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llon Amazing Re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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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ollon Amazing Reality
  • 코난
  • 승인 2016.06.01 00:00
  • 2016년 6월호 (527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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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론 프리앰프로 느끼는 경이로운 음악적 숨결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 1996년에 개봉했으니 올해로 20년이 흘러버린 <비포 선라이즈>. 화면 속의 줄리 델피, 그리고 에단 호크는 변한 것이 없지만 내가 받아들이는 느낌은 왠지 낯설다. 스토리 또한 색다르게 다가오며 주인공의 심리 묘사도 더 깊게 다가온다. 세월이 흐르면서 다르게 보이는 것은 영화뿐만 아니다. 똑같이 음악, 책도 다르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낯설고 때론 20년 전보다 더 큰 감동을 몰고 온다.
리뷰를 위해 들른 청음실에서 만난 UL 사운드는 과거 내가 보았던 그때의 기시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감정은 신선함이었다. 우선 메이커 이름이 변경되었다. 90년대의 UL 사운드는 현재 아폴론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섀시는 아름답고 고색창연하다. 하지만 훨씬 더 세련된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고풍스러운 외관을 뒤로 하고 내부 설계를 들여다보면 환상적인 광경이 펼쳐진다. 우선 프리앰프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볼륨단은 0.02% 오차 범위 안에 들어오는 5% 카본 저항을 사용했다. 단계별 저항 오차 범위는 0.2%로 초정밀 어테뉴에이터다. 볼륨 자체가 또 하나의 장비처럼 프리앰프 내부에 장착되어 총 36단계로 작동한다. 황동과 아연 합금으로 넓은 접점을 구현했고 0.002Ω 수준의 접점 저항 값을 실현했다. 본 작을 보편적인 프리앰프와 확연히 구분 짓게 하는 것은 볼륨뿐만이 아니다. UL 사운드의 시작부터 아폴론의 현재까지 수십 년간 갈고 닦아온 기술력의 총체, 바로 트랜스포머다. 리얼리티 프리앰프는 내부에 7개 트랜스포머를 장착하고 있다.
진공관은 E80CC와 1626, 그리고 정류관으로 5Y3을 사용하고 있으며 최신 진공관 프리앰프답게 입력단에서 출력단 모두 밸런스와 언밸런스 입·출력을 다양하게 지원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입·출력 임피던스와 트랜스를 사용한 출력단 등을 고려할 때 가능하면 동사의 파워 앰프와 매칭하는 것이 전기적, 물리적 특성에서 가장 뛰어난 결과를 보여줄 것이다.

시청에 사용한 파워 앰프는 아폴론 노블 838 모노블록 앰프다. 3극관 838을 사용, 싱글 구성을 했지만 그 출력은 8Ω에서 45W의 대출력이다. 소스기기는 칵테일 오디오와 마이트너 MA-1 등 최신 소스기기를 엮었다. 초입부터 프리앰프는 파워 앰프를 구동한다는 느낌이다. 스위스오너의 바흐 8을 엮어 첫 음을 듣는 순간 마치 오래된 체증이 가시는 듯 풍부하고 생생한 잔향이 커다란 청음실을 가득 메웠다.
이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얼마 전 에어 KX-R, MX-R 플래그십 앰프와 리뷰했던 하베스 모니터 40.2에 연결했다. 수잔 웡의 ‘You've Got A Friend’를 듣는 순간 더블 베이스가 약간 왜소하다는 점 외엔 밸런스가 매우 정돈되어 있고, 상큼한 싱글 3극관 소리가 촉촉한 음촉을 만들어낸다. 부드러운 감촉에 더해 여유로운 중역의 디테일은 하베스 모니터 40.2를 어르고 달랜다.
조르디 사발의 ‘La Folia’에서 고악기들은 마치 당시 현악의 독특한 하모닉스는 바로 이런 것이라는 듯 살짝 롤 오프되면서 고역 끝에 광채가 번뜩인다. 마치 다이아몬드 원석에 투영된 빛이 수많은 스펙트럼을 만들어내듯 말로 표현하기 힘든 색감을 만들어낸다. 뒤로 펼쳐지는 배음, 특히 고역의 색감은 마치 붉게 물든 설악의 단풍을 떠올린다.

들으면 들을수록 기대 심리를 자극하며 결국 정명훈의 ‘Adios Nonino’ 등 대편성까지 그 레퍼토리가 확장된다. 피아노 타건에 실리는 에너지감은 예상을 깨고 절대 연약하지 않다. 아주 맑고 여유로운 거장의 풍모와 기질을 가진 소리다. 부드럽게, 그리고 리드미컬한 피아노 터치는 최근 경험해본 프리앰프 중에서 가장 고혹적이다.
이지 오우에의 ‘보통 사람들을 위한 팡파르’의 저역을 초 저역까지 단단하게 듣고 싶다면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있지만 절대 이런 음악의 질감을 얻을 수 있는 앰프는 만나기 힘들 것이다. 그것도 상대가 하베스 모니터 40.2라면 더욱 그렇다. 순하고 맑은 음색, 때 묻지 않은 아이의 눈처럼 리얼리티 프리앰프는 시종일관 모니터 40.2에 진한 미소를 보냈다. 그러나 절대 흐릿한 시선이 아니다. 음악의 세부 표정을 모두 자신만의 독창적인 언어로 말하고 있었다. 거장의 풍모, 오랜 기간 닦아온 음악에 대한 통찰이 담긴 시선이다.
15년 전 즈음 가끔 들러 어떤 제품이 들어왔는지 구경하던 오디오 숍의 어느 귀퉁이에서 스쳤던 UL 사운드. 당시에 UL 사운드는 나에게 어떤 호기심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메이커였다. 한창 해외 메이커에만 열을 올리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랬을 법도 하다. 세월이 흘러 <비포 선라이즈>가 그랬듯 마치 처음 접하는 듯한 생경함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이로움으로 바뀌었다.

판매원 21 SOUND (02)2217-8667  
가격 1,180만원   사용 진공관 E80CC, 1626, 5Y3   주파수 응답 35Hz-30kHz(±0.5dB)  
입력 임피던스 600Ω, 100㏀   입력 감도 150mV   출력 임피던스 600Ω(XLR), 47㏀(RCA)  
출력 전압 10V(최대)   S/N비 -95dB    험 & 노이즈 -108dB   무게 2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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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6년 6월호 - 5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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