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inius P10
뉴질랜드의 청결한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하다
2012-08-01 김남
80년대 뉴질랜드 내수용 앰프 제작으로 시작한 동사의 제품은 소문이 퍼져 영국으로 진출하게 되고, 93년에는 CES에도 데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과하지 않고 절제의 미덕을 지키면서도 능란한 소리를 내준다는 평가와 함께 고급기를 제작하지 않은 탓으로 전문지나 평론의 세계에서는 당연히 화제를 모으지 않았지만 소비자의 세계에서는 널리 알려졌다. 이것이야말로 입소문일 것이다.아무래도 영국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이 제작사의 제품들은 일단 호화 스펙을 열거하는 그런 고가 장비가 없다. 모두 가정에서 별 불만 없이 편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그런 범위 안에서 제품이 만들어 진다. 캐나다산의 클라세와도 약간 비슷한 외모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대동소이한 형태이며, 순 알루미늄을 사용하기 때문에 컬러 역시 시종일관이다. 그리고 모델이 혼란을 줄 정도로 번잡하지 않은 것도 마음에 든다. 가격대 역시 적합한 수준이다. 그런 자세로 20년이 다 되도록 지금까지 제품을 내놓고 있다는 것은 제품 그 자체로 이미 신뢰도를 획득했다는 산 증표이기도 할 것이다. 이 제품은 동사의 제품 중 엔트리 모델로 불린다. 가장 아래 급의 모델의 소리를 들어 보는 것이야 말로 중요하다. 제작사의 능력이 그야말로 이것에서 표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기본적으로 소리에서 청결함이 느껴진다. 그것은 국내에서도 상당한 사용자들이 있고, 그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평가이다. 뉴질랜드산 쇠고기처럼 주로 깨끗한 목초로 길러 온 쇠고기의 뒷맛도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청결함뿐 아니다. 밀도와 강력함, 그러면서도 섬세함과 윤기가 공존한다. 듣자마자 그것이 귀에 들어온다.이 제품은 전작으로 이미 명성이 높은 P8의 후속기인데, 차이점은 밸런스 단자 채용이라는 것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똑같다. 하지만 형식적으로 그냥 밸런스 단자만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 밸런스 회로를 추가했기 때문에 모델명도 달라진 것으로 생각된다.출력은 200W(8Ω)로 파워 앰프의 기준 출력이다. 무게가 14kg이고, 평범한 외양이지만 내어 주는 소리를 듣고 상당히 놀랐다. 내용에 대해 제공 자료가 없기 때문에 잘 알 수 없지만, 보통의 일상적인 파워 앰프가 지닌 정공법 제작을 한 기기로 보인다.
캐리의 프리앰프, 마크 레빈슨의 SACD 플레이어, KEF의 스피커로 울렸을 때 극치의 순간을 노래하는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의 목소리에서 바람 소리가 들렸다. 고역으로 올라가는 음역대가 바람처럼 휘몰아가는 맛처럼 들린다. 이것이 추억의 소리라고 표현하고 싶어지는 지나 로드윅의 'Too Young'은 가히 매혹적으로 울리고, 금관 밴드인 그렌 밀러 악단의 연주는 아주 중용적이며 실체감이 가득하다. 전반적으로 생기가 발랄한 여고생 같은 인상. 에이징이 무르익어 약간 농염한 맛이 증가하기만 한다면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겠다. 우리는 이 가격대로는 만나기 어려운 제품을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이다.
수입원 태인기기 (02)971-8241가격 670만원 실효 출력 200W(8Ω), 300W(4Ω)주파수 응답 20Hz-20kHz(±2dB) 디스토션 0.05% 이하 험&노이즈 90dB 이하 게인 32dB(RCA), 38dB(XLR)입력 임피던스 47㏀ 크기(WHD) 45×12×40cm 무게 14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