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V 리시버라고 했을 때 무엇이 떠오를까? 상식선에서 말하면 홈시어터, 멀티채널 앰프 정도이고, 열혈 홈시어터 마니아라면 UHD 4K나 돌비 애트모스, 무선 네트워크와 DTS:X 음장 모드에 대해서도 신경을 쓸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이런 기술은 최근 일본 브랜드 AV 앰프에는 필수 사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한때 JBL 스타일의 스튜디오 모니터 스피커가 일본에서 유행한 적이 있었다. 얼마나 비슷한지 브랜드명만 가리면 서로 구분이 안 될 지경이었다. 심지어 가격까지 동일했었다고 하니 누군가는 경제 동물 일본의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고 한탄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리시버도 마찬가지다. 요즘 7.2채널 AV 앰프가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고, 무선 네트워크가 되지 않는 게 훨씬 드물다. 기술 확산의 속도가 빨라진 만큼 새로 나온 AV 앰프는 무늬만 다르지 거기서 거기이기 십상이다. 하이파이 앰프에 비해 리시버가 브랜드마다의 개성이 적은 이유는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이 서로 비슷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서로 상대방을 신경 쓰다 보니 모두가 비슷해져 버린 것이다. 이래서야 ‘One of Them’이 아니고 무엇인가?
데논의 신형 AV 리시버 AVR-X1300W는 그 명칭에서 짐작되는 것처럼 AVR-X1200W의 후속작이다. 개발자에 따르면 데논의 AV 앰프는 매년 모델 체인지가 단행되지만, 지난번 모델에서 대폭적인 변경이 있었다고 한다. 즉, AVR-X1200W에서 음성 처리를 위한 핵심 장치인 DSP에 변경이 가해졌는데, 돌비 애트모스와 DTX:X와 같은 객체 지향 사운드 처리를 위해 기존에 비해 약 4배의 처리 능력을 지닌 32비트 쿼드 코어 DSP를 탑재한 것이다. 이와 비교하면 AVR-X1300W에서의 변화는 비교적 마이너 체인지에 가깝다.
세부적인 부분, 특히 음질과 관련된 파츠를 손보았다. 현재 홈시어터 AV 앰프 마켓을 주도하는 일본의 경우 매년 모델 체인지가 진행되기 때문에 DSP 소자와 같은 핵심 소자가 교체되었을 경우 개발자는 시간의 압박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원하는 기능과 새로운 소자를 통한 퀄러티의 최적화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마이너 체인지 모델의 장점은 분명하다. 마이너 체인지에선 새로운 소자로의 대폭적인 변경이 가해졌던 전작에 대한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는데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개발 시간 면에서도 개발자는 압박감에 시달리지 않게 된다. 잡지나 도서의 편집자에게 심사숙고한 탈고의 과정을 생략한 원고에 지뢰처럼 널린 오탈자를 잡아내는 것이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이치와 다르지 않다. 데논의 카탈로그에는 나오지 않지만 핵심적인 개발 포인트는 지난 번 새로 취임한 사운드 매니저 야마우치의 제품 철학인 ‘Vivid & Spacious’의 관점에서 음향을 숙성시키는 점이다.

