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스피커의 보루, 칼라스의 신제품이다. 칼라스의 제품을 들어 볼 때마다 느껴지는 감회가 있다. '이렇게 좋은 소리인데!'라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일부 오디오 사용자들의 경우 국산품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엇비슷한 등급에서 더 형편없이 낮은 수준인데도 외국산만 쳐다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왜 그럴까? 그 DNA를 분석하려면 장황해지지만, 이제 그런 열등의식도 서서히 사라질 법도 한데….
오디오 세계에서 이제 칼라스의 수준쯤 되면 어지간한 외국 상급 라인과 대등한 성능을 보여 준다. 대등하면서도 가격은 절반이나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동안 한 가지 결정적인 약점은 미려하지 못한 인클로저였는데, 지금은 거의 극복이 되었다. 본 시청기의 인클로저만 보더라도 이만하면 과히 나무랄 데가 없는 것이다. 이보다 더 호사스러운 인클로저를 만들면 대신 가격대가 올라가며, 그런 가격대의 차이는 결국 소리의 차이에 비하면 절대로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칼라스 제작진의 판단인 셈이다. 세기의 명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ATC나 JBL의 통을 보라. 결코 통이 멋지다고 해서 소리가 좋아진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3웨이 스피커는 만들기도 쉽지가 않다. 심지어 국내에서는 3웨이를 만들지 못한다는 소리까지 있었다. 지금에야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이 사라졌지만, 그러나 소형기로 3웨이의 명기를 보기란 쉽지가 않다. 제작사로서도 만들기 어려우며 지고지난한 튜닝이 따라야 하는 과정을 좋아할 리가 없을 것이다. 그냥 겉보기의 3웨이가 아니라 제대로 된 3웨이, 게다가 소형기에 그러한 기술을 투입해 성공시킨다면 사실 스피커의 이상은 그런 데에 있을지 모르겠다. 칼라스는 위험하게도 초창기부터 3웨이의 소형기에 도전을 해 왔고, 그동안 여러 모델을 거치는 동안 이제 완성도가 가장 높은 3웨이 소형기를 개발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본 시청기를 칼라스에서는 북셀프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건 좀 이상하다. 3웨이 소형기는 맞지만 서가에 들어갈 만한 체구는 아닌 것이며, 스탠드에 거치해도 보통의 소형기보다는 체구가 더 당당한 것이다. 아마 북셀프처럼 부담감이 없는 소형기라는 표현이라 생각된다.
본 시청기는 칼라스 소형 3웨이의 대표 모델이다. 주문형의 하이엔드 인테그랄이 별도로 있고, 본 기는 양산 제품이다. 6.5인치의 우퍼, 4인치의 미드레인지를 채용했고, 그리고 실크 돔 트위터는 종래의 모델을 개량해 전면 금속 망을 제거하고 특성도 신 설계에 따른 것이다. 인클로저는 칼라스 제품으로는 드물게 고급화되어 있다. 가죽으로 외장을 마감했고, 공진을 억제하기 위하여 겹으로 설계한 내벽, 다시 거기에 내부 브레이스 처리 등 세심한 공정을 기했다. 후면의 덕트는 알루미늄을 통 절삭한 것. 스피커 단자 판 역시 알루미늄을 가공한 것으로 미려하기 짝이 없다. 전면 우퍼의 배플 역시 저역 에너지의 안정을 위해 통 알루미늄을 절삭 가공했는데, 사용된 알루미늄만 해도 어지간한 고가 앰프에 필적할 만하다.



칼라스의 무기는 특허에 빛나는 4차 필터의 네트워크. 여기에 3웨이의 튜닝을 실시, 최적의 공간감과 농밀한 질감을 만드는데 성공하고 있다. 그리고 내부 정재파 '0'를 목표로 추구했고, 가청대역에서 최대의 평탄 특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타 기종이 함부로 모방할 수 없는 수준이다. 참고로 옵션으로 1차 필터를 추가할 수 있는데, 이 옵션을 추가하면 한 개의 스피커로 2개의 스피커를 사용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본 기에서 음악이 울리자마자 다른 소형기와는 차원이 다른 풍요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음을 억지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바람처럼 자연스럽게 확장되며, 그러면서도 해상력이 뛰어나다.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의 총합주 부분에서 돌진하는 기병들의 머리카락이 바람결에 흩날리는 모습이 연상된다. 음이 몹시 맑기 때문일 것이다. 안네 소피 무터가 연주하는 타이스의 명상도 달빛 아래 고적하게 휘감아지는 현의 여운을 느낄 만하다. 보컬도 조금도 나무랄 데가 없다. 'Too Young'을 부르는 지나 로드윅의 목소리는 달콤함과 애수가 버무려지는 교태가 만점. 그리고 고가인 다질의 인티앰프와 연결하자 분위기는 다시 한 단계 레벨업이 된다. 왜 칼라스가 본 제품을 회심의 역작이라 자평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겠다.
이 제품의 가격을 알고 나서 더욱 놀랐다. 감히 제언코자 한다. 모든 스피커를 들어 보기 전에 이 작은 체구의 당당한 3웨이를 꼭 먼저 시청해 보시기를 바란다. 아니면 맨 나중에 들어 봐도 더욱 좋겠다. 새삼 칼라스의 지금을 절감할 수 있으며, 우리 장인의 기술과 능력을 아로 새기는 기회가 되리라.

제조원 금잔디음향 (02)953-0940
가격 192만5천원(1차 필터 추가 옵션 25만원)  구성 3웨이 3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6.5cm, 미드레인지 10.1cm, 트위터 2.5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