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oon ProductsEQA-5620 MK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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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koon ProductsEQA-5620 MK3
  • 최상균
  • 승인 2014.09.01 00:00
  • 2014년 9월호 (50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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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류의 흐름이 그대로 아름다운 음악으로

이번에 리뷰하는 제품은 사트리 UL 모듈이 장착된 포노 앰프 EQA-5620 MK3. 바쿤을 주재하는 나가이 씨는 아날로그 마니아로도 유명하고, 디지털의 ‘기계적인’ 음질을 자연스럽게 재현하는 DAC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바쿤이 탄생했다고 하니, 과연 그가 만든 포노 앰프의 음질이 어떨지 궁금하다. 게다가 MC 카트리지의 원리와 사트리 회로의 원리를 생각할 때 큰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MC 카트리지의 원리는 FBI 법칙
고등학교 때 물리를 배운 애호가들에게 ‘FBI’가 뭐냐고 묻는다면 ‘미국 연방수사국’이라는 답보다 반사적으로 오른손 세 손가락을 수직으로 펴지 않을까? 도체의 운동, 자기장의 방향, 전류의 방향을 알기 쉽게 손가락에 대입한 공식으로, 엄지손가락이 ‘F(힘)’, 집게 손가락이 ‘B(자기장)’, 가운데 손가락이 ‘I(전류)’의 방향을 나타낸다. 자기장을 고정시켜놓고 도체를 움직이거나, 도체를 고정시켜놓고 자기장에 변화를 주면 전류가 발생하며, 반대로 전류를 변화시키면 자기장이 변화되거나 운동을 발생시킬 수 있다. 비록 그 때 배운 물리 지식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별로 사용될 일이 없지만, 이 물리 법칙을 이용한 장치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대표적으로 모터나 발전기가 그렇고, 우리의 관심 영역인 오디오에서도 스피커와 카트리지가 그렇다. 카트리지는 바늘 끝이 음구를 따라 움직이는 ‘운동’으로부터 전류를 뽑아낸다. 코일을 고정시키고 바늘 끝과 연결된 자석을 움직여서 전류를 뽑는 방식을 MM(Moving Magnet)형이라고 하며, 자석을 고정시키고 바늘 끝과 연결된 코일을 움직여서 전류를 뽑는 방식을 MC(Moving Coil)방식이라고 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알다시피 MC형은 출력 전압이 MM형보다 매우 낮다. 두 방식이 모두 ‘같은’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것을 생각하면, MC형이 특별히 낮은 에너지를 낼 리는 없다. MC형의 손실이 매우 크다면 설명이 되겠지만, MC형에서 열이 많이 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 그렇다면 그 ‘에너지’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MC 카트리지의 전압을 MM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승압 트랜스포머를 생각해보면 된다. 트랜스포머는 전류를 전압으로 바꾸어준다. 그렇다면 MC 카트리지는 전압은 낮지만, 전압으로 바꿀 수 있는 충분한 전류를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즉, MM형이나 MC형이나 구조에 따른 차이는 있겠지만 운동에서 얻어내는 에너지 - 전력(전압과 전류를 곱한 것이 전력이다)은 비슷하다. 다만 MM형은 전압이 높은 대신 전류가 조금 흐르고, MC형은 전압은 낮은 대신 전류가 많이 흐른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포노 앰프, 아니 모든 앰프들이 전압 신호를 전송하고 증폭하는 구조로 되어 있으므로 전력의 나머지 부분, 즉 전류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가 없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MC형에서 출력되는 전력을 그대로 이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그렇다. 일찍이 그런 생각을 한 메이커가 있었다. ‘전류 전송과 전류 증폭’ 하면 떠오르는 메이커 - 여러분도 짐작하시겠지만 바로 바쿤이다.

전류 중심의 사트리 회로
특히 바쿤의 사트리(SATRI) 회로는 바쿤 ‘독창성’의 핵심으로, 기존 오디오의 신호 전송/증폭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집어, 전압을 중심으로 하는 전송과 증폭이 아니라 전류를 중심으로 한다. 즉, SATRI 회로에서는 증폭 소자의 증폭도에 의존하여 증폭하지 않고 단 2개의 저항의 비에 의해 증폭하는 것. 입력 신호는 저항 R에 의해 전류로 변환된다. 그 전류는 SATRI 회로에서 그대로 출력된다. 출력에 연결된 저항에 의해 출력 전류가 출력 전압으로 변환된다.
SATRI 회로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전송 케이블에서 저항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 일반적인 루프 형식에서 각 회로를 블록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커플링 커패시터를 배제할 수 있다는 점, 회로의 끝에 볼륨을 위치시켜 압도적인 S/N비를 얻을 수 있다는 점 등이다. 게다가 사트리 회로는 피드백을 전혀 걸지 않고 있는데,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음질의 개선 또한 커다란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바쿤에서는 이렇게 뛰어난 SATRI 회로를 모듈 형태로 만들어 자사의 제품에 적극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적인 오디오에서 OP 앰프를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OP 앰프와 사트리 모듈은 비슷한 일을 하지만 정반대(OP 앰프는 전압 전송/증폭, 사트리는 전류 전송/증폭)로 동작한다. 사트리 모듈은 SMD 등 미니어처 부품을 사용하여 실장 공간을 최소화시켰으므로 좁은 공간에도 배치가 자유롭고, 이에 따라 전원부의 간섭이나 좌우 채널의 간섭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현재 사트리 모듈은 EX와 UL의 두 버전으로 생산되고 있는데, EX는 48개의 트랜지스터를 포함하고 왜율 0.05%의 스펙을 갖고 있으며, UL 버전은 72개의 트랜지스터로 이루어져 있고 0.007%의 왜율을 자랑한다. 한국에는 UL 버전만 수입하고 있다고 한다.

