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듣는 맛을 잘 살려주는 그라도의 매력


그라도의 헤드폰은 이미 국내에서도 확고한 팬들을 거느리며 자신만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데, 그들의 이어폰이라면 사실 조금 낯설기도 하다. 헤드폰이 확실한 그라도만의 개성이 있었다면, 인이어 이어폰은 이런 개성을 과감히 죽이고 밸런스 위주로 튜닝되었기 때문이다. 헤드폰이 오픈형 디자인이었기 때문에, 그 특유의 사운드를 만들 수 있었다고 본다면, 사실 인이어 이어폰에서 이런 것들을 담기란 분명 어려웠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이 낯설음은 새로운 도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라도의 인이어 라인업은 iGi, GR8, GR10으로 구성되어 있다. 헤드폰과 마찬가지로, 특별히 디자인화 되었다는 인상은 없다. 가격에 비해 지극히 심플한 하우징이지만, 또 모던하고 깔끔한 면모로 본다면 그리 나쁘지도 않다. 개인적으로도 거추장스럽게 화려한 디자인보다는 오히려 이런 감각이 더 가치 있어 보인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GR8으로, GR10의 아래 모델이다. 얼핏 보아서는 GR10과 큰 차이가 없다. 하우징에 푸른색의 광택이 더해져 있을 뿐인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GR8 쪽이 더 고급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그라도의 헤드폰 라인처럼 애초부터 모델 디자인에 큰 차이를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색깔로서의 구분 정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GR8의 임피던스는 120Ω으로 제법 높은 수치이다. 그래서 포터블 앰프와 매칭할까도 생각해보았는데, 실제 직결로도 구동이나 볼륨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일반 32Ω 수준의 이어폰보다 볼륨이 1-2 정도 더 먹는 수준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물론 앰프를 더하면, 한층 더 생기 있는 사운드와 절제감 등이 보상된다. 사운드 성향은 이전 GR10과 마찬가지로 그라도 헤드폰의 느낌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곡 저곡 걸어보아도, 특정 음악을 가린다는 느낌은 비교적 적고, 밸런스가 딱 잡힌 풍부한 음역대를 들려준다. 해상력은 상당한 수준이고, 중·고역의 찰랑거리는 느낌도 상당히 상쾌하다. 저음이 오히려 부족하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포터블 앰프를 걸어보니, 또 어느 정도 적절한 펀치감을 만들어준다. GR10과 마찬가지로 약간은 서늘하다는 인상이다. 그만큼 일렉 기타의 금속성 느낌은 또 절묘하게 만들어내는데, 해상력 역시 상당한 수준이라 한음 한음 짚어가는 속주 프레이즈를 캐치해낼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소리가 앞으로 튀어나오는 듯한 형상이며, 음악 듣는 재미를 제법 살려주는 맛이 더한 느낌이랄까. 묘하게도 들으면 들을수록 이끌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개성을 죽인 것 같은데도, 묘하게도 그라도라는 브랜드가 떠오른다. 한 번쯤 들어볼 만한 흥미로운 이어폰이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가격 42만9천원 유닛 무빙 아마추어 주파수 응답 20Hz-20kHz 감도 118dB 임피던스 120Ω 무게 9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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