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yphon Legato Legacy SA
LP 재생을 위한 극한의 테크놀로지
2012-08-01 이종학(Johnny Lee)
일단 본기를 보면 두 개의 박스로 나뉘어 있는 데에 놀랄 것이다. 당연히 하나는 파워 서플라이인데, 그냥 대충 만들지 않았다. 내부를 보면 큼지막한 C-코어 트랜스를 삽입한 가운데, 클래스A의 듀얼 모노 방식으로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다. 또 배치 자체가 정교하고 아름다워서 가벼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그런데 한 가지 희소식이라면, 동사의 판도라 프리앰프를 쓸 경우, 여기에 부속된 파워 서플라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경우, 아무래도 예산을 짤 때 부담이 덜하지 않겠는가.이어서 포노단이 삽입된 본체를 보자. 일단 여러 기능이 눈에 들어온다. MM·MC로 전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MC의 경우도 임피던스를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해놨다. 정확히는 10Ω에서 47㏀까지 조절이 가능하다. 그래도 맞지 않은 카트리지가 있다면 특주품으로 주문도 할 수 있다. 사실 미세한 신호를 다루는 MC 카트리지인지라, 이렇게 정확하게 임피던스를 매칭하면, 그만큼 더 명료하고, 디테일한 음을 얻을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상당한 메리트가 있다 하겠다. 또 이 조정 과정에서 어떤 부품을 사용했는지도 큰 관건이다. 프리앰프로 치면 거의 볼륨단에 필적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스위스에 소재한 엘마(Elma) 사의 어테뉴에이터를 동원한 바, 조절 과정에서 일체의 로스나 왜곡이 없도록 했다.
풀 밸런스 회로 및 듀얼 모노 구성은 필수 중의 필수. 무엇보다 이런 포노 앰프가 일반적으로 채택하는 OP 앰프 및 IC 등이 전혀 개재되지 않았다. 신호 전송 과정엔 일체의 배선재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당연히 RFI의 간섭에서 자유롭다. PCB의 경우, 완전 차폐를 시켜 신호의 순수성을 최대한 보존했다. 또 제로 네거티브 피드백, DC 커플링 등을 도입해, 완성도를 극한의 수준까지 향상시켰다. 완벽함에 대한 이런 거의 신경질적인 집착은, 실제 음으로 확인할 수 있다. LP에 담긴 신호를 읽는 것이 카트리지의 몫이라면, 그 성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것은 본기의 몫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당혹 그 자체다. 그리폰만 해도 풀 시스템을 여러 차례 들어본 적이 있지만, 모두 레가토 레가시가 빠진 상태였다. 이제 본격적으로 투입한 만큼, 여기서 얻어진 결과물은 그리폰의 전체 수준을 몇 단계 위로 상승시켰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굳이 예를 든다면 뉴욕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나 삼성 라이온즈의 오승환 정도라고 할까? 에이스도 아니고, 4번 타자도 아닌 일개 마무리가 팀 전체의 승률과 우승에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 잡은 상황과도 같다.그리폰 풀 시스템으로 들은 본기의 음은 간단하게 거대하다, 압도적이다, 음이 쏟아진다, 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PA에서 마구 쏟아지는 무절제한 음은 결코 아니다. 모든 디테일과 해상력이 살아 있고, 에너지가 출중하면서 또한 우아하다. 과연 이런 경지가 가능한 것일까? 여태껏 많은 대형 시스템을 들어봤지만, 이렇게 속이 꽉 차고 정보량이 엄청나면서 모든 부분이 아름답게 컨트롤된 음은 처음이다. 대체 이게 무슨 조화일까? 이것은 엄밀히 말하면 소스의 문제라 보이고, 그 핵심엔 이번에 소개할 레가토 레가시(Legato Legacy)가 있는 것이다. LP의 가능성을 극대화시키려면, 결국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고, 그 중심에 본기가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가격 2,6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