큰 기대를 하게 만드는 MC 카트리지와 사트리 회로의 궁합
이번에 리뷰하는 제품은 사트리 UL 모듈이 장착된 포노 앰프 EQA-5620 MK3. 바쿤을 주재하는 나가이 씨는 아날로그 마니아로도 유명하고, 디지털의 ‘기계적인’ 음질을 자연스럽게 재현하는 DAC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바쿤이 탄생했다고 하니, 과연 그가 만든 포노 앰프의 음질이 어떨지 궁금하다. 게다가 MC 카트리지의 원리와 사트리 회로의 원리를 생각할 때 큰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먼저 EQA-5620 MK3을 찬찬히 살펴보자. 검은 아크릴 패널과 튼튼한 섀시, 베이클라이트 재질의 노브는 지난번 DAC-9730의 모습과 비슷하다. 왼편에 위치한 입력 실렉터로 MM형과 MC형을 선택할 수 있는데, 별도의 입력을 받을 수 있어서 턴테이블 두 대 또는 톤암 두 대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5620 MK3 포노 앰프의 내부에는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제어되는 뮤트 회로가 장착되어 있어서 실렉터를 돌리거나 게인을 변화시킬 때 자동으로 동작한다고 하는데, 작은 신호를 다루는 포노 앰프에서 꼭 필요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는 뮤트 버튼이 있어서 바늘을 음반 위에 놓을 때나 카트리지를 바꿀 때(유니버설 헤드셀을 쓰는 경우 매우 편리할 것 같다)를 배려했다.
게인은 -20dB, -10dB, 0dB로 선택할 수 있으며, 일반적인 MC 포노 앰프에 반드시 붙어 있는 임피던스 선택 기능이 없는 점이 특이하다. EQA-5620 MK3는 일반적인 포노 앰프와 회로가 다르기 때문에, 카트리지가 MC형인지 MM형인지만 구분하면 되고, 고출력인지 저출력인지 또는 임피던스가 얼마인지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며, 소리의 크기에 따라 게인만 조정하면 된다고 하니 서로 다른 특성의 카트리지를 동시에 사용하기에 무척이나 편리할 것이다. 뒷면에는 두 조의 입력과 그라운드 단자, 두 조의 출력이 있는데, 한 조는 일반적인 RCA, 한 조는 BNC 단자로서 앰프와 사트리 전송을 할 때 사용된다.
레가 ‘아페타(Apheta)’ 카트리지와 레가 RP8 턴테이블, 그리고 이와는 성향이 전혀 다른 반덴헐 ‘One’ 카트리지와 어쿠스틱 솔리드 머신 턴테이블을 연결하여 소리를 들어 보았다. 두 카트리지 모두 상당한 실력을 갖춘 고급 제품으로 음의 성향이 무척 다르다.
먼저 아페타로 들어본 아카르도/뒤트와의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에서는 극도의 섬세함이 돋보인다. 아페타의 놀라운 해상력은 익히 경험해보았지만, EQA-5620 MK3과의 콤비에서는 더욱 두드러지는 느낌이다. 아마도 포노 앰프의 신호대 잡음비가 매우 낮은 듯, 극도로 투명한 넓은 배경에 각각의 악기들이 세밀하게 자리 잡고 미세한 뉘앙스까지 정교하게 표현하여 귀는 물론, ‘눈’이 시원해진다.
반덴헐의 ‘One’에서는 아페타가 들려주었던 고역의 섬세함은 줄어들지만, 굵고 시원한 음색에 총주의 펀치력이 매혹적이었다.
서로 다른 음 성향을 갖는 두 카트리지의 개성이 포노 앰프에 의해 희석되지 않고 멋지게 들린다는 이야기는 5620 MK3이 중립적이면서 평탄한 응답 특성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와 같을 것이다.
두 카트리지의 음은 분명히 다르지만, ‘스트레이트’, ‘스피드’와 같은 키워드가 머릿속에 떠올랐는데, 이와는 별개로 편안함, 넉넉함,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회로나 기술면에서 군더더기 없이 철저히 정제되었지만, 그런 엄정한 회로를 갖는 기기들이 보편적으로 갖는 딱딱함이나 엄격함은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전류의 흐름이 그대로 음악의 흐름으로 바뀌었다고나 할까? 아날로그가 소수 마니아의 영역으로 축소된 요즘, 취미성과 성능, 그리고 편의성을 겸비한 훌륭한 포노 앰프의 출현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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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4년 9월호 - 5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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