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라도(Grado)의 매력은 역시 사운드에 있다. 요즘처럼 자신만의 색깔을 잃고 비슷비슷한 사운드의 연속에서, 그라도는 이제 몇 남지 않은 개성 강한 브랜드 중 하나로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남들처럼 시대 흐름에 따른 화려한 디자인이나 인기에 편승한 과도한 튜닝은 없지만, 그 특유의 클래식한 디자인과 그라도만의 독특한 음색은 예나 지금이나 많은 팬층을 만들어냈다. 이전 시대처럼 음색에 따라 헤드폰 브랜드를 고르던 그 낭만이 많이 사라져서 아쉬운데, 그 갈증을 그라도가 어느 정도 채워주고 있는 셈이다. 물론 옛날 스타일에 정체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시대별로 버전업 모델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 각별한데, 디자인의 과감한 변화보다는 좀더 발전된 사운드 튜닝에 중점을 두고 있다. 덕분에 옛날처럼 호 불호 강한 강렬한 그라도 사운드보다는, 좀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대중적인 그라도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모습인데, 그 변화의 포인트를 정말 잘 잡아내고 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이런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번 x 버전인데, 뉴 버전으로 새로운 세대의 그라도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라도는 i 버전, e 버전을 거쳐 이번 x 버전으로 공식 리뉴얼되었는데, 이제 거의 대부분의 라인업이 x라는 마크를 붙인 채 새로 출시되고 있다. 참고로 그라도는 새로운 버전이 출시될 때마다 사운드 튜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재미있게도 세대를 거듭할수록 앞서 말했듯이 점점 더 밸런스 쪽으로 튜닝을 맞춰 가는 것이 이채롭다. 특히 이번 x 버전이 밸런스적으로 가장 완성도 높다고 평가 받고 있는데, 그동안 이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절묘하게 반영하여 시장 내놓았고, 그 반응이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현재 그라도의 간판 라인업 프리스티지(Prestige) 시리즈는 SR60x, SR80x, SR125x, SR225x, SR325x로 그레이드가 올라가는데, 가장 입문용 라인업이지만, 그만큼 그라도를 가장 잘 설명해주고 대표하는 라인업이기도 하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시리즈의 플래그십, 바로 가장 상위 모델 SR325x 헤드폰이다.

디자인은 역시 그라도. 우리가 익히 아는 그 디자인이 이번에도 크게 달라진 부분 없이 채택되어 있다. 물론 전작과 완전히 똑같은 것은 아니다. 매번 마이너 체인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번 변화는 제법 많은 것들이 있다. 우선 당연히 합금 하우징에 e 대신 x 마크로 교체되었고, 헤드 밴드의 화이트 스티치 처리를 새롭게 적용하였다. 또한 Hemp부터 적용된 F 패드가 채택되었는데, 사실 그라도는 마치 진공관을 바꾸듯이 패드 롤링에 따른 변화가 제법 재미있다. 그리고 케이블 역시 변화했는데, 두터운 8심 케이블이 패브릭 소재가 더해져 더욱 고급스러운 인상을 준다.

역시 변화의 핵심이라면, 이번 x 버전을 위해 새롭게 설계된 유닛의 적용이다. 44mm 사양으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튜닝했다고 하는데, 설명으로는 자기 회로, 보이스 코일, 다이어프램 등 사실상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를 통한 주파수 응답은 18Hz-24kHz의 광대역 특성을 보여주며, 감도는 98dB, 임피던스는 38Ω으로 마무리되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새로운 유닛의 변화 덕분인지, 밸런스적인 느낌에 좀더 다가가 있는데, 정말 오랜 시간 록·메탈에 최적화된 헤드폰으로 군림한 제품이니 만큼, 그 소리 변화가 제법 새롭게 다가온다.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 사실 SR325 모델들은 언제나 그 특유의 카랑카랑한 고음으로 정말 개성 강한 쾌감을 선사했는데, 이 맛은 정말 다른 제품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부분이다. 아직도 그 초기형 SR325의 그 자극적인 사운드는 가끔 생각날 때가 있는데, 지금은 구할 수 없어 아쉽기도 하다. 그렇다면 SR325x는 그때와 어떻게 변화했을까. 사실 아예 체급 자체가 달라졌을 정도로, 사운드 업그레이드는 물론 굉장히 고급기다운 사운드로 변모해 있다. 이전 제품들이 특유의 개성들을 극단적으로 뽐냈다고 해도, 역시 계속 듣다보면 귀가 피곤해지기 마련. SR325x는 그 극단적인 고음을 멋지게 다듬어내고, 듣기 좋게 밸런스적으로 잘 튜닝해 놓았는데, 이 밸런스가 들으면 들을수록 정말 절묘하다. 특유의 고음 개성을 잘 살리면서도, 중·저음이 웅장하게 등장하는 그 감각이 정말 매력 있다. 칼로 베일 듯한 날카로움이라기보다 부드러운 선율을 만들어낼 줄 아는 여유도 생겼는데, 이제 오래 음악을 들어도 피곤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것도 만족스럽다. 파워 메탈 쪽을 들어보면, 역시 SR325x라는 생각이 대번에 드는데, 그 날렵하고 쇠맛 나는 감성은 역시 그라도 아니면 쉽게 구현해내기 힘든 것이다. 의외로 클래식 쪽도 좋은데, 개인적으로 SR325x로 듣는 바로크 음악들은 정말 베스트라 손꼽을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다. 전체적으로 한층 더 올라운드에 다가가 있지만, 확실히 SR325는 SR325이다. 요즘처럼 재미없는 무뚝뚝한 사운드가 대세가 되어버린 시점에서, 맛집 비법이 가득한 그라도의 풍미는 확실히 큰 재미가 되어준다. 프리스티지 시리즈의 수장 SR325x, 확실히 그 오랜 세월만큼이나 한층 더 원숙한 메탈리스트의 내공을 보여준다.

가격 64만7천원
구성 오픈형
주파수 응답 18Hz-24kHz
감도 98dB
임피던스 38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