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오디오 기기를 시청하다보면 유독 자주 접하게 되는 제품이 있다. 매월의 리뷰 제품 중에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스피커 시스템의 경우에는 어떠한 앰프로 구동 하느냐에 따라서 재생음의 결과가 변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다양한 앰프를 연결하여 들어보고 싶어진다. 하지만 시청실의 한쪽 벽에 늘어서 있는 많은 제품들 중에 딱히 이거다 하는 제품을 고르기가 힘들 경우가 있다. 해외의 어떤 잡지처럼 레퍼런스를 선정해놓고서 비교를 한다거나 집으로 기기를 보내와서 개인 시스템에서 시청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문제는 조금 쉬워질 텐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잡지의 발행 환경이 나빠지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여 기기의 시청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레퍼런스 기기 없이 그때그때 조달 가능한 제품과의 매칭이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매번의 시청은 새로운 도전의 연속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환경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최적의 매칭을 찾기 위한 시간이 오래 걸린다 뿐이지 어느 특정한 시스템을 만족시키는 기기만이 살아남는 편파적인 환경에서는 자유로울 수가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런 사정에서도 유독 자주 사용되는 인기 제품이 있기 마련인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케인의 진공관 앰프들이다.
이들 케인의 제품들 중에 가장 보편적이고 수월한 사용을 보장해 주는 제품이 EL34를 푸시풀로 구동하여 채널당 35W를 내어주는 A-50T이다. 최초의 제품이 소개된 것이 2011년이니까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의 일이다. 뒤이어 이듬해에 포노 EQ를 탑재한 A-50TP가 등장한다. 이후 시청실의 단골 앰프가 되어 수많은 스피커와의 매칭에서 우수한 실력을 보여 주었다. 이번 호의 시청에서는 이 제품이 가지고 있는 소리를 더 차분한 분위기에서 좀더 다양한 스피커 시스템과 연결하여 들어볼 기회가 주어졌다. 시스템의 예열 시간도 충분하고 매칭 스피커의 종류도 다양하게 준비 되었다.

우선의 스피커 시스템은 클립쉬의 콘월. 3웨이 베이스 리플렉스형 시스템으로 시청 제품 중 가장 대형. 하지만 높은 능률을 가지고 있어 재생에 필요한 에너지는 가장 적게 요구하는 제품이다. EL34를 출력관으로 하는 앰프들 중에서도 넓은 재생 주파수 대역과 여유 있는 에너지 감을 가지고 있는 A-50TP로서는 콘월을 드라이브하기에는 에너지가 넘친다는 인상도 들었다. 3극관을 싱글로 구동한 앰프에서 얻을 수 있는 섬세하면서도 밀도감 있는 저음역의 빠른 반응을 타고 나오는 경쾌한 음을 기대한다면 실망이겠지만, 실내를 채우고도 남는 풍성한 음악 에너지를 즐기는 것에는 아주 적합한 선택이 될 것이다.
이어 이번 호의 특집으로 선정된 일련의 스피커 시스템들과 시청실에 비치되어 있던 다수의 스피커 시스템을 연결하여 보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풍요로워지는 음의 전개는 스피커 시스템을 가리지 않고, 여유로웠고 실내의 공간을 구석구석 남김없이 고품위의 음악으로 채워주는 능력도 돋보였다. 이날의 시청에서 주로 들었던 곡은 여성 보컬. 오래된 녹음의 로즈마리 클루니, 조 스탭포드, 패티 페이지, 도리스 데이, 1950년대의 녹음 음반을 위주로 재생하였다. 이들의 음성에서 진공관 앰프에서 얻을 수 있는 매력의 음색을 충분히 맛볼 수가 있었다. 스피커 주위에서 맴도는 음이 아니라 갇혀 있던 음반에서 뛰쳐나와 실내의 한 복판에 위치하는 듯한 음상이 그려진다. 스피커의 종류에 따라서 그려지는 음상의 윤곽이 선명하기도 하고, 아니면 부드러운 조명 아래에서의 무대같이 푸근하고 희뿌연 음으로 편안한 공간을 연출한다.

스피커의 개성에 따라 변화되는 음의 공간을 즐기기에도 이 앰프는 부족함이 없다. 능률이 높은 스피커 시스템에서는 3극관 결합을 하여 출력을 16W로 유지한다. 이렇게 하면 소리의 표현이 섬세해지고 저음역의 과잉이 감지되지 않으면서 재생 음향이 깨끗해짐을 느낄 수가 있다. 포노 EQ를 구비하고 있는 앰프인지라 제대로 리뷰를 하려면 이 부분에까지도 시청을 해야 하지만 이는 나중에 포노 EQ를 구비한 앰프끼리 한꺼번에 모아서 비교 시청을 하는 기회를 갖기로 하고, 이번에는 CD 플레이어와 컴퓨터 음원을 위주로 시청하였다.
EL34를 푸시풀로 구성한 앰프는 무수히 많다. 가장 오래된 마란츠를 비롯하여 최근의 앰프 제조 회사들의 제품에 이르기까지 열거하자면 수십 가지를 댈 수 있을 정도이다. 이렇듯 많은 제품들이 이 진공관을 선호하는 이유는 소리를 만들어내기가 쉽다는 것에 있다. 기본적인 회로의 구성으로도 적당한 출력과 매력적인 음색을 즐길 수가 있는 앰프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앰프가 이렇다 할 특징이 없이 그저 그런 편안하게 음을 즐길 수 있는 제품으로만 인식이 되기 때문에 극소수의 몇 제품을 제외하고는 오래 기억에 남는 제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케인의 A-50TP는 EL34를 사용한 수많은 앰프 중에서도 오래 기억되는 제품이 될 것이다. 저렴한 가격도 가격이지만 음질도 우수하기 때문이다.
수입원 케인코리아 (02)702-7815
가격 148만원 사용 진공관 EL34×4, 12AU7×2, 12AX7×2
실효 출력 35W(8Ω, 울트라리니어), 16W(8Ω, 트라이오드) 주파수 응답 10Hz-50kHz(-1.5dB)
THD 1% S/N비 89dB 입력 감도 370mV 입력 임피던스 100KΩ 출력 임피던스 4Ω·8Ω
크기(WHD) 35×18.5×30cm 무게 13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