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이런 고전기의 디자인은 보는 것만으로 가슴을 설레게 한다. 디자인에서부터 풍겨오는 그 소리의 맛, 확실히 오디오는 미적인 요소를 무시할 수 없다. 오디오를 좀 오랫동안 보아왔다면, 디자인이 옛 추억의 사진처럼 확실히 익숙할 것이다. 그렇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알텍의 모습들이 이 스피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물론 이 제작사는 오랜 역사를 가진, 유럽의 어느 중견 브랜드도 아니다. 오히려 캐나다 태생이며, 사업을 출범하지도 얼마 되지 않은 신생 업체의 연혁을 가지고 있다. 실제 주력으로 출시한 스피커도, 단 세 모델. 그런데도 이들 제품들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 막연한 알텍의 재현이 아닌, 그 시대의 풍미와 현대적인 기술력을 조합시켜, 현 시점 가장 완성도 높은 동축 스피커를 만들어낸 것이다. 요즘 가장 뜨겁게 주목 받고 있는 고전적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스피커 브랜드, 바로 헤레틱(Heretic)에 대한 이야기이다.

헤레틱은 현재 3가지 모델을 주력으로 내놓고 있는데, AD614, AD612, 그리고 모델 A가 중심되어 있다. 생긴 것도 알텍을 연상시키지만, 모델명까지 알텍의 명기, 612, 614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모델 A 역시 알텍의 A7이 여러 모로 연상된다. 참고로 AD는 스테레오파일의 리뷰어로 활약했던, 고 아트 더들리에 대한 존경을 담았다고 한다. 창립자는 로버트 가보우리로 이미 여러 스피커 브랜드에서 제작해온 베테랑 엔지니어로 명성 높은 인물. 그런 그가 알텍에 주목했고, 캐비닛, 유닛, 크로스오버까지 모든 것을 지금 시점에 맞게 재해석·재탄생시켰다. 구동에 스트레스 없는 감도 높고, 퀄러티 높은 동축 스피커를 완성해 낸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가장 막내 모델이지만, 헤레틱의 진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제품이다. 바로 AD614를 소개한다.

디자인은 역시 알텍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히 깃들어져 있다. 색상 이름도 무려 알텍 그레이. 확실히 이 색깔이 오히려 요즘 트렌드에 맞는 뉴트로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실제 보면 색감이 진짜 잘 살아 있다. 특히 수입상에서 자체 제작한 스탠드와 깔맞춤도 일품인데, 스탠드 마운트로 AD614를 편하게 거치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고풍스러운 철제 로고라든가, 고전적인 나사 포인트, 큼지막한 전면 포트, 대형 동축 유닛, 황금 비율의 캐비닛 등 알텍스러운 것들이 많이 녹아들어 있다.

물론 알텍을 오마주했지만, 단순히 복사하여 내놓은 것은 절대 아니다. 알텍 인클로저를 기반으로 어떻게 하면 가장 최고의 사운드를 얻어낼 수 있나 치열하게 연구한 것인데, 그 중심에는 303 헤레틱이라는 12인치 우퍼와 1인치 컴프레션 드라이버가 결합된 동축 트랜스듀서가 자리한다. 97dB라는 감도가 말해주듯, 출력에 구애 받지 않으면서도, 품격 높은 동축 사운드를 최고의 퀄러티로 즐길 수 있다. 특유의 시원시원하게 터져 나오는 소리의 향연은 일품인데, 유닛의 기본 퀄러티나 완성도 자체가 원체 뛰어나다. 크로스오버 쪽도 과감히 손보았는데, 2차 시리얼 타입 Linkwitz-Riley 크로스오버를 적용하여, 기존 제품의 왜곡이나 중첩 현상을 해결한 모습이다. 캐비닛 디자인 역시 최적화시킨 모습이고, 전면 포트 역시 원활한 저역을 위해 한층 더 보강했다.

이를 통한 주파수 응답은 45Hz-22kHz. 아주 준수하다. 감도까지 97dB로 마무리되어, 300B 싱글의 아름다움의 정취를 부담 없이 만끽할 수 있고, 좀더 출력 높은 TR의 파괴적인 다이내믹도 무리 없이 운영이 가능하다. 실제 권장 앰프 출력 역시 3-300W로 범용성이 높은데, 재생음 자체가 퀄러티가 높기 때문에, 좀더 급수 높은 앰프와 매칭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물론 TR보다 진공관 쪽이 더 찰떡같은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데, 높은 감도 때문에 노이즈까지 크게 노출되는 사운드는 아니다. 기본 설계 자체가 굉장히 잘 되어 있다는 것이 사운드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실제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 일단 시작부터 커다란 양감이 무대를 꽉 채운다. 잘못 설계된 어색한 대역의 동축 유닛의 단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대역이 겹치는 부분에서 굉장히 자연스러운데, 음이 뚝뚝 끊기는 듯한 미묘한 어색함을 완전히 해소시켰다. 대형 무대를 확인시키는 대편성의 맛도 기대 이상으로 즐길 수 있었으며, 기대 이상으로 떨어지는 저음의 맛도 굉장히 훌륭하다. 순간 이 제품의 크기를 잠시 잊었을 정도. AD614의 진정한 의미는 재즈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이쪽은 정말 무조건 꼭 들어봐야 한다. 그 특유의 진득한 온기부터, 리듬감 있는 탄력에 악기의 뉘앙스까지, 정말 혼을 빼놓는 사운드가 말 그대로 재즈를 멈출 수 없게 만든다.

가격 1,450만원(스탠드 별매)
구성 2웨이, 동축형 스피커
사용유닛 30.4cm·2.5cm 코액셜 컴프레션 드라이버
재생주파수대역 45Hz-22kHz(-6dB)
크로스오버 주파수 1.7kHz
출력음압레벨 97dB/2.83V/m
임피던스 8Ω
권장앰프출력 3-300W
크기(WHD) 48×65×37cm
무게 20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