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li Rubicon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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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i Rubicon 6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4.12.01 00:00
  • 2014년 12월호 (509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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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콘의 유산이 듬뿍 담긴 루비콘의 매력

몇 년 전, 덴마크에 소재한 달리 본사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담당자의 안내를 받아 공장에 갔더니 약간 생경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한국에서 평론가가 온다고, 입구에 커다란 태극기를 걸어놓은 것이다. 순간 왠지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졌다. 앞으로 여기서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결국 우리나라의 위상과도 관련이 있겠구나 싶어서 더욱 긴장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당시 나는 달리가 총력을 기울여서 만든 에피콘 시리즈를 처음 접할 수 있었던 바, 직접 드라이버를 제조하면서 겪은 시행착오와 애로 사항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후, 이 모델을 개발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하위 기종에 담는 과정에서 본 기가 탄생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에피콘의 염가판인 것이다. 애호가 입장에서는 적극 환영할 만한 일인 것이다.
루비콘(Rubicon)이라 명명된 이 새로운 시리즈는, 일단 모델명이 암시하는 것부터 심상치 않다. 잘 알다시피 이 단어는 로마 북부에 흐르는 강의 이름으로, B.C. 49년, 카이사르가 군대를 이끌고 이 강을 넘어 로마를 점령하면서 나온 ‘루비콘 강을 건너다’라는 의미와 연관되어 있다. 실제로 본 기를 들으면 마치 루비콘 강을 건너듯, 결코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독특한 매력과 기술력이 숨겨져 있다.
여기서 드라이버부터 이야기를 해보자. 우선 언급할 것이 SMC(Soft Magnetic Compound)라는 기술이다. 이것은 드라이버 뒤에 붙는 자석의 퀄러티에 관계된 것으로, 이 자체의 퀄러티가 뛰어날수록 전기의 유도나 드라이버의 정확한 피스톤 운동이 좋아진다. 즉, 스피커의 시작이 바로 이 마그네틱 시스템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드라이버를 보면 6.5인치 구경의 미드·베이스가 눈에 띈다. 이른바 육반 사이즈로, 풀레인지 설계에서는 스탠더드가 되는 사이즈다. 이것을 베이스로 삼았다는 것은, 대부분의 음성 신호가 여기에 집중되어 있음을 뜻한다. 실제로 본 기의 담당 주파수 대역을 보면 38Hz-34kHz라는, 이 사이즈로는 이례적인 광대역을 자랑한다. 이중 거의 1kHz까지 이 유닛이 커버함으로, 그 성능을 따지면 거의 풀레인지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이것은 드라이버에 관한 풍부한 노하우를 갖춘 달리의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한다.

한편 이 유닛의 진동판은 목재와 파이버의 합성으로, 얇고 단단하면서 목질 특유의 어쿠스틱한 느낌이 잘 배어 있다. 이 진동판과 마그넷 시스템을 감싸는 것은 멋지게 디자인된 알루미늄 바스켓으로, 진동판 자체를 든든하게 감싸는 것은 물론, 열을 효율적으로 발산하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사실 심하게 표현하면 가끔 스피커가 불에 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거기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스피커 자체가 격렬한 피스톤 운동으로 고열에 시달리는 존재라는 부분을 빼놓을 수 없다. 냉각 시스템은 결코 파워 앰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이어서 하이브리드 트위터로 알려진 돔과 리본의 조합은 이미 달리를 세계적인 메이커로 만드는 데 크게 일조한 부분이다. 돔의 직진성과 리본의 개방성을 절묘하게 결합한 형태로, 양 타입이 갖는 단점을 교묘하게 극복한 케이스에 속한다. 특히, 이 부분도 개량이 가해져서 더 다이내믹하면서 넓은 방사각을 특징으로 한다. 이런 방식은 현재까지 동사가 유일한 바, 여러모로 흥미롭기만 하다.
전체 인클로저 구조를 보면, 고역과 중·저역 쳄버를 확실히 격리시킨 가운데, 위에 하나, 밑에 하나로 덕트를 합리적으로 배치한 점도 돋보인다. 최소한 고역과 중·저역이 섞이는 현상은 피한 것이다. 또 스피커 터미널에 바로 크로스오버를 직결시킨 가운데, 최단의 신호 경로를 추구한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전체적으로 에피콘을 만들면서 쌓은 노하우를 듬뿍 담아낸 결과, 이 가격대에서 상상하기 힘든 해상도와 다이내믹스를 구축한 점은 여러모로 칭찬할 만하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는 서그덴의 SPA-4와 LA-4의 조합으로 했고, 소스기는 TDL-18CD로 정했다. 첫 곡으로 얀센이 연주하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택했는데, 스피커의 사이즈를 초월하는 스케일과 빠른 반응이 무척 인상적이다. 세밀한 부분을 낱낱이 표현하면서도 전체적인 양감과 밸런스가 좋아서, 전체적으로 잘 완결된 형태를 보여준다. 자세히 들어보면 중앙에서 조금 왼편에 위치한 바이올린의 존재가 각별해, 집중해서 모니터링하게 한다.
샤데이의 ‘No Ordinary Love’는 전자음이 듬뿍 들어간 트랙이다. 그런데 그 음향이 결코 기계적이지 않고, 매우 자연스럽다. 특히, 저역의 표현이 좋아, 킥 드럼과 신디의 어택감이 일품이다. 그 위에 얹히는 샤데이의 보컬은 그냥 온 몸에 힘이 쑥 빠져 나갈 만큼 매혹적이다. 보컬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확산되는 잔향과 3D 영화를 보는 듯한 입체감은 본 기가 에피콘의 직계임을 실감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롤랜드 한나의 ‘Serenade’. 여기서 하이브리드 트위터의 진가가 멋지게 발휘된다. 심벌즈 레가토의 화려하면서 신명난 음향이 리듬 파트를 끌고 가는 가운데, 명징하면서 투명한 피아노의 프레이징이나 더블 베이스의 어택 등은 피아노 트리오의 매력을 한층 배가시키고 있다. 특별한 하자를 지적할 게 없을 정도로 빼어나고, 말쑥한 재생이라 하겠다. 

수입원 소비코AV (02)525-0704
가격 495만원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2) 16.5cm, 트위터 2.9cm 소프트 돔·리본 트위터
재생주파수대역 38Hz-34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800Hz, 2600Hz, 14kHz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88.5dB/2.83V/m  권장 앰프 출력 20-180W  크기(WHD) 20×99×38cm
무게 20.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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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4년 12월호 - 5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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