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듣기 좋은 오케스트라의 울림이 얼마 전에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 시에 느꼈던 불만을 해소해주는 바람에 장시간을 듣게 되었다. 이어 로즈마리 클루니와 조 스태포드, 패티 페이지, 도리스 데이 등 올드 보이스를 듣는다. 방안 가득하게 울리는 보컬의 섬세한 질감이 귀에까지 가깝게 다가선다.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한 브랜드인 레거시 오디오는 설립된 지가 30년이 넘는 중견의 회사이다. 미국 중동부의 일리노이 주에 자리 잡고 있는 이 회사는 수많은 프로 뮤지션과의 공동 작업과 극장을 비롯하여 공연장, 교회 등의 프로용 오디오 시스템의 설치 업체로 탄탄한 기반을 닦아온 회사이다. 작년 말에 본지에 소개된 위스퍼 시스템은 동사의 가정용 하이파이 스피커의 최고봉의 제품이었고, 뒤이어 소개된 스튜디오 HD 시스템은 녹음 스튜디오의 모니터용으로 널리 사용되는 제품이다. 이번 호의 리뷰 제품인 익스프레션 HD 프리미엄은 가정용 홈시어터 시스템의 메인 스피커나 음악 감상 전용의 스피커 시스템으로 개발된 것이다. 위스퍼 시스템을 보았을 때 엄청난 물량을 투입한 초대형 시스템에서 제품의 이름에서 연상되듯 조용하고도 빠른 반응의 음을 내주었던 것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초대형의 시스템에서 느낄 수 있었던 위압감과는 거리가 먼 아담한 사이즈의 익스프레션 HD 프리미엄은 좁은 폭의 톨보이 형태를 취하고 있는 비교적 작은 크기의 시스템이다. 하나의 트위터와 두 개의 우퍼를 사용하여 38Hz에서부터 22kHz에 이르는 광대역의 주파수를 커버하고 있으며 능률도 1W 입력 시 94dB로 상당히 높게 잡혀 있다. 이렇게 보면 여타의 일반적인 스피커 시스템과 비교하여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제품인데, 트위터를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이것이 일반적인 돔 트위터가 아닌 리본형 트위터임을 알 수가 있었다. 일반적인 리본형 트위터는 대개가 사각형의 진동판을 채택하고 있지만, 이 제품은 얇은 필름에 음성 신호의 경로가 원형으로 감긴 형태를 취하고 있어 얼핏 보기에는 일반적인 돔형 트위터처럼 생겼다. 이러한 형태의 유닛은 과거 인피니티의 스피커 시스템에서 한동안 사용되었었는데, 오랜만에 이 모습의 유닛을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유닛을 수납하는 인클로저는 이들이 자랑하는 뛰어난 솜씨의 목공 기술을 적용하여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현대적인 경향과는 조금 벗어난 궤적의 제품 같지만 재생하는 음악을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에는 아직 목재만한 재료도 없는 것은 사실이다. 우퍼는 8인치 크기의 탄소섬유 보강 진동판을 사용한 유닛 두 개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들은 500Hz를 기준으로 대역이 분할되어 있어 중음역의 밀도 있는 재생을 추구하고 있다. 리본형 트위터의 채택으로 재생주파수 대역은 늘어났지만 시스템의 임피던스는 4Ω으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높은 능률을 유지하고 있어 연결되는 앰프의 선택에는 별다른 제약이 따르지 않는다.
시청을 위한 앰프로는 신세시스의 로마 510AC와 케인의 A-300P MK2가 준비되어 있었다. 신세시스 로마는 채널당 80W의 출력을, 케인의 앰프는 채널당 20W의 출력을 가지고 있어 둘 다 이 제품을 울리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저음역의 양감과 질에 따른 차이점은 있었지만 어느 앰프든 이 스피커 시스템과의 매칭은 무난하게 여겨진다.
처음의 연주곡은 마르첼로의 오보에 협주곡. 리드미컬하게 울려 나오고 있는 저음 현의 울림은 편집부의 시청실을 가득 채우고 있다. 우퍼와 미드레인지의 진동판의 강성이 높은 탓인지 저음부의 반응이 빠르고 윤곽이 깨끗하게 음이 만들어지고 있다. 초고역대에 이르기까지 재생주파수 대역이 확대되어 있어 현대적인 앰프와의 매칭 시에 확장된 공간감을 얻을 수 있다. 악기 간의 거리감도 적당히 벌려져 있고, 작은 음으로 배경에서 울려오는 쳄발로의 사운드도 공간을 뚫고 뚜렷하게 울려나오고 있다.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서주부의 오케스트라가 더 큰 스케일감으로 다가온다. 독주 바이올린은 약간 어두운 듯한 톤으로 진한 울림을 전하여 주고 있다. 저음현의 울림에서도 과도한 통 울림이 없는 맺고 끊음이 분명하여 저음의 윤곽이 선명하다. 이어서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을 계속 듣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시청을 위해서라면 빨리 끊고 다른 장르의 곡을 듣지만, 오랜만에 듣기 좋은 오케스트라의 울림이 얼마 전에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 시에 느꼈던 불만을 해소해주는 바람에 장시간을 듣게 되었다. 이어 로즈마리 클루니와 조 스태포드, 패티 페이지, 도리스 데이 등 올드 보이스를 듣는다. 방안 가득하게 울리는 보컬의 섬세한 질감이 귀에까지 가깝게 다가선다.

출력이 떨어지는 케인의 앰프를 연결하면 고역이 확장되고 악기의 윤곽이 선명하게 전개됨을 느낄 수가 있다. 현악 합주곡에서의 질감은 매우 훌륭하다. 여성 보컬의 음도 선명함이 더하여져서 더 선명한 무대가 그려지고 있다. 반면에 저음역의 에너지감은 확실히 부족하다. 음악을 들으면서 느끼는 부족감은 아니고, 리드미컬하게 제동이 되는 단단한 저음역의 재생이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고음역의 확대된 해상력은 이를 보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미국의 대규모 회사에서 만들어지는 제품들도 훌륭하지만 소규모의 회사에서 만들어지는 제품 중에는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는 제품들이 많이 있다. 레거시 오디오의 제품도 뛰어난 기량을 가진 회사임이 일련의 제품들의 시청을 통하여 입증이 되고 있다.

수입원 SP-오디오 (070)7119-5287
가격 368만5천원 구성 2.5웨이 3스피커 사용유닛 우퍼(2) 20.3cm, 트위터 2.5cm 스파이럴 네오 리본
재생주파수대역 38Hz-22kHz(±2dB) 크로스오버 주파수 500Hz, 3kHz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94dB 권장 앰프 출력 10-250W 크기(WHD) 27.3×97.7×27.3cm 무게 30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