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레아(Borea) BR04는 그야말로 폭풍처럼 세계 스피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프랑스 트라이앵글의 신제품으로, 전작인 BR03을 상당 부분 개선했다. 이 제작사의 제품들은 크기나 디자인, 소리들이 모두 큰 편차가 없이 고르다. 모든 소리들이 상냥하고 마음에 든다. 시청기 역시 외관상 차이점은 없고 투입된 유닛의 형태도 대동소이하다. 이미 보레아 시리즈는 플로어스탠더에서 북셀프, 센터 등 9가지 제품이 있고, 액티브 모델인 보레아 커넥트 시리즈로 2가지 제품도 있는 등 다양한 체구로 라인업 되어 이 가격대에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제 내용을 조금씩 가다듬어 질적 향상을 노리고 있는 듯하다.

트라이앵글의 스피커들은 마치 중학교 동창들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공연히 잘난 체하지도 않고 나이 이슥한데도 서로 ‘야, 자식아’ 해 가며 히득거려도 전혀 이상하지가 않다. 대학 동창이나 직장 동료들은 만나고 헤어질 때 조금은 께름한 뒷맛이 남기도 하는데, 전혀 아니라고는 할 수 없어도 그래도 그런 뒷맛이 가장 개운한 것이 중학 동창 아니겠는가.

누가 트라이앵글의 스피커에 대해 묻는다면 그냥 생김새가 마음에 드는 제품을 아무 것이나 고르라 그럴 수 있겠다. 피아노 래커를 우아하게 입힌 기념작이라고 해 봐야 타 제작사 제품 가격대의 절반 가격인데 소리는 오히려 더 낫다는 그런 평가를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트라이앵글 제품의 특징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인기가 많고 생산량도 많다 보니 시리즈가 제법 많아서 덥석 어떤 한 기종을 선택하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아마 시청기의 수준에 이 가격대라면 어느 누구에게 추천해도 뒷소리 들을 일은 없을 것이다.

어떤 분에게 어떤 스피커 한 기종을 자신만만하게 추천해 줬다가 무려 수십 차례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사소한 질문, 심지어 스피커 위에 무거운 책을 몇 권 얹어 놓고 싶은데 몇 권이 가장 좋을까요, 그런 식으로 연락해 온 적도 있는데 한참 뒤에야 이해가 됐다. 불만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트라이앵글의 보레아 시리즈는 이미 인터넷에 널린 시청 소감을 훑어봐도 별로 불만이 없는 제품이다. 전 모델인 BR03의 경우를 소개하자면, 첫째로 소리가 따뜻하고 부드럽다. 누가 말하듯이 소위 ‘찰진 소리’가 나는 느낌이다. 둘째, 앰프를 잘 안 타는 무난한 스피커로, 감도가 90dB로 높아서 그런듯하다. 셋째, 잔향이 상당히 좋다. 넷째, 배치해 놓고 보면 디자인이 꽤 아름답다. 다섯째, 북셀프 스피커의 특성상 팝, 재즈에 잘 어울린다. 대편성 교향곡은 확실히 톨보이보다는 떨어진다. 그래서 그 스피커는 소리가 좀 약하고 탁한 기존의 국산 앰프와 의외로 잘 어울리며, 그런 경우 종래 느꼈던 답답한 느낌이 아니라 좀더 맑고 따뜻한 느낌이 들게 한다. 그런 소감인데, 내가 표현해도 그 이상은 쓸 일이 별로 없을 것이다.

시청기 BR04를 전작 BR03과 비교해 보니 조금씩 수치에서 달라진 점이 보인다. 유닛의 사이즈, 감도는 모두 동일하지만 재생 주파수 하한선이 46Hz에서 44Hz로 미세하게 개선되었고, 인클로저의 가로와 높이도 약간씩 늘어났다. 무게도 1.2kg 늘어났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전면의 새로운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인데, 깊고 제어된 저음을 위해 공기 흐름을 최적화했다고 한다. 단자도 싱글에서 더블 바인딩 포스트로 변경되어 바이와이어링 및 바이앰핑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더구나 자체 설명서에도 저역 확장, 명료도 개선, 거치 용이성을 꼽고 있으니 이 정도 되면 상당한 수준의 변화인 셈이다.

그 외에는 대부분 BR03과 동일하다. 전작에서 호평 받은 25mm EFS(Efficient Flow System) 실크 돔 트위터와 16cm 천연 셀룰로오스 펄프 콘 미드·우퍼 드라이버는 물론, DVAS라는 특수 설계의 진동 흡수 시스템도 적용되어 있다. DVAS는 Driver Vibration Absorption System이라는 것인데, 미드·우퍼 드라이버에서 발생되는 인클로저 내부의 진동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MDF 및 EVA 폼으로 만든 특수한 구조물을 드라이버 뒤에 결합해 진동을 크게 완화시키고 캐비닛으로 낮은 잔류 진동을 전달하게 한다.

실제 거의 완전무결한 소리를 내서 놀랐다. 너무도 세밀하고 청명하며 우아함에서 그야말로 A급 사운드의 진면목을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페이퍼 콘의 깊이감을 확인시켜 주는 시스템이고, 요란한 재질이 아닌 평범한 실크 돔 트위터인데도 중고역의 아름다움과 섬세함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본래 좋은 앰프를 사용하면 웬만한 스피커 역시 동질의 소리를 들려주기 마련이지만, 해상도에서는 한계가 있기 마련. 그런 한계가 시청기에서는 전혀 없다. 매끈하고 실낱같은 섬세함이 전 사운드를 지배한다. 보통의 고가 제품에서도 쉽게 맛볼 수 없는 경지인데, 이 시청기는 훌륭하게 그것을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폭염 속 나무 그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한 숟갈 맛보는 듯한 쾌감과 만족감이 든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하이파이와 홈시어터 양쪽에 모두 추천한다는 제작사의 안내서가 절대로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그야말로 입증하는 모범적 신뢰 스피커. 도무지 이 가격대에서는 적수가 없을 듯하다.

가격 69만5천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6cm 셀룰로오스 펄프 멤브레인, 트위터 2.5cm 실크 돔
재생주파수대역 44Hz-22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3200Hz
출력음압레벨 90dB
임피던스 8Ω, 4.6Ω(최소)
권장앰프출력 25-130W
파워핸들링 110W
크기(WHD) 22×42.5×31.4cm
무게 8.6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