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애호가들에게 가장 반가운 소식


자, 지금 LP의 문제가 무엇일까? 워낙 좋은 턴테이블과 암과 카트리지가 나오는 판국이므로, 하드웨어 쪽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봐도 좋다. 문제는 소프트웨어 쪽으로, 신보가 거의 없고, 리마스터링된 LP가 나와도 전성기 때 찍은 음반보다 음질상 우위에 있다는 장점을 찾아볼 수도 없다. 어쩔 수 없이 중고 음반을 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몇 천만원짜리 첨단 턴테이블에 몇 십 년 전에 제작한 중고 LP를 올려놓는 기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결국 클리너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그간 다양한 제품들이 선을 보였지만, 이번에 소개할 메라 ELB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독일 하이테크의 정수를 담은 정교함과 아날로그 기기를 다루는 느낌이 풍부한 손맛에 이르기까지 본 기가 가진 매력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여기서 본 기를 포함한 한늘(Hannl) 사의 제품들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열거해본다.

첫째는 특수 액체를 LP 표면에 뿌리는 것이고, 둘째는 이를 브러시로 닦아내서 먼지까지 잡아내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이를 말끔히 흡입해서 LP에 이물질이 남지 않게 하는 것이다. 물론 이 세 가지 기능을 하나의 암에 담을 수도 있다. 전작인 메라 EL의 경우 두 개의 암으로 이를 처리했다. 본 기에 이르면 각각의 기능을 암 하나씩이 담당하게 해서, 완벽한 구분을 해주고 있다. 어떤 기기든 마찬가지지만, 이렇게 기능을 분리해서 사용할수록 완성도와 만족도가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다. 우선 외관부터 보자. 흡사 무슨 턴테이블을 보는 듯한 모습인데, 기본적으로 음반을 올려놓고 돌린다는 점에서 이런 형상은 운명적이기까지 하다. 아크릴로 된 몸체에 사방의 에지는 알루미늄으로 처리했고, 마무리 색깔은 여러 옵션이 있다. 이번에 받아본 제품은 검정색으로, 가장 무난한 컬러가 아닐까 싶다. 속이 훤히 다 비치는 투명한 옵션도 있다고 하니 좀 궁금하기는 하다. 전면에 보면 여러 개의 스위치가 나 있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왼쪽 위에서부터 차례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턴테이블이 도는 방향을 지정해주는 버튼이 있다. 왼편으로 혹은 오른편으로 돌아갈 수 있는 선택 사항이 제공된다. 그 밑의 두 개는 돌아가는 속도를 조절하는 바, 빠르게 혹은 느리게 선택할 수 있다. 아무래도 느린 쪽이 오랫동안 꼼꼼히 잘 닦지 않을까 추측해본다.이어서 오른편 상단에 나 있는 것은 터빈 버튼으로, LP에 뿌려진 액체와 함께 먼지를 회수하는 기능이다. 그 강도가 무려 다섯 가지나 된다. 사용하다 보면 감각적으로 어떤 쪽이 나을지 판단이 서지 않을까 싶다. 또 맨 밑에 난 것은 펌프 버튼으로, 이를 누르면 액체가 분사된다. 그 양도 사용하다보면 손에 익을 것 같다. 사실 이런 여러 조절 버튼을 일률적으로 기계화해서 버튼 하나로 줄일 수도 있다. 많은 메이커들은 이런 간편한 조작법을 선호할 것이다. 하지만 LP를 만지고, 턴테이블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이런 특별한 손맛이 필요하다. 그 점에서 이런 다양한 옵션을 준 점은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한편 위에서 내려다보면 오른편에 작은 버튼이 부착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을 빼면 안에 구멍이 나 있는 바, 여기에 특수 액체를 집어넣는다. 그 액체는 레이니거(Reiniger)라는 제품으로, VI3C와 X2000이라는 액체 두 종을 1:1로 혼합해서 넣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그간 LP는 물로 닦아야 좋다는 등, 여러 의견이 분분했지만, 이 액체가 말끔히 먼지를 흡수할 뿐 아니라, LP 자체에 일체 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LP 애호가들에겐 마법의 약으로 통하지 않을까 싶다. 턴테이블 자체는 CNC 가공 처리된 스틸이며, 그 위에 얹힌 매트는 스펀지 형태를 띠고 있다. 자세히 보면 LP와 같은 재질을 사용하지 않았나 싶은데, 본 기의 성격상 정확한 선택이라 하겠다. 실제로 먼지가 가득한 LP를 올려놓고 사용해보니 그 효과는 놀라웠다. 또 클리닝을 진행하는 일련의 과정이 다도와 같은 격식이나 위엄이 있어서, 사용상의 만족도도 크다. 일본에서 한늘의 인기는 압도적으로, 무려 800개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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