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noy Definition DC10 Ti

예술이라고 할 만큼 아름답고 당당한 스피커

2014-12-01     김남



DC10 Ti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이 노포 탄노이가 얼마나 꼼꼼하게 제품을 만들고 있는지가 금방 눈에 들어온다. 원목의 고급스러운 느낌을 잘 살려낸 무늬목을 사용해 피아노 마감으로 가공한 아름다운 컬러의 인클로저도 그렇고, 새롭게 부착된 사다리꼴로 설계한 일체형 전용 받침대의 스타일도 예술이라고 할 만한, 아름답고 당당한 외형을 지닌 몇 안 되는 스피커 중의 하나로 꼽을 만하다.

탄노이에 대해 얘기한다는 것은 우리 시대의 음악의 역사에 대해 얘기하는 것만큼 사연이 많아진다. 간추린 소개만 하더라도 방대하다. 이 제작사는 지금 출범 80년이 넘어가는 최고의 연혁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1954년에 오토그라프를 생산해 스피커 시장에 불멸의 업적을 기록했고, GRF도 등장했으며, 1981년에는 GRF 메모리가 탄생해 스피커의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들었다. GRF 메모리가 탄생했을 당시 유닛만 국내에 들여와 통 짜는 명장에 의해 만들어진 한국판 GRF 메모리가 넘쳐 났는데, 탄노이 본사에서 와서 보더니 본사 제품보다 더 잘 만들었다면서 그 장인을 영국으로 데려가려 했으나 본인이 거절했던 사연도 있다. 아마 탄노이만큼 음악 애호가들의 정신 속에 깊이 각인된 제작사는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웨스트민스터를 사용하고 있는 한 애호가는 마치 불단을 모시듯 정성으로 인클로저를 왁스로 닦으면서 마음의 평정을 기한다고 하는 얘기도 들었다.
탄노이는 한때 재정이 어려워져 미국으로 팔려갔다가 다시 영국으로 재매입이 된 사연도 있고, 현재는 TC 그룹에 속해 있다. 현재 탄노이는 대형기 일변도에서 눈높이를 상당히 낮추었고, 지금은 다운그레이드 제품도 많이 나와 있다. 킹덤 로열을 정점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프레스티지 시리즈가 있고, 그 아래로 데피니션, 레볼루션, 프리시젼, 머큐리 시리즈 등이 있다. 탄노이의 외형은 GRF와 같은 스타일의 프레스티지 시리즈와 현대적인 디자인의 여러 라인으로 양분할 수 있는데, 나로서는 현대적인 디자인인 데피니션 시리즈의 외형도 무척 마음에 든다. 미려하고 위풍당당한 것이며, 정통적이지만 다소 점잖아서 순발력이 좀 뒤떨어진다는 GRF 계열보다도 개선된 점이 많은 것이다. 게다가 과거 영화로웠던 시절의 웨스트민스터 로열 등의 거대한 제품은 국내에서도 사용자가 드문 것이 현실이며, 지금은 저가 모델들도 인기가 좋다고 한다.
제품이 다양화되었어도 탄노이가 전통처럼 놓지 않고 계승해 온 것은 1947년에 만들어진 듀얼 콘센트릭(동축 드라이버) 기술인데, 이것이야말로 탄노이의 핵심 기술이다. 즉, 저역과 고역의 출력이 동축상에서 나오는 기술로, 지금도 탄노이 제품 대부분에 이 기술을 응용한 유닛이 채용되고 있다. 그러나 탄노이가 이 기술 하나로 지금까지 명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각 방송사의 주조정실에서 사용하는 모니터 스피커를 비롯해, 대형 호텔의 회의실에서도 탄노이 스피커가 흔히 보일만큼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 그만큼 대응 능력이 좋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최근의 탄노이 제품들을 보면 고색창연한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첨단 기술력을 아낌없이 사용해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티타늄 트위터, 그리고 저손실의 적층 코어 인덕터 및 우수한 폴리프로필렌 커패시터와 같은 하이엔드 컴포넌트로 구성하고 영하 190도의 극저온 처리를 거친 크로스오버야말로 대단하기 짝이 없다. 또한 극저온 처리한 케이블을 내부에 사용하는가 하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연결 단자에도 정성을 들여 접지용 단자를 설치해 어스와 연결을 시키는 등 여러 부분에서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본 시청기는 데피니션 시리즈의 상위 모델인 DC10T을 다시 미세하게 개량한 것으로, 그 차이점을 알아내기가 쉽지가 않다. 전작을 사용하는 분들의 동요가 없기를 바란다. 메이커로서는 작은 수치상의 차이라도 개선하고 싶어서 부단히 신경을 기울이겠지만 보통 사용자들로서는 그런 측정기상의 차이는 느끼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전작인 DC10T와 DC10 Ti의 스펙상의 차이는 무게이다. 약 5kg쯤 증가했다. 그러나 형태로는 완전 동일하며, 그 외의 모든 외부 사이즈의 수치는 1mm의 오차도 없이 완전히 동일하다. 듀얼 콘센트릭 유닛과 우퍼도 변함이 없다. 이렇게 무게만 달라진 것은 내부에 보강목이 늘어나고, 판재에 보강을 가했고, 하부에 금속 받침대를 부착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무게를 늘린 것은 저역 진동을 더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DC10 Ti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이 노포 탄노이가 얼마나 꼼꼼하게 제품을 만들고 있는지가 금방 눈에 들어온다. 원목의 고급스러운 느낌을 잘 살려낸 무늬목을 사용해 피아노 마감으로 가공한 아름다운 컬러의 인클로저도 그렇고, 새롭게 부착된 사다리꼴로 설계한 일체형 전용 받침대의 스타일도 예술이라고 할 만한, 아름답고 당당한 외형을 지닌 몇 안 되는 스피커 중의 하나로 꼽을 만하다.



이 시청기를 이번 호 시청 앰프인 서그덴의 프리와 파워 앰프, 그리고 2기종의 CD 플레이어로 연결해 본다. 탄노이의 음색에 익숙해져 있지만, 탄노이는 최근 프레스티지 시리즈부터 상당히 색깔이 달라졌다. 금관 악기 위주인 그렌 밀러 악단의 연주도 흥취감이 높고, 모든 곡이 느긋하면서도 풀어짐 없이 깨끗하다. 피아노 음이 조금도 묽어지지 않는 것도 특징 중 하나. 해상력도 뛰어나다. 클래식 보컬이나 관현악 연주야 본래 탄노이의 주특기이지만, 이 시청기에서는 어떤 곡이라 할지라도 호불호가 없다. 피아노나 재즈에는 인연이 멀다는 탄노이에 대한 선입견도 신 모델이 출현하면서 사라진 지 오래이지만, 이 시청기에서 그것을 다시 확인하게 되어 기쁘다. 아무래도 탄노이의 제품은 중년 이상의 애호가가 쓸 확률이 높겠지만, 젊은 세대가 사용해도 전혀 불만이 없을 정도다. 위풍당당한 명기의 재현이다. 



수입원
사운드솔루션 (02)2168-4525
가격 수입원 문의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25cm, 듀얼 콘센트릭 25cm·2.5cm(튤립 웨이브 가이드) 
재생주파수대역 30Hz-35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200Hz, 1.4k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92dB/2.83V/m  권장 앰프 출력 30-250W  파워 핸들링 125W 
크기(WHD) 33.9×112.5×32cm   무게 40.5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