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도의 또 다른 매력을 눈부시게 확인하다

그라도는 익히 알려져 있듯이, 록이나 메탈을 즐겨 듣는다면 꼭 한 번은 경험해야 할 브랜드이다. 그만큼 일렉 기타의 특유의 톤과 질주하는 메탈 특유의 쾌감을 그 어떤 브랜드보다 매력 있게 전해준다. 이들이 출시하고 있는 대부분의 제품들에서 이런 성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덕분에 '록·메탈=그라도'라는 공식이 자연스레 이야기되며 이른바 마니아층을 만들어내고 있다. 반면 그라도의 인이어 이어폰은 기존 그라도 헤드폰 콘셉트와는 조금은 다른 독자적인 노선을 걷고 있다. 헤드폰보다는 개성이 덜하다는 인상이며, 처음 튜닝 및 설계를 했을 때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접근했을 듯하다.
그라도의 인이어 라인업은 총 3가지로 iGi, GR8, GR10으로 구성된다. 다른 헤드폰·이어폰 브랜드에 비하면 확실히 적은 수인데, 그만큼 확실한 제품만 출시한다는 이들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디자인은 헤드폰과 마찬가지로 가격에 비해 분명 아쉬운 점들이 있지만, 그라도의 전통성(?)을 잘 이해한다면, 이 부분도 무난히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인이어 시리즈 중 가장 엔트리 모델인 iGi 이어폰이다.


상위 모델인, GR8과 GR10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덕분에 가격은 그만큼 또 많은 등급 낮춰진 것이 특징. 하우징 부분도 상급기의 메탈 재질이 아닌, 고무 재질로서 최대한 실용적으로 접근한 듯한 인상도 든다. 임피던스는 그라도 인이어 라인업에서 가장 낮은 24Ω 수준으로, 구동이나 매칭에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보인다.
사실 전혀 기대하지 않고, 첫 음악을 걸었는데, 말 그대로 기대 이상이다. GR8과 GR10 모두 들어보았지만, 오히려 가장 그라도 헤드폰 성향과 닮아 있다는 느낌. 어찌 보면 상위 모델과 완전히 다르게 접근해도 될 만큼 성향이 달라져 있었다. 상위 모델들이 탄탄한 음악적 밸런스를 선보였다면, 이 제품은 조금은 거칠고 고역·저역으로 치우쳐진, 그래서 오히려 더 매력 있고, 개성적인 음들을 만들어낸다. 한 마디도 음악 듣는 재미가 있다는 이야기. 그라도를 좋아하게 된 그 느낌들이 들으면 들을수록 살아난다. 의외의 수확이다.
그라도 특유의 메탈 쾌감도 이 제품에서는 제법 잘 만들어내고 있다는 인상. 물론 헤드폰처럼 묘한 공간감을 만들어내고 있지는 않지만, 디스토션 걸린 느낌이나 질감들을 그라도 특유의 매력들로 살려내고 있다. 상위 모델들이 약간은 깨끗하고 차가운 느낌이 있었는데, 이 제품은 따뜻하고 거친 이미지가 강하다. 깨끗한 미성보다는 마초적인 남성 보컬의 매력이 아주 잘 전해진다. 저음 역시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기분 좋을 정도의 타격감으로 무대를 풍성하게 해준다. 해상력은 GR8·GR10의 상위 제품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동급 가격대 이하의 실력을 보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역시 클래식이나 여성 보컬에서는 아쉬운 점도 보이지만, 록·메탈과 만났을 때의 매력은 그라도라는 네임 밸류를 확실히 보장해주고 있다. 역시 그라도는 밸런스를 추구한 것보다, 이런 확고하고 과감한 개성이 더 매력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한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가격 13만8천원 주파수 응답 20Hz-20kHz 감도 105dB 임피던스 24Ω 무게 9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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