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C SCM19 ATC SIA2-150 Oppo BDP-105
ATC의 매력을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조합
2013-12-01 박제성
그 고집스러움을 받아들여야 하는 일반 유저들의 노력 또한 유달리 고집스러웠다. 가격에 비해 쉽게 울리기 어려웠던 초기 모델들을 제대로 울리려고 스피커의 몇 배에 달하는 비용을 기꺼이 지불했고, 가격이 높은 앰프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결코 다른 브랜드의 스피커에 눈길을 주지 않는 충성심 또한 높았다. ATC 스피커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담담하고 명확한 모니터적 성격에 한 번 아름다움을 느끼면 그 늪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미인도 변신 전의 '생얼'이 아름다워야 진정한 미인이라던가.
이렇듯 사용자로 하여금 끊임없는 앰프에 대한 집착을 유발시켰던 ATC도 이제는 세월이 지남에 따라 몇몇 상위 기종들을 제외하면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용도로 제작된 모델들은 비교적 울리기가 쉬워진 듯하여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TC는 그 면도날 같은 모니터적인 성격을 버리지 않았고, 이러한 특성을 음악적으로 자연스럽게 재생해내기 위한 유저들의 그 노력과 실패에 일종의 기준을 세워주기 위한 자시의 노력으로 이어졌다. 그것이 바로 이번에 소개하는 ATC의 인티앰프 SIA2-150이다.
사실 ATC의 스피커를 보면 그 명성이나 실력에 비해 외관은 너무나 오랫동안 변하지 않으며 평범한 스튜디오 모니터로서의 디자인 수준을 벗어난 적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인티앰프 또한 이러한 평범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전면 패널에 설치된 노브가 동그랗게 디자인되고 옆과 가운데 검은 세로줄이 가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심플하기 그지없다. 뒷면을 보아도 그 구성은 아주 단순하다. RCA 입력 단자들만 설치되어 있고 스피커 단자 또한 싱글로만 구성되어 있다.
바이앰핑을 위한 프리 출력이 달려 있는 것이 특징인 정도. 환경에 따라 스튜디오나 가정에서 다른 파워 앰프를 사용할 수 있게끔 한 모니터 스피커 메이커로서의 배려가 돋보이는 이 인티앰프는 기능성과 단순성을 추구하는 ATC의 미학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이 SIA2-150은 8Ω 부하 시 150W를 낼 수 있는 AB클래스 인티앰프다. 특히 출력의 3분의 2 정도까지는 A클래스 동작을 한다고 하니 사실상 A클래스 앰프로서 100W의 출력을 갖고 있다. ATC 스피커를 울리기 위한 최선의 앰프로 설계된 만큼 자사의 스피커는 물론이려니와 어지간한 스피커를 구동시키기에 충분한 스펙이다.
올해 오디오쇼에서 ATC SCM100을 매칭하여 울리는 것을 들어본 뒤 더 리스닝 환경이 좋은 곳에서 들어보았으면 싶었는데, 이번 월간 오디오 시청실에서의 시청 기회가 주어진 탓에 자세하고 정확한 특성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번 매칭은 ATC SCM19과 오포의 BDP-105. 조금 작은 스피커이지만 오히려 앰프의 성능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더러 일반적인 가정환경에 최적화된 시스템이라는 이점을 갖고 있었다.
앰프 내장형 액티브 스피커를 오랫동안 생산해 온 ATC로서 앰프의 기술력에 대해서는 의심할 바가 없고, 실제로 없었다. 스피커 인클로저를 가득 채우는 에너지감부터 압도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각 대역대의 착색이 없는 정확한 구분력과 직선성도 놀라웠으며, 더 나아가 저역 컨트롤에 있어서의 유연하면서도 정확한 지속력과 볼륨감에 탄성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생경할 정도로 중립적인 사운드가 재생되는 모습으로부터 아, 이러한 스타일의 음향을 ATC가 원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