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ity Audio Amadis

진정으로 그 가치를 알게 된 베리티 오디오의 진가

2013-10-01     신우진
오히려 오디오 기기들이 요즘 너무 밝고 화려해지면서 특히 USB DAC들이 화려함의 정점을 찍으면서, 이렇게 조금 차분한 기기들의 존재감이 더욱 빛나는 것 같다. 탄탄한 중역대의 질감으로 승부를 하는 스피커의 수가 많지 않은 지금, 이렇게 충실한 음을 들려주는 스피커를 자주 만나지 못한다.

첫인상은 오래 간다. 사람에 국한된 말은 아니고, 오디오 역시 그렇다. 사람이든 오디오든 뭐 그 첫인상과 실제 성격이 같다면야 상관없는데, 서로 반대된다면 좀 골치를 썩이게 된다. 믿었던 사람에 배신당해 상처 받기도 하고, 귀한 옥석을 놓치기도 한다. 별로 모양에 들지 않는 모양새에 처음 들려준 소리가 신통치 않다면 그 오디오는 별로인 기계로 생각되어 들어 보려 조차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게 배신당하고 돈을 탕진하고 마음 고생을 하여도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인간의 습성인 것 같다.
베리티 오디오는 사다리 구조의 공학적 설계, 북셀프의 장점과 자연스럽고 인간미 넘치는 소리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내가 처음 만난 것은 10년 전쯤, 그냥 서브우퍼에 북셀프를 올려놓는 멋없는 스피커였다. 개인적으로 좀 졸리는 따분한 소리였다. 쿵쿵대는 우퍼 위에 뭐 올려놓아서 좋을 것 없어 보이는데, 간섭을 피하기 위해 별도 인클로저를 만들고는 그 위에 다시 올려놓았다. 생각해 보면 초기 모델들은 서로 간의 방진도 신통치가 않았던 것 같다. 몇 차례 더 들어도 별 변화가 없어 그냥 인상이 굳어져 버린 스피커. 지난달 시청을 위해 방문한 곳의 주인이 정말 좋다고 한 번 들어보기를 권했지만, 그다지 좋아하는 스피커 아니라며, 시간이 없다며 만류를 하고, 이번 리뷰에도 다른 평론가에 맡겼으면 하는 의사를 표현했었다. 하지만 여차여차하여 다시 찾아 듣게 되었다.



오디오 애호가를 만나서는 써본 기기, 좋았던 시스템들을 몇 시간이고 수다를 떨면서 종종 듣던 말, '베리티 오디오 써보셨냐'는 이야기. '전, 별로인 것 같다'는 내 대답에 왜들 갸웃거렸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자연스럽고 포근한 소리, 적당히 붙어 있는 저역의 살집이, 화려하지 않은 차분함 등이 딱 우리나라 사람들 좋아할 소리, 나 역시 좋아하는 소리이다. 그때 세팅이나 매칭이 별로였을까? 아니면 많이 개선된 것일까? 아님 이제야 조금 내 귀가 트인 걸까? 하긴 듣고 십 년은 족히 지났으니까.
신품 상태의 스피커임에도 불구하고, 들려주는 중음역대에서 아주 잘 튜닝되었을 때 나오는 고급스러운 중역의 질감이 나온다. 이것 역시 다른 베리티 오디오처럼 상하 분리되어 있고 스피커 단자도 따로 있어 바이와이어링이 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퍼는 하단부 후면에 나름 큼지막한 9.5인치 우퍼가 하나 있어 20Hz까지 재생해 낸다. 우퍼는 뒷면에 장착되어 있는데, 이 스피커의 윗부분이 하이엔드 북셀프 스피커처럼 중·고역으로 뒤 공간에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는데, 우퍼가 앞으로 쏴버린다면 이미지가 산만해졌을지도 모른다고 나름 유추를 해본다. 내 생각이 맞건 틀리건 대역 간의 이음에 끊어짐 없이 잘 연결되면서 좋은 느낌의 저음이 더해진다. 특히 예상외로 반응도 빠른 편이고, 과하지 않은 적당한 양감을 가진 저역은 매우 매력적이다.
국립국악원의 관악영산회상(Aulos, SACD)의 깊이 떨어지는 강한 저음의 재생, 묵직하면서도 빠르게 치고 빠지는 펀치감이 매우 인상이 깊다. 통통 튀는 드럼의 비트도 제법 마음에 든다. 스피커가 가지는 전반적인 분위기는 밝은 편으로 보기는 힘들다. 50kHz까지 재생되지만, 약간은 어두운 고역, 듣다 보면 해상도가 낮은 편은 아니지만, 음색 탓에 고음의 화려함을 적극적으로 표현해 내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래서 클래식에 적합하다고 말을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았다. 콜트레인의 색소폰이나 보컬의 감각적인 표현 등, 드럼의 비트 등을 들어볼 때, 화사한 퓨전 재즈나 달콤한 팝 음악에는, 그 달달하고 화려한 맛은 덜할지 몰라도 장르를 정하여 들을 스피커는 아니다.



오히려 오디오 기기들이 요즘 너무 밝고 화려해지면서 특히 USB DAC들이 화려함의 정점을 찍으면서, 이렇게 조금 차분한 기기들의 존재감이 더욱 빛나는 것 같다. 탄탄한 중역대의 질감으로 승부를 하는 스피커의 수가 많지 않은 지금, 이렇게 충실한 음을 들려주는 스피커를 자주 만나지 못한다.
이 스피커의 능률은 93dB로 매우 높지만 유닛을 고려하고, 또 들어보면 약간 앰프가 구동력도 있어야 될 것 같고, 음의 특성상 듣는 사람이 바로 알아차릴 만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보다는 진득하니 들어봐야 느끼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내가 범한 실수로 평가 절하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스피커는 이른바 구력이 좀 되는 애호가들이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나이가 좀 있는 분이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질리지 않고 오래 사귈 수 있는 너그러운 친구와 같은 음색을 가진 스피커이다.



수입원
오디오갤러리 (02)764-6468
가격 3,500만원  구성 3웨이 3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24.1cm 폴리프로필렌 콘, 미드레인지 15.2cm 폴리프로필렌 콘, 트위터 2.54cm 더블 링 
재생주파수대역 20Hz-50kHz(3dB)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93dB/W/m  파워 핸들링 250W 
크기(WHD) 32.5×113×45.4cm  무게 75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