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kyo TX-8020

즐기려 한다면 실망시키지 않을 내실 있는 물건

2013-10-01     김남
본 제품은 이번 호 시청기인 마란츠 올인원에서 CD 플레이어, 네트워크 기능만 제외한 리시버 제품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3개의 디지털 입력 단자, 5개의 아날로그 입력 단자를 갖춘 점 이외에도 포노단, 서브우퍼 출력 단자, A·B 스피커 단자, 헤드폰단, 튜너 등이 수납되어 있다. 그런 것 외에도 슬립 타이머, 또 각종 음질 조절 장치도 구비되어 있다. CD 플레이어는 지금 있어도 무방하고 없어도 무방한 시대이니 올인원보다는 이쪽이 가격이 훨씬 싸다는 절대적 이점이 있기도 하다.
사실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리시버나 올인원이야말로 복음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생활이 좀 한가했을 때는 오디오 기기가 좀 복잡해지는 것이 순리이지만, 지금처럼 각종 디지털 제품이 범람할 때에는 오디오의 영역이 별수 없이 축소되고 만다. 오디오만이 제일이 아니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카메라도 그전에는 별의별 렌즈에 호화 바디가 군웅할거 했지만 주머니 속의 스마트폰이 카메라의 영역으로 들어오면서부터는 별수 없이 과거처럼 무겁고 큰 장비들은 일부 특수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날로 축소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마 장담컨대 몇 해 안 가서 지금의 하이엔드를 제작하고 있는 곳에서도 올인원이 슬슬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인간 세계에서는 편의성이 있는 곳에 수요가 몰리며, 그러면 당연히 생산이 뒤를 따라 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올인원보다는 본 제품 같은 스타일의 리시버가 더 넓은 영역을 차지하리라 생각한다.
TV나 스마트폰에서 우리나라에 절대적으로 밀리고 있는 일본은 아무래도 이런 홈 오디오 기기 분야에서 또 한 번 세계를 장악하지 않을까 싶다. 과거에 소니 같은 메이커가 트랜지스터 라디오로 세계를 장악했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 관계자들은 사려 깊게 이런 시대의 변화상을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리시버나 올인원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구색 삼아 어린 학생층을 대상으로 시험 제품을 내놓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의 반응이 있었다. 그게 어디 소리인가 할 정도로 성능의 한계가 분명했고, 더구나 가격대도 높이 잡을 수가 없었으니 마치 빈 깡통 같은 소리를 내주면서도 기능은 다채로운 장난감 같은 제품들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슬금슬금 요즈음 제품들은 헐값의 스피커와 매칭하더라도 오디오적 테스트에서 때로는 '어, 괜찮은데' 하는 감탄이 일기도 한다.



하베스의 스피커와 연결 후 언제나 첫 곡으로 듣는 비발디 사계 중 봄의 1악장을 들으면서 본 제품의 가격도 모른 채 그 깨끗하고 유연하게 펼쳐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대뜸 이거 얼마 짜리인가 라는 질문이 튀어 나오게끔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격을 알고 나서는 너무나 놀랐다. 이런 제품 가격으로는 국내에서 동호인들끼리 모여 벌이는 공구 가격 수준 그 이하이다. 자작파의 개념으로도 불가능한 가격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제품들이 숍의 정상 판매 가격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니 정말로 두려워진다. 앞으로 5년쯤 지나서의 시장 판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어두운 밤에 불을 보듯 확실하지 않은가. 그들에게 만약 이런 가격의 10배쯤 제작비를 들여서 더 고급의 제품을 만들어 내라고 한다면 어느 정도의 제품이 등장할 것인가.
이런 몇 종의 제품만으로도 세계 오디오 시장은 암암리에 비상 상태에 돌입했으리라 믿는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10년 후의 먹거리가 확정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삼성은 없다고 독려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신 물결을 누구보다도 더 잘 예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본 제품으로 하베스의 슈퍼 HL5라는 노회한 스피커, 그리고 로텔의 CD 플레이어에 연결했다. 가격 균형상 터무니없는 비율이다. 그런데도 여러 가지 장르에서 상당한 수준의 소리가 나왔다. 아마 하이엔드 마니아들은 이런 소리를 소리라고 귀담아 듣지 않겠지만, 테스트 곡 중 3분의 2가 합격이었다. 독주 현의 두께가 다소 연하다든지, 피아노가 약간 거칠며 번진다든지, 그런 한가로운 평가가 나오겠지만 부질없는 짓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본 제품에 광 케이블로 TV를 연결하면 그대로 홈시어터로 사용할 수 있으며, 상당한 수준의 튜너만으로도 이 제품은 본전을 뽑고도 남는다. 슬립 타이머가 있는 독자적인 튜너 한 기종만 해도 가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오디오장이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소리의 품격을 설명하자면 온쿄 사운드가 전통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심플, 그리고 스위트 사운드의 전통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일본 특유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소릿결이 이 제품에도 면면히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파워도 90W(6Ω)가 되니 이만하면 대출력이라 할 수 있겠다. 본 제품에 걸맞은 스몰 사이즈의 영국 스피커 하나를 골라 테이블 위에 갖춘다면 대부분의 음악은 완성된다. 음악으로 먹고 사는 직업이 아니고 단순하게 즐기려 한다면 이 이상의 소리라는 것은 별 문제 삼을 것도 없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인정해야 할 것이다.
입문기라는 표현에 대해 몹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편이니 그런 소리 대신 음악에 대해 특별한 욕심 없이, 그냥 음악은 음악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무엇보다도 먼저 이런 제품을 들여다보라. 절대로 실망하지 않을 내실 있는 물건이란 바로 이런 제품일 것이다.



수입원
사운드솔루션 (02)2168-4525
가격 45만원  실효 출력 90W(6Ω)  주파수 응답 10Hz-100kHz(+1dB, -3dB)  THD+N 0.03% 
댐핑 팩터 60  입력 임피던스 47KΩ  입력 감도 200mV, 2.5mV(MM)  S/N비 100dB, 80dB(MM)
톤 컨트롤 ±11dB  튜너 FM, AM  크기(WHD) 43.5×15×32.8cm  무게 7.3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