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ave HP500 SE

하이엔드 진공관 앰프로서의 크나큰 자부심

2012-10-01     정우광
 음반을 재생하자마자 얻은 느낌은, '음의 결이 매우 고우면서도 미세한 변화까지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음으로 재생하여 주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음반에 수록된 매우 작은 크기의 음향도 재생하여 주고 있어 똑같은 음반을 재생하더라도 색다른 분위기의 음악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진공관을 증폭 소자로 사용하는 오디오 앰프를 사용하고 있는 애호가들은 제각기 나름대로 진공관을 선호하는 이유를 가지고 있다. 그 여러 가지 이유 중의 한 가지가 다양한 진공관의 변화에 따른 음의 변화를 즐기는 것이다. 솔리드스테이트 증폭 소자가 발명된 이후에 전자 산업은 고도의 발전을 이룩해 오고 있지만,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거의 모든 전자 기기에는 진공관이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던 것이다. 진공관은 오디오 기기에서 사용하고 있는 신호 증폭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뿐 아니라 컴퓨터라든지 통신 장비 등과 같은 수많은 장비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그 종류에 있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할뿐더러 생산량도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아직도 사용하지 않고 창고에 남아 있는 재고가 막대한 양에 이르고 있다. 우리가 지금 오디오용 앰프에 사용하고 있는 진공관의 종류는 이제껏 개발된 진공관의 1%도 채 되지 않는 극소수의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진공관을 소자로 하는 앰프의 출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고, 이때마다 변화되는 소리를 맛보는 즐거움 또한 진공관 앰프의 매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독일에서 만들어진 옥타브의 프리앰프를 시청하기에 앞서 왜 이처럼 진공관 이야기를 늘어놓는가 하면, 이 제품이 그동안 오디오 앰프에서는 정석처럼 사용되어왔던 진공관을 사용하는 것 외에 특이한 진공관을 증폭 소자로 사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음성 신호를 증폭하는 경로에 모두 진공관을 소자로 사용한 옥타브의 프리앰프 HP500 SE는 기존의 전통적인 프리앰프에서 널리 사용되어지고 있는 진공관과는 다른 EF184라고 하는 5극관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1960년에 발표된 이 진공관은 텔레비전 수신기에서 검파 회로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되어진 것인데, 일반 오디오용 진공관보다 재생 주파수의 범위가 넓고 평탄한 것이 특징이다. 옥타브 앰프를 설립한 호프만 씨는 원래 트랜스를 전문으로 제작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진공관과 이를 사용한 기기들에 접할 수가 있었고, 따라서 진공관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얻을 수 있었던 인물이다. 트랜스의 제작 공급 회사에서부터 직접 앰프를 설계하고 만들어내는 회사로 변신하면서, 이 회사의 제품들은 자연스럽게 진공관을 사용한 제품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회사의 설립 초기의 제품이었던 프리앰프 HP500은 이러한 기술적인 배경을 지니고 있는 회사의 제품답게 발표될 당시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단숨에 회사의 위치를 고품위 앰프의 제조업체로 올려놓게 되었던 제품이다. 이번의 SE 버전은 말 그대로 스페셜 에디션으로 지난 20여 년간을 동사의 간판 격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HP500을 독일의 오디오 잡지인 스테레오플레이의 창간 25주년을 기념하여 100대 한정 생산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기존의 제품과 같은 베이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더 강화된 전원부와 더욱 정숙해진 포노 모듈의 채택으로 진공관 프리앰프로는 얻기 힘든 수치인 -103dB의 S/N비를 보유하게 된 것이다. 제품의 사용은 일반적인 진공관 프리앰프와 별반 다른 것이 없다. 다만 입력 신호의 증폭도를 두 가지의 레벨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점만이 특이할 따름이다. 시청 시에는 입력 게인을 낮은 쪽으로 유지했을 때가 음량의 조정 범위도 적절하고 소리의 정숙감도 증가하여 시종일관 낮은 쪽을 유지하면서 시청했다. 입력 장치는 그리폰의 CD 플레이어 미카도 시그너처를, 메인 앰프로는 그리폰의 메피스토를, 그리고 스피커 시스템으로는 달리의 에피콘 6을 사용했다.


 시청한 첫 인상은 앰프의 동작이 매우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사용자의 실수로 인한 오작동의 경우에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되어 있고, 전원부의 보강으로 매우 조용한 앰프가 되었다고 하는데, 정말로 진공관을 사용한 앰프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숙한 작동을 해주고 있었다. 음반을 재생하자마자 얻은 느낌은, '음의 결이 매우 고우면서도 미세한 변화까지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음으로 재생하여 주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음반에 수록된 매우 작은 크기의 음향도 재생하여 주고 있어 똑같은 음반을 재생하더라도 색다른 분위기의 음악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재생 주파수 대역은 스펙상으로 매우 넓은 범위를 가지고 있는데, 실제의 재생에서도 넓은 재생 주파수 대역이 느껴질 정도로 음의 전개가 투명하고 시원시원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재생 주파수 대역이 넓다고 음악이 다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각 주파수 대역 간의 음의 크기가 어떠한 음량에서도 균형을 이루어 주고 있어서 확대된 재생 주파수 대역의 시원시원함이 매우 큰 감동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옥타브의 HP500 SE는 이러한 점에서 뛰어난 제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경과할수록 음의 온도가 내려간 듯한 정숙감이 연주 공간의 크기를 더해가고 있었다. 프리앰프의 존재감이 오디오 시스템에서 크게 부각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는 순간을 보는 듯하였다. 잘 알려지지 않은 진공관을 사용하여 빼어난 음을 제공해주고 있는 옥타브의 시스템은, 진공관을 사랑하는 애호가들 뿐에게만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즐거움을 전해주고 있는 귀한 존재임에 틀림이 없다. 



 수입원 로이코 (02)335-0006가격 1,830만원(포노 옵션 포함)  사용 진공관 ECC82×1, EF184×2  주파수 응답 3Hz-500kHz입력 임피던스 100㏀  출력 임피던스 100Ω  THD 0.001%  S/N비 -92dB(High), -103dB(Low)크로스토크 65dB  크기(WHD) 43.5×14.7×39.3cm, 18×10×28cm(전원부)  무게 10kg, 4kg(전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