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ndor Classic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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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ndor Classic 100
  • 김편
  • 승인 2022.03.11 16:27
  • 2022년 03월호 (59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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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디자인, 소리, 어느 것을 따져 봐도 스펜더의 간판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지난해 말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오디오쇼에서 스펜더(Spendor) 부스 시연을 맡았다. 자디스의 진공관 앰프에 물려 주로 스펜더 클래식(Classic) 100을 들려드렸는데,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다. 특히 ‘찔레꽃’에서 펼쳐진 장사익의 뜨거운 절창은 지금도 필자의 귓전을 때린다. ‘스펜더 소리 좋네!’ 이런 이야기를 진짜 많이 들었다.

스펜더 클래식 100을 2개월 만에 다시 접했다. 실물을 보신 분은 잘 아시겠지만 클래식 100은 사진으로만 보면 그냥 조그만 스피커 같은데, 실제로는 키가 70cm, 가로폭이 37cm, 안길이가 43.3cm나 되는 볼륨감을 자랑한다. 무게도 36kg이나 나가서 혼자 들고 세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전면 양 사이드에 난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는 묘하게 안정감을 준다.

클래식 100은 3웨이 3유닛 베이스 리플렉스 스탠드마운트 스피커다. 가운데 트위터를 두고 위에 미드레인지, 아래에 우퍼가 있다. 유닛은 2.2cm 소프트 돔 트위터, 18cm EP77 폴리머 콘 미드레인지, 31cm 우퍼 가운데에는 큼지막한 케블라 리지드 돔이 달렸다. 인클로저 재질은 무늬목을 입힌 얇은 두께의 MDF.

주파수 응답 특성은 25Hz-25kHz,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490Hz와 3.6kHz, 공칭 임피던스는 8Ω, 감도는 89dB를 보인다. 이 같은 유닛 구성과 스펙으로 보면, 클래식 100은 12인치 대형 우퍼, 전면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 2개, 25Hz나 되는 저역 커버리지, 7인치 미드의 폭넓은 수비 범위(490Hz-3.6kHz), 쉬운 드라이빙 조건으로 요약된다. 스펜더에서 밝히는 권장 앰프 출력은 25-250W다.

스펜더 스피커의 계보로 봐도 클래식 100은 50년 가까이 이어져온 스펜더의 간판. 클래식 100의 모태가 된 것은 1973년에 나온 BC3으로, 12인치 벡스트린 콘 우퍼와 8인치 벡스트린 콘 미드를 단 4웨이 스피커였다. BC3의 바통은 이후 SA3(1980), S100(1989), SP100(1994), SP100R(2007), SP100R2(2009)로 이어지다 마침내 2017년 현행 클래식 100이 탄생했다.

클래식 100이 전작들과 다른 점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우선 미드레인지 유닛이 달라졌다. 콘 자체는 동일한 폴리머 소재이지만 전작들이 투명한데 비해 클래식 100은 불투명하다. 이는 콘 표면을 폴리아미드 파이버로 코팅을 했기 때문. 유닛 이름도 EP38에서 EP77로 바뀌었다.

우퍼 콘의 재질이 벡스트린에서 케블라 혼합 물질로 바뀐 점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실제로 스펜더의 CEO 필립 스위프트(Philip Swift)는 새 클래식 시리즈를 설명하는 2개의 키워드로 폴리머 미드레인지 유닛(2웨이 모델)과 케블라 멤브레인 우퍼(3웨이 모델)를 꼽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클래식 100 설계 디자인의 시그니처는 영국 BBC 모니터 스피커의 위대한 유산이라 할 얇은 벽 인클로저다. 클래식 100의 인클로저 재질은 MDF(무늬목 마감)인데, 상판과 측판의 두께가 얇다. 이는 1970년대 BBC 모니터 스피커의 전통을 이어받은 클래식 시리즈 전체의 시그니처이기도 하다. 스피커 공진을 막기 위해 인클로저를 두껍게 만들면 오히려 핵심 중역대에서 공진이 일어난다는 것이 BBC 연구소의 주장. 때문에 차라리 인클로저를 울리게 놔두고 대신 그 공진 주파수를 가청 영역대 밑의 저역대로 끌어내린 것이 바로 ‘얇은 벽’ 이론이다. 인클로저 안쪽에 탄성 댐핑재를 바른 것도 이 같은 공진 주파수 튜닝을 위한 조치다.

월간오디오 시청실에서 진행된 스펜더 클래식 100 시청에는 부르노코의 진공관 인티앰프 테라 6L6PP와 아큐페이즈의 인티앰프 E-5000을 번갈아가며 물렸다. 피아노 가이즈의 ‘Titanium/Pavane’는 전체적으로 푸근하고 따뜻한 결에다가 스펜더 특유의 해상력이 곁들여진 소리. 좀스럽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이탈되는 감촉이 빛난다. E-5000으로 바꿔보면, 입자가 고와지고 S/N비가 높아지는데 이를 리트머스처럼 그대로 반영하는 스피커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확실히 스펜더에는 모니터 성향이 있다.

제니퍼 원스의 ‘Rock You Gently’는 진공관 앰프의 매력에 푹 빠져 들었는데, 스펜더는 이 와중에 저음 컨트롤을 기막히게 잘 했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온기가 배어 있고 그러면서도 해상력을 잃지 않는 사운드다. 앰프를 바꾸니 소프트 돔 트위터가 더 선명하고 리퀴드한 소리를 내준다. 이 상태에서 투첼로스의 ‘Oh Well’을 들어보면, 첼로와 피처링 보컬의 딕션이 매우 선명하게 들리고, 입자는 분말처럼 곱고 세밀하다. 진공관 앰프로 바꿔보면 음들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계보, 디자인, 설계, 소리, 어느 것을 따져 봐도 클래식 100은 스펜더의 간판이라 부를 만하다. 


가격 1,550만원(스탠드 별매)   
구성 3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31cm, 미드레인지 18cm, 트위터 2.2cm   
재생주파수대역 25Hz-25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490Hz, 3.6kHz   
출력음압레벨 89dB
임피던스 8Ω   
권장앰프출력 25-250W   
크기(WHD) 37×70×43.3cm   
무게 36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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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2년 03월호 - 5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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