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래스A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이다. 그야말로 트랜지스터 퓨어 클래스A의 역사이자 출발점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고집 센 외골수 장인 제조사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는 곳이다. 지금처럼 효율 중시의 클래스D로 많이들 변해버린 시점에서도, 이들은 클래스A를 고수하며, 가장 완성도 높은 클래스A 제품들을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로서 출시하고 있다. 특유의 높은 음악성과 뛰어난 사운드 퀄러티, 그리고 시대를 거쳐 최적화된 클래스A 회로까지 이들을 기억해야 할 것들이 참 많이 있다. 클래스A의 정점이자, 회로의 최종적인 발전을 보여주는 곳, 바로 영국의 서그덴(Sugden)이다.
서그덴의 역사는 무려 1967년부터 시작되었는데, 제임스 에드워드 서그덴이 세계 최초의 트랜지스터 퓨어 클래스A 제품 A21을 선보이며, 클래스A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트렌드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당시 클래스A의 놀라운 음질과 뛰어난 음악성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는데, 이후 다른 제조사들 역시 클래스A 스타일에 도전하면서 이런 시류를 따라 잡으려 노력한다. 물론 서그덴은 예나 지금이나 원조의 품격으로 클래스A에 완전히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그 태초의 A21이 아직도 같은 모델명으로 출시된다는 것이다. 전체 라인업은 A21, 마스터클래스, 사파이어, 그란데로 나뉘어 있고, 프리앰프, 파워 앰프, 인티앰프, 포노 앰프, DAC, 헤드폰 앰프까지 제법 다양한 제품들이 서그덴의 이름으로 출시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서그덴의 주력 시리즈라 할 수 있는 마스터클래스(Masterclass)의 인티앰프, 바로 IA-4이다.

마스터클래스 시리즈는 17년 이상 이어져온 간판 라인업으로, 50주년 기념작 ANV-50부터 LA-4 프리앰프, SPA-4 스테레오 파워 앰프, MPA-4 모노블록 파워 앰프, PA-4 포노 앰프, DAC-4 소스기기, 그리고 이번 IA-4 인티앰프까지, 정말 탄탄한 구성의 제품들이 준비되어 있다. 모든 제품들은 모두 영국 요크셔에서 숙련된 기술자에 의해 수공업으로 제작이 진행되는데, 이 점만 보더라도 원가를 줄이려 타국에 생산을 맡기는 시대적 흐름과는 다른, 장인 정신을 중심으로 한 전통성을 보여주고 있다.
디자인은 역시 서그덴 특유의 시그니처 디자인이 잘 녹아들어 있는데, 특유의 대형 노브 스타일이나 정갈한 좌·우 방열핀, 두툼한 전면 패널 등 멀리서 보아도 서그덴임을 알게 하는 그 클래식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특히 서그덴의 고유 색상인 티타늄 색상뿐만 아니라, 오렌지 컬러도 추가되어 좀더 젊은 감각을 보여주는데, 여기에 대한 반응도 상당히 좋은 편. 특히 조잡한 색감이 아니라 스포츠카 같은 굉장히 비비드한 느낌으로 패널 마감에 얼마나 공들였는지 알게 하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해외에서는 더 다양한 색상의 패널들을 보여주는데, 전통의 기업이 보여주는 변화의 바람이 꽤 보기 좋다.

출력은 33W. 단순히 수치만 놓고 보면 의아해할 수 있지만, 클래스A와 탄탄한 전원부가 바탕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 대형 플로어 스탠더 모델들도 아주 유려하게 울려내는데, 클래스A의 음악성 및 음질과 맞물려, 이런 게 진짜 음악적 질감이라는 것을 대번에 깨닫게 만든다. 특히 발열을 굉장히 잘 잡아낸 제품인데, 클래스A라면 생각나는 뜨거운 열기에 기기 자체가 녹아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확실히 원조의 노하우는 뭐가 달라도 확실히 다르다. 아날로그 입력은 MM 포노 하나와 RCA 4계통을 담아내고, 고급기답게 XLR 1조도 빼놓지 않고 있다. 프리 아웃과 테이프 아웃을 하나씩 지원하여, 좀더 활용도를 높였다. 디지털 쪽은 완전히 빠져 있긴 하지만, 여기에 관해서는 하프 사이즈의 DAC-4를 따로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내부를 보면, 역시 대형 토로이달 트랜스가 거대한 위용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완성도 높은 전원부의 원류가 여기에 있다.

실제 사운드는 역시 클래스A. 공기감 자체가 완전히 다른 무대가 가슴을 뜨겁게 한다. 적당히 무게감을 갖는 곡의 분위기며, 윤기 있게 터져 나오는 아름다운 목소리, 부드럽게 긁히는 현의 소리 등 음악을 계속 듣게 만드는 힘은 엄청난 매력이다. 아마 대부분 첫 음을 듣자마자, ‘아! 이게 클래스A구나’ 직감할 수 있을 텐데, 그만큼의 음의 시작점과 끝 음 자체가 톤이나 음질적으로 엄청난 이점을 보여준다. 듣는 내내 33W라는 출력 수치가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구동력도 좋은데, 가장 대표적인 클래스A 제품이 들려주는 다이내믹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었다. 참고로 진공관의 따뜻함 혹은 부드러움에서 더욱 발전한 느낌인데, 힘의 댐핑 자체가 일단 깊숙이 바탕 되어 무대를 완전히 장악하는 모습이다. 저역의 양감도 굉장히 좋으며, 그 온화한 부드러움과 음의 윤기를 만끽하고 싶다면, 서그덴의 IA-4를 꼭 한 번 기억하고 청음해야 할 것이다.

가격 1,380만원
실효 출력 33W
아날로그 입력 RCA×4, Phono×1, XLR×1
아날로그 출력 Pre Out×1, Tape Out×1
주파수 응답 14Hz-200kHz(±1dB)
입력 감도 125mV, 2mV(MM)
크기(WHD) 43×16.5×44cm
무게 20kg(Sh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