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에서 전원의 중요도가 크게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런데 파워텍은 이미 1993년부터 전원 기기 관련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고, 2023년에는 창업 30주년을 맞이했다. 초창기에는 AVR과 차폐 트랜스 정도였지만 지금은 리액터, 멀티탭, 벽체 콘센트, 전원 필터, 전원 케이블 등 다양한 제품군을 이루고 있다.
한편 케이블은 전원 케이블만을 출시하고 있는데, 아마도 일반 케이블이 아닌 전원 기기로 보는 전문 업체로서의 입장이라 하겠다. 특히 전원 케이블은 케이블이 오디오 기기의 하나로서 자리 잡았을 당시에도 그 중요도가 매우 낮았고 또 심지어는 전혀 변화가 없다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케이블 중에서 가장 변화가 큰 것이 바로 전원 케이블이라 출세한 경우라 하겠다.
파워텍은 1994년부터 전원 케이블을 출시했는데, 첫 제품인 스피드를 시작으로 댐, 블랙 홀, 링커, 하데안, 실버 라이너, 블랙 스네이크에 이르고 있다. 말하자면 꾸준한 투자로 전원 케이블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물론 초기의 제품들은 미천했고 오랜 세월 거치면서 최근 음질이 비약적으로 향상되기 시작한다. 필자는 첫 제품인 스피드의 사용자였는데 당시는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제품인 실버 라이너는 매우 인상적이었고, 특히 블랙 스네이크는 두 조를 사용할 만큼 신뢰를 주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디아블로 2가 출시되었고 블랙 스네이크 사용자로서 큰 기대가 된다. 일단 외관은 블랙 스네이크와 비슷한데, 다른 점으로는 양쪽 단자가 카본이다. 특히 카본은 무늬만 카본이 아닌 진짜 카본이라고 한다. 이런 카본은 이미 후루텍이나 네오텍 등에서 채용되어 검증된 것인데, 특히 후루텍에서는 따로 별도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이런 카본은 흔히 고성능 자동차에 채용되는데 오디오에서는 음질 향상용으로 이용된다. 필자도 직접 시험을 통해 확인한 바 있으며 또 사용하고 있기도 한 소재이다.
전원 케이블의 중요한 요인은 보통 선재의 재질(동, 은, 단결정 등), 피복의 종류, 차폐, 그리고 채용되는 단자로 크게 구분한다. 디아블로 2의 재질은 일반적인 5N 은도금 OFC이며 피복으로 여러 겹의 충실한 차폐를 갖추었다고 한다. 그리고 단자는 일체형이다. 보통 고급 제품들이 후루텍이나 네오텍 단자를 채용하는 것에 비하면 의외다. 흔히 말하는 막단자인 셈이다. 하지만 별도 단자의 나사로 조이는 것이 아닌 엄청 무거운 힘으로 압착하는 것이라 오히려 장점도 존재한다. 한편 차폐는 피복 말고도 인렛 쪽에 특수 고주파 필터를 넣어 핸드폰 등 생활 노이즈를 차단한다고 한다. 그러면 과연 음질은 어떠한가?
먼저 해상력에 놀라게 된다. 흔히 해상력이 좋다는 케이블은 순도를 높인, 예를 들어 아크로링크 7N CU가 있다. 필자는 레젠다에 후루텍 FL-50으로 듣다가 네오텍 로듐 단결정을 붙여 더욱 높은 해상도에 만족했는데 이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 5N 그것도 필자가 싫어하는 은도금이다. 도대체 케이블에 무슨 짓을 한 것일까? 기업 기밀 내지는 소위 말하는 노하우인가? 하긴 30년 한 분야에 매진했으니 좋은 결과가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음질 얘기로 돌아간다. 해상력은 만족이다. 더불어 넉넉한 무대감이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배경의 깔끔함이다. 물론 적막함까지는 아니다. 블랙 스네이크에 비하면 상전벽해 수준으로 소위 말하는 하이엔드적인 소리로 특히 생동감이 매우 뛰어나다. 굳이 불만을 지적한다면 빈티지적인 맛은 덜하다는 것인데 이것은 취향의 문제일 것이다. 모든 면에서 두루 만족스러워 적극 추천할 만한 수작이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