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번 소개해도 질리지는 않는 제품이다. 새로 들을 때마다, 그 특유의 색깔에 환호하고, 확실히 본가의 퀄러티는 남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정전형 헤드폰이 지금처럼 주류로 나올 수 있었던 든든한 배경이 되어준 곳, 바로 그 출발점에는 스탁스(Stax)가 있었다. 1960년대부터 무수한 정전형 헤드폰 제품을 선보이면서, 정전형 헤드폰은 스탁스라는 나름의 공식을 만들어줄 만큼, 그때도 잘 만들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고 퀄러티의 정전형 헤드폰을 선보이고 있다. 역시 정전형 헤드폰의 대중화에 힘을 실어준 라인업이라면, 이른바 람다 시리즈를 빼놓을 수 없다.
스탁스의 람다(Lambda) 시리즈는 1979년에 첫 출시된 SR-Lambda를 시작으로, 정전형 헤드폰 시장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 주었다. 뛰어난 중역 특성과 공기감 넘치는 고음, 그리고 깊이감 있으면서도 강조되지 않은 저음으로 크게 호평 받았던 것. 이후 프로 및 시그니처 모델로 좀더 상위 사운드를 구현했으며, 새로운 세대의 어드밴스드 람다 시리즈를 출시, 현 세대 보급형 정전형 헤드폰 라인업을 구축했다. 그 대표 모델이 이번에 소개할 SR-L500 MK2 헤드폰, L300과 L700 사이의 딱 중급 포지션의 제품이다.

SR-L500 MK2는 외형부터 그냥 스탁스이다. 초기작부터 이어진 직사각형 하우징은 나름의 아이덴티티가 되어, 다른 브랜드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클래식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그릴형 오픈 백 구조는 내부의 정전형 유닛이 훤히 드러나고, 전면에서 타원형으로 뚫린 소리 배출구는 공기 흐름과 울림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여기에 길고 평평하게 뻗은 플랫 케이블은 마치 프로용 장비 같은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사실 케이블 설계에도 진심인 스탁스의 설계 사상을 엿볼 수 있다.

이름 그대로 MK2로 넘어오면서, 나름의 진화도 보여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탈착형 케이블의 채용이다. 사실 이 부분은 기존 유저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하던 것인데, 드디어 단선과 유지 보수에 대한 번거로움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새로운 사양의 케이블은 히타치 사의 HiFC 도체를 중심으로, 도체 간 정전 용량을 최소화해 전송 손실을 줄이며, 구리에 미량의 티타늄을 첨가하여 유연성과 전도성 모두를 개선한 부분이 돋보인다. 금도금 프로 바이어스 플러그는 내구성과 전기적 안정성을 더하고, 약 2.5m의 여유 있는 길이는 고정형 시스템에서도 충분한 운용 범위를 제공한다.

헤드 밴드와 이어 홀더 역시 개선되었다. 이전보다 훨씬 더 세련된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적용해 착용감을 대폭 향상시켰다. 특히 홀더 파트는 알루미늄 소재로 바뀌며, 내구성과 무게 균형을 모두 잡아냈고, 직선 위주의 구조에서 부드러운 곡선을 더해 밀착감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로 인해 착용자의 두상에 자연스럽게 밀착되며, 정전형 드라이버의 저음 응답성 역시 눈에 띄게 개선된 인상이다. 10단계 클릭식 밴드 조절 장치는 그대로 유지되어, 개인별 핏 조절의 정확성은 여전히 뛰어나다. 쓰다 보니 크게 불편한 느낌 없이, 오랜 착용에도 큰 자극이 없다.

스탁스의 정전형 유닛은 매우 얇은 박막 다이어프램에 높은 바이어스 전압을 걸어 놓고, 동일한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2개의 전극에 음향 신호를 푸시풀로 입력해, 정전기의 반발·흡인력으로 다이어프램을 정밀하게 진동시켜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물론 이 구조를 얼마나 정밀하게 구현하는지는 전적으로 제조사의 기술력에 달려 있다는 것인데, 스탁스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도 바로 이 정밀함에 있다. 실제 SR-L500 MK2는 고정밀 스테인리스 전극과 초박막 고분자 필름을 조합해, 높은 평탄성과 넓은 주파수 응답, 그리고 거의 무에 가까운 공진 특성을 자랑하는데, 압도적인 해상력과 섬세한 디테일 표현은 들을 때마다 놀랄 수밖에 없다.
다만 정전형이라는 특성상, SR-L500 MK2는 반드시 전용 앰프가 필요하다. 바이어스 전압 580V를 요구하는 이 유닛을 완벽히 구동하려면, 스탁스에서 제공하는 여러 헤드폰 앰프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참고로 스탁스에서는 진공관과 반도체 버전의 앰프를 내놓고 있는데, 섬세하고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원한다면 T 시리즈가, 보다 중립적이고 투명한 성향을 원한다면 S 시리즈가 적합하다.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 압도적인 해상력과 초고역의 섬세함, 그리고 그 뒤를 자연스럽게 받쳐주는 중역의 단단한 질감은 일반적인 다이내믹 헤드폰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색깔이다. 일단 확연히 다른 성향에, 평소 소리 자체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도, 아예 다른 장르임을 쉽게 깨우칠 수 있다. 특히 폭발적인 공간감은 파도처럼 밀려오는데, 단순히 좌우로 펼쳐지는 스테레오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음향 공간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투명하고 넓은 무대가 디테일 좋게 몰아친다. 중·저역의 응답 역시 더욱 탄탄해졌는데, 확실히 MK2의 무게감이 소리의 전반에 깔려 있는 모습이다. 보컬의 입체감이나 현악의 디테일 및 잔향, 그리고 재즈나 클래식에서의 공간 정보들이 매우 현실적으로 재현되며, 순수 음악에 대한 몰입감을 극대화시켜준다. 정말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람다 시리즈의 존재감, SR-L500 MK2에서 그 존재의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정전형 헤드폰을 가장 클래식한 느낌으로, 또 경제적으로 즐길 수 있는 제품이다.

가격 135만원
구성 푸시풀 일렉트로스태틱, 오픈형
주파수 응답 7Hz-41kHz
일렉트로스태틱 커패시턴스 110㎊
임피던스 145㏀
감도 101dB
바이어스 전압 580V
케이블 컨덕터 HiFC
무게 351g, 479g(케이블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