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스피커를 구현하다


그런 차에 이번에 만난 복스액티브(Voxativ)의 암페지오(Ampeggio)라는 스피커는 여러 모로 혁신 그 자체다. 일단 꿈의 유닛이라 할 만큼, 스펙에서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 모델에 들어간 AC-3X라는 드라이버는, 생긴 모양은 로더의 제품을 연상시키지만 그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A부터 Z까지 모든 부분에 개선이 이뤄졌고, 그게 모아져서 놀랍도록 광대역하고, 디테일한 음을 내는 스피커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를 위해 유닛에 들인 공부터 따져보자. 우선 흔히 떠올리는 알니코 자석에 대한 환상이 없다. 이보다 몇 배나 자성이 강력하고, 내구성이 좋은 네오디뮴을 도입해, 스피드나 다이내믹스에서 빼어난 특성을 보여준다. 덩달아 감도도 좋아져, 무려 100dB의 수치를 갖는다. 제일 관심을 가질 만한 저역 특성을 보면 무려 38Hz까지 내려간다. 어지간한 2웨이 북셀프 스피커들이 50Hz에 멈추고, 3웨이 톨보이도 40Hz 부근에서 멈추는 것을 보면 상당한 스펙이다.사실 유닛이 이 정도 실력이면, 어떻게 통을 짜던 좋은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재료가 좋으면 요리사의 재주는 억제할수록 좋은 법 아닌가? 그러나 이 대목에서 진정한 독일 장인 정신이 솜씨 좋게 발휘된다. 사진에서 보면 알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백 로드 혼 스타일로 콘셉트를 정했다. 이럴 경우, 뒤에서 나오는 음이 자연스럽게 혼을 타고 앞으로 나와 저역이 풍부해지고, 디테일도 좋아지게 된다. 단, 그 과정에서 어떻게 통을 짰냐가 이 메이커의 진짜 노하우라 보인다. 사실 스피커라는 존재는, 기본적으로 진동판이 앞뒤로 움직이는 구조다. 앞으로 나가는 음이야 당연하지만, 뒤로 빠지는 음을 어떻게 처리하냐는 모든 디자이너들이 머리를 쥐어짤 수밖에 없는 숙제다. 이 부분을 풀기 위해, 엄밀하게 디자인된 보강재를 적절히 배치해서 백 로드 혼이 자연스럽게 뒤로 구부려져 앞으로 뻗게 만들었다. 또 단순히 튼튼한 목재만 쓴다고 음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 대목에서 독일의 전설적인 피아노 메이커 쉼멜(Schimmel)의 도움을 받았다. 원래 피아노라는 것은 다양한 목재를 이용해 음을 튜닝하는 악기로, 메이커마다 노하우가 다르다. 그런 기술을 쉼멜로부터 이양 받아, 인클로저는 실제 이 피아노 회사에서 만들어졌다. 당연히 피아노 래커 마감도 정석대로 해서, 1mm 두께의 폴리우레탄을 10번이나 칠하고 다듬는 과정을 거쳤다. 이 래커 칠이라는 것도 음에 관계되기 때문에, 본 기의 음악성 일부분은 당연히 쉼멜의 몫이라 하겠다. 시청에는 톤(Tone)의 300B 인티앰프 클라라에 골드문트 에이도스 20 CD 플레이어를 동원했다.

우선 첫 곡으로 들은 얀센 연주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수도 없이 들은 곡이라 바로 본 기의 장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우선 베일을 몇 겹 벗긴 것처럼 싱싱하고, 생동감 넘치는 음이 나왔다. 연주자의 숨결이 더 가깝게 느껴지고, 음 하나하나에 호소력이 대단하다. 풀레인지라기보다는 안에 우퍼를 담은 듯, 저역의 표정이 풍부하고, 빠르며, 전대역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에서 연신 감탄사를 냈다.조수미의 '도나 도나'는 이런 타입의 스피커가 낼 수 있는 최대의 장기. 과연 풍윤하면서 감촉이 좋은 목소리가 기분 좋은 기타 반주로 은은히 퍼져 나온다. 툭툭 던지는 더블 베이스의 리듬감이 부담스럽지 않고, 환각적인 클라리넷은 허공에 너풀너풀 춤을 춘다.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마지막으로 오스카 피터슨의 'You Look Good to Me'. 과연 38Hz라는 수치가 과장이 아닌 듯, 딥 베이스가 자연스럽다. 피아노의 터치에도 힘이 넘치고, 드럼의 질주는 눈부실 지경. 절대로 대역이 좁거나 답답하지 않다. 탁 트인 고역에 약동감 넘치는 저역은, 이 스피커가 얼마나 대단한 테크놀로지로 무장되어 있는지 충분히 절감하게 한다. 정말로 대단한 물건이 나온 것이다.

수입원 오디오갤러리 (02)926-9085가격 4,500만원 사용 유닛 Voxativ AC-3X 주파수 응답 38Hz-20kHz 출력음압레벨 100dB/W/m 크기(WHD) 40×110×35cm 무게 5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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