AVR-X1300W는 돌비 애트모스나 4K UHD, 그리고 무선 네트워크와 블루투스 페어링 같은 지난해의 AV 리시버의 개발 키워드에 더해 음질이라는 어쩌면 가장 정성적인 요소에 집중한 모델이다. 그렇다면 어떤 변화가 가해졌을까?
사실 사운드와 관련된 부품의 규격은 변한 것이 없지만, 전원부가 강화되었다. 디지털 회로부의 전원 노이즈가 줄어들었다. 여기에 개발자는 영리하게도 기존 회로에서 신호 경로를 단축할 수 있는 부분은 단축했다. 신호 경로의 단축을 위해 회로도를 그리고, 또 그리는 경험이 있는 전자 공학도라면, 그것이 얼마나 시간을 잡아먹는 일인지 잘 알 것이다.
같은 부품을 사용했는데도 단지 전원부와 신호 경로의 단축으로 소리가 바뀐다는 말인가? 그렇다. 특히 무한정 고퀄러티의 선별 부품을 무한정 투입할 수 있는 하이엔드 오디오와 비교하면 엔트리·미들클래스 모델에서 설계상의 약간의 변경은 더 큰 의미를 지닌다. 그렇다고 작년 모델에 쓰인 부품이 그대로 쓰인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비용을 동일하지만 몇몇 콘덴서 교체만으로도 미묘한 부품 사이의 밸런스를 바꾸어 놓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결국은 시간과의 싸움인데, 믿을 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이번 마이너 체인지에선 신규 소자의 테스트에 힘을 쏟는 대신 이런 소소한 부분에서 한가한 짓을 여러 번 반복했다고 한다. 어느 부분을 핀 포인트로 바꾸는 것만으로 소리에 꽤 변화가 가해진다는 경험은, 관록의 오디오파일이라면 한두 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인렛 단자를 바꾼다거나, 리캡을 한다거나 심지어 퓨즈만 바꾸어도 휙휙 바뀌는 것이 오디오이다.

이와 같이 제한된 제조 코스트 내에서 여러 시도 끝에 음질을 개선할 수 있는 노하우를 데논에선 자체적으로 VEC(Value Engineering for Customers)라고 부른다. 엔트리 모델과 중급형 AV 리시버는 이러한 VEC 노하우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마이너 체인지는 VEC가 얼마나 음질을 하이파이에 근접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실제 사례로서 의미를 지닌다.
그렇다고 데논의 여유작작한 개발진이 단지 구체적인 목표 없이 콘덴서 교체 놀음에만 몰두한 것은 아니다. 시간축으로는 전작인 1200W를, 그리고 공시적으로는 데논의 상급형 AV 리시버와의 통일성이 고려되었고, 한편으로는 타사 모델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이들보다 사운드 면에서 더 좋아지도록 스텝업을 목표로 하였다. 그렇다면 음질적인 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개선되었을까?
필자는 데논의 AV 리시버와의 상성이 뛰어난 B&W의 683 S2 톨보이 스피커와 마그낫의 퀀텀 677 톨보이, 그리고 KEF의 E305 세틀라이트 5.1채널 스피커를 차례로 청음하였다. 소스기기는 실제 AVR-X1300W의 유저가 많이 사용하는 데논의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투입했다.
데논의 새로운 음향 철학인 ‘Vivid & Spacious’의 기조에 충실하게 튜닝되었기 때문에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어졌고 음장은 더욱 확고하게 전개된다. 부품의 사양이 높아지지 않았음에도 해상도가 개선된 점은 고무적이다. 제조 단가는 높아지지 않았지만 음향의 퀄러티는 쑥 향상된 공은 음향 튜닝에 돌려야 할 것이다.
매년 화려한 스펙을 하나라도 더 심어놓아야 행세할 수 있는 AV 앰프에서 이만큼 여유롭게 게으름 피우며 새로운 모델을 만든 예도 드물듯 싶다. AVR-X1300W는 하이파이 앰프나 스피커와 달리 매번 피 말리는 시간과의 싸움에 던져진 AV 앰프 개발팀에게도 게으를 권리(달리 말해 충분한 개발 기간)가 필요한 이유를 말해준다. 필자는 항상 말하지만 하이파이에서 조금 다른 것은 많이 다른 것이다. 이것이 데논 마이너 체인지 모델이 반가운 이유다.

수입원 D&M코리아 (02)715-9041
가격 88만원 실효 출력 80W(8Ω), 120W(6Ω) HDMI 입력 6 HDMI 출력 1 서브우퍼 출력 2 헤드폰 출력 지원 디지털 입력 Optical×2, USB A×1 아날로그 입력 RCA×2 주파수 응답 10Hz-100kHz(+1, -3dB) 입력 임피던스 47㏀ 입력 감도 200mV S/N비 98dB 네트워크 지원 튜너 지원 블루투스 지원(Ver2.1+EDR) 크기(WHD) 43.4×15.1×33.9cm 무게 8.5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