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버가 고음질이라는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다
2012-11-01 이승재 기자
아이리버는 휴대용 MP3 플레이어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 브랜드다. 현재는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가 된 애플과 맞대결을 펼칠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는데, 디자인과 성능의 탁월함으로 MP3 세계를 호령한 영웅이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MP3 플레이어 시장을 스마트폰에게 빼앗기고, MP3 플레이어의 존재는 점점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있었다. 따라서 아이리버도 같이 소비자들에게 점점 잊혀가는 존재가 되었고, 경영실적 역시 오랫동안 부진했다. 그래서 여러 제품들로 사업을 확장하며 시장에서 버텨왔다. 그런데 지난해 9월 박일환 대표 체제로 새 출발하면서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아이리버가 다시 휴대용 뮤직 플레이어로 세상 앞에 선 것이다. 아이리버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아이리버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휴대용 뮤직 플레이어로 새롭게 시작했지만, MP3 플레이어와는 차원이 다른 제품을 만들어 냈다. 아이리버가 MQS(Mastering Quality Sound) 포맷이라고 명명한, 24비트/192kHz의 고음질 음원을 재생할 수 있는 제품 AK100을 선보였다.
지난 10월 10일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 위치한 풍월당에서 아이리버의 신제품 발표회가 있었다. 아스텔앤컨(Astell&Kern) AK100 포터블 하이파이 오디오라고 명명된 이번 신제품은 국내 최초로 스튜디오 마스터링 음원(24비트/192kHz)의 재생이 가능한 포터블 디바이스다. 코덱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MP3 플레이어와는 달리 이 제품에는 하이파이 D/A 컨버터나 CD 플레이어에 사용되는 울프슨 사의 WM8740 DAC를 탑재했다. 포터블 하이파이 오디오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사양이다. AK100은 24비트/192kHz의 WAV, FLAC 파일과 WMA, MP3, OGG, APE 파일을 재생할 수 있다. 그리고 고음질 음원의 큰 용량을 감안해 기본으로 32GB의 메모리를 장착했고, 마이크로 SD 메모리 슬롯을 2개나 가지고 있어 총 94GB까지 확장할 수 있다. 그리고 광 입력 단자가 있어서 광 출력이 있는 PC나 CD 플레이어 등과 연결해서 외장 D/A 컨버터로 사용할 수 있다. AK100은 디자인도 깔끔하다. 2.4인치 IPS 터치스크린에 표면을 헤어 라인으로 가공한 블랙 알루미늄 바디, 그리고 손목시계의 용두 같은 조절 노브를 채용해서 고급 기기의 느낌을 주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또 하나 놀란 것은 단순히 기기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이 기기에서 들을 수 있는 고음질의 MQS 파일을 직접 판매한다고 나선 것이다. 아이리버에서 직접 고음질 음원을 유통할 구조를 만든 것이다. 아이리버 뮤직(www.irivermusic.com)이라는 홈페이지에서 국내·외의 메이저 음반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MQS 파일을 판매하고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기기만 있어서는 고음질을 즐길 수 없으니 음원을 직접 공급하겠다는 공격적인 마케팅이다. 앞으로 어떤 음원이 MQS 포맷으로 공개가 될지 큰 기대가 된다.
제품 발표 후 AK100은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서 큰 이슈가 되었고, 69만8천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초도물량이 일주일 만에 동나고, 현재는 물건이 없어 온·오프라인 쇼핑몰에서 예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아이리버가 다시 휴대용 뮤직 플레이어 분야에서 기염을 토하고 있는 것이다.AK100은 아이리버가 선보일 로드맵의 시작인 제품이다. 성공적인 시작이라 생각된다. 이를 바탕으로 더욱 좋은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 생각된다. 다음 제품은 하이파이용 D/A 컨버터나 네트워크 플레이어 같은 제품이지 않을까 희망해 본다. 하이파이 제품도 잘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_글 이승재 기자
시연에 사용된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