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yin A-300P MK2

300B 푸시풀 앰프로서 가장 완성도 높은 무대

2013-05-01     정우광
 보컬 영역에서의 자연스러운 음색은 물론이고, 오케스트라의 음의 전개에도 투명함과 공간감을 표현함에 있어 부족감이 없었다. 천문학적으로 높은 가격표를 달고 나오는 제품만이 훌륭한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케인의 제품은 소리로서 웅변해 주고 있는 것이다.  케인 오디오의 300B PP 앰프를 처음 대했던 것이 딱 2년 전의 일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한 회사의 제품인 줄만 알았었는데, 이후에 연이은 동사의 제품 리뷰에서 얻은 인상은 그저 가격대비 성능만이 아니라 절대적인 품질도 우수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상당히 위축된 듯한 중저가 오디오 기기 시장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고품위의 제품을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만들어 내놓는 회사가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지난 2년여 간의 제품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이 제품도 확실하게 발전하는 방향으로 궤적을 잡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MK2라는 꼬리표를 달고 나온 제품들은 대부분 원래의 제품에서 크게 바뀌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앰프의 골격을 이루는 기본 회로와 사용 진공관은 동일한 것이 일반적인 것이고, 다만 사용 부품의 품질을 향상시켰다든지 외관의 디자인을 약간 변경했다든지 하는 수준이 보통인데, 케인의 제품은 같은 제품의 연장선에 있는 제품이라고 보기에는 그 변화가 많다. 우선 사용 진공관이 바뀌고, 그 숫자도 늘어났다. 물론 출력관은 300B 푸시풀 구성으로 동일하다고 하지만 프리단을 담당하는 진공관이 바뀌고 파워 앰프의 전류 드라이브관이 배가되었고, 리모컨의 기능이나 진공관의 조정 기능을 위한 레벨 미터의 추가, 그리고 섀시의 변화라든지, 바뀐 내용은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이다. 이 정도의 변화라면 출력관을 빼놓고는 모두 바뀐 것이 된다. 그럼에도 이들이 제품명을 변경하지 않은 것은 이들의 제품 라인업이 워낙에 다양하다 보니 이전의 제품 계열을 계승하는 제품은 그대로 유지하려는 이유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진공관을 이용한 정통의 관구 앰프이면서도 모든 기능을 리모컨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은 이들의 기술력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음을 반영한다. 우선 메인 파워 스위치를 작동시키면 앰프는 30초간 출력단을 뮤트시킨 채로 모든 단계의 전압을 안정화시킨다. 이 과정 동안 볼륨 노브의 검정 바탕에 위치한 표시 막대가 깜박이게 된다. 입력 선택은 4조의 RCA 단자 사이에 릴레이로 작동하게 되어 있고, 출력단의 피드백도 리모컨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티앰프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하도록 되어 있어, 앰프의 음색을 변화시키는 부분도 출력단의 네거티브 피드백을 걸어주거나 하는 것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최소화하고 있다. 스피커는 4·8·16Ω의 3가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스피커 단자의 품질도 우수하여 상당히 굵은 케이블을 연결하더라도 본체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되어 있다. 전작에 비해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출력관을 제외한 진공관이다. 프리앰프단에 쌍 3극관인 6SN7을 이용하고 있고, 파워 앰프 부분의 전류 증폭단은 이전에 두 개의 12AU7을 이용하던 것을 모두 4개의 12AU7을 사용하고 있어 매우 안정적인 신호를 최종단의 출력관으로 보내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전작과는 거의 다른 제품이라고 보아도 될 정도로 큰 변화이다. 그럼에도 달고 나오는 가격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이럴 경우에 전작의 인기를 업고서 매우 높은 가격의 상승을 도모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상당히 고급스러운 마무리를 하고서도 이들은 착한(?) 가격표를 붙이고 나왔다.


 이전에 리뷰했던 기억으로는 3극 직열관인 300B의 장점을 크게 부각시키지 못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었다. 5극 빔관을 푸시풀로 사용한 동사의 다른 제품에서 3극관 모드로 전환하여 울리는 소리와 비교하여 볼 때에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물론 소리는 좋았지만 굳이 값싼 진공관으로도 얻을 수 있는 소리를 값비싼 300B를 사용하여 얻을 필요가 있을 것인가 하는 느낌이었던 것이다. 이렇듯이 제품 간에 뚜렷한 차이가 없어서는 그 제품의 존재 가치가 희미해지는 것이 된다. 이번의 제품을 보니 케인의 개발자들도 그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서 개발에 임한 것 같다. 즉, 300B가 갖고 있는 음의 우월함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이전의 제품에서 느꼈던 감흥을 훨씬 뛰어넘는 아름다운 사운드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음악을 풍성하게 재생함은 물론이고, 악기 하나하나의 음색을 표현하면서 정위감을 잃지 않는 재생의 능력은 대단히 높은 수준의 기술을 구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청실에 와 있던 몇 개의 스피커 시스템과 연결했을 때 모든 스피커 시스템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그러면서도 3극관 특유의 유려하고 선도 높은 소리의 질감도 잘 표현해 주고 있는 것이 확실히 이전의 앰프와는 차원이 다른 음향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5극관의 3극관 결합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맑고 투명함이 실려 있는 소리다. 그런 반면에 스피커를 제어하는 힘에 있어서는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본 앰프의 가격보다 몇 배나 높은 가격표를 달고 있는 가토 오디오의 FM-2와의 연결에서 다른 모든 앰프들을 제치고 최고의 음향을 들려주고 있었다. 보컬 영역에서의 자연스러운 음색은 물론이고, 오케스트라의 음의 전개에도 투명함과 공간감을 표현함에 있어 부족감이 없었다. 천문학적으로 높은 가격표를 달고 나오는 제품만이 훌륭한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케인의 제품은 소리로서 웅변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근래에 들은 300B 푸시풀 앰프 중에서는 가장 안정되고 뛰어난 소리를 들려주었던 제품이다. 


 수입원 케인코리아 (02)702-7815 가격 335만원  사용 진공관 300B×4, 6SN7×1, 12AU7×4, 12AX7×2  실효 출력 20W  
주파수 응답 7Hz-50kHz(-3dB)  THD 1%  S/N비 91dB 입력 감도 300mV, 1000mV(프리-인)  
입력 임피던스 100㏀  출력 임피던스 4Ω, 8Ω, 16Ω  크기(WHD) 42×20×38.9cm  무게 27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