큼 여느 메이커도 선보이지 못한 수준을 보여주리라 몹시 기대된다. 다시 돌아와 그들의 역작, SRH1840을 이야기해 보자. 그간 슈어의 이어폰은 빼어날 정도의 스타일을 자랑했지만 반면 헤드폰은 지나치게 레코딩 엔지니어를 의식한 디자인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소리는 동급 제품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 할 정도로 뛰어나지만, 이 닥터 드레가 횡행하는 시대에 이를 밖에서 가지고 나가 듣기에는 부끄럽다는 평가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SRH1840의 디자인은 확실히 환골탈태했다. 세련된 이중 구조의 헤드레스트, 그리고 항공기에 쓰이는 6061-16이라는 알루미늄 합금을 쓴 프레임 구조는 만족스러움 그 자체. 10Hz-30kHz의 재생주파수 대역을 자랑하는 40mm 유닛은 동사 다이내믹 마이크에 쓰이는 소재로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슈어가 만들면 이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동급 최강의 만듦새를 자랑하면서도 가격은 여전히 경쟁자의 2/3 수준밖에 되지 않는 슈어의 겸손함은 여전하다. 그리고 호평받았던 분리형 케이블 구조는 이번에도 그대로 이어져 온다. 헤드파이 시장이 큰 일본에서는 이미 SRH1840을 위한 전용 케이블이 오야이데 등 전문 제조사를 통해 여럿 나와 있다고 한다. 혹시 케이블을 통한 업그레이드를 꿈꾸는 이라면 이에 관심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시청에는 퓨어 뮤직이 설치되어 있는 15인치 레티나 맥북 프로에 에이프릴 뮤직 DP1과 오디오퀘스트 다이아몬드 USB 케이블을 연결해 진행했다. SRH1840이 들려주는 사운드는 단연 동급 No.1 클래스라 할 만하다. 65Ω의 임피던스는 구동이 크게 어렵지 않아 DP1은 물론, 오디오퀘스트 드래곤플라이로도 제법 들을만한 사운드가 터져 나온다. 다만, 앰프에 따라 배경이 정숙해 지지 못하고 각 악기의 분리도 및 정위감이 매끄럽지 않게 표현되는 경우가 있어 주변 기기의 매칭이 중요할 듯싶다. 린 레코드에서 구매한 캐롤 키드의 음원을 SRH1840으로 들어보면 나긋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보컬의 특성을 잘 표현하며, 특히 록 장르에 강해 딥 퍼플, 본조비를 들을 때 강렬한 저역의 어택에 놀라게 된다. 특히 이런 아티스트들이 평소 슈어의 마이크를 애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슈어의 헤드폰이 이들의 음악을 가장 정확하게 들려주는 제품일지도 모를 일이다. SRH1840은 창립 90주년을 앞둔 슈어의 사운드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역작으로, 슈어의 사운드를 제대로 체감하고 싶은 팬이라면 꼭 일청해 볼 가치가 있는 제품이다. 앞으로 슈어가 선보일 새로운 하이엔드 세계가 몹시 기대된다.

수입원 삼아프로사운드(주) (02)734-0631가격 97만원 임피던스 65Ω주파수 응답 10Hz-30kHz 음압 96dB 무게 268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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