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el RB1592

위풍당당하게 스테이지를 장악하다

2012-07-01     김남
 우선 파워 장악력은 최상급이라는 표현을 거듭하고자 한다. 스피커의 우수성도 한 몫을 하고 있겠지만, 질풍같이 내달리는 총합주에서 그야말로 지축이 뒤흔들리는 맛을 느낄 수가 있다. 스피커가 대형기이긴 하지만 이렇게 맑고 위풍당당한 저역을 오랜만에 들어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로텔이라는 제작사는 영국에 있다. 그리고 그동안 중·저가 제품이 주력으로 생산되어 왔다. 그 시장에서 상당히 인기를 끌었다. 이상이 로텔에 대한 기억의 전부이다.대중적인 가격대의 제품인 만큼 제품의 상세한 내용보다도 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는 이미지가 강해서 소비층이 두터운 것은 알고 있지만 본격 하이엔드를 기대하는 계층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이 시청기를 들어 보고 난 직후 그런 생각은 완전히 180°로 바뀌고 말았다.그동안 숱한 시청기를 대해 봤지만 로텔이라는 상호가 간단해서 외우기 좋은 탓으로 기억에 남아 있을 뿐 제품에 대한 미련 같은 것은 남긴 바가 없지만, 지금 누가 앰프를 한 기종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거론하고 싶어지는 이름으로 돌변해 버린 것이다.


 비싸고 좋은 소리라고 할 때에는 얼마든지 추천기가 있다. 그러나 싸면서도 좋은 소리라는 단서가 붙으면 '세상에 어디 그런 것이 있습니까. 싼 것이 비지떡이지요'라는 답변이 당연히 뒤따르게 된다. 과연 그러한가?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게 되어 기쁘다. 이런 느낌은 오랜만이다. 올해의 장원감을 뽑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내보내겠다. 현재 필자는 진공관 앰프로 만족하고 있지만 추가로 반도체 앰프를 하나 장만한다면 서슴지 않고 이 시청기와 그리고 한 짝인 프리앰프 RC1580을 선택하겠다.자료는 작다. 공치사를 하는 제작사가 아닌 듯하다. 영국의 회사로 이제 50년이 되었다. 원래 영국 제품의 견실함은 정평이 나 있어서 어떤 영국의 앰프 회사는 '우리 제품으로 음악을 듣고 부족한 점이 있다면 알려 주십시오'라는 구호를 내걸기도 했다. 그 파워 앰프의 출력은 120W였다.


 그 구호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 시청기로 소리를 울리면서 이런 제품도 있는데 굳이 하이엔드라는 고가품을 쓸 이유가 있겠는가 반문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연료를 절약하기 위해 리터 카를 쓰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이 제품에서는 충분히 하이엔드와 견줄 수 있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그 이외의 이유라는 것은 없다. 단 한 가지뿐이다.로텔은 그동안 10 시리즈의 번호를 달고 분리형 앰프, 튜너, CD 플레이어, DVD 플레이어를 비롯해 리시버, 인티앰프 등 다채로운 제품을 만들어 왔다. 미려하지만 수수한 디자인은 인상에 남는다.10 시리즈를 개선해 15 시리즈로 전면 개편하면서 나온 본 시청기는 파워 앰프로 플래그십 모델이다. 출력이 무려 8Ω에서 380W나 되며 4Ω에서는 700W로 올라간다. 댐핑 팩터 역시 1000이나 되기 때문에 스피커 장악력은 그야말로 완벽하다. 파워 앰프에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방열 핀을 달지 않는 대신 그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방열 통풍구를 뚫어 놓은 것도 아마 로텔 외에는 별로 없을 것이다.이 아래 RB1582, RB1572 등이 단계별로 있는데, 감도가 높은 스피커라면 굳이 본 시청기가 아니고 그 아래 모델도 괜찮겠다. 본 시청기에 대한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그런 권유도 할 수 있다.이 제품을 동사의 프리앰프 RC1580과 이번 호 시청기인 엘락의 스피커, 캠브리지 CD 플레이어, 그리고 호사스러운 헤밍웨이의 XLR 케이블, 후루텍의 파워 케이블과 연결했다. 그 결과는 우선 파워 장악력은 최상급이라는 표현을 거듭하고자 한다. 스피커의 우수성도 한 몫을 하고 있겠지만, 질풍같이 내달리는 총합주에서 그야말로 지축이 뒤흔들리는 맛을 느낄 수가 있다. 스피커가 대형기이긴 하지만 이렇게 맑고 위풍당당한 저역을 오랜만에 들어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현 독주는 강렬하고 밀도가 충만하며, 힘찬 것뿐만 아니라 나긋나긋해 감촉을 간지럽힌다. 나긋나긋하다는 것은 보통의 제품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지 윈스턴의 'September'가 울리기 시작하면 가슴이 쿵 하는 충격이 들어온다. '아, 가을인가'라는 경탄을 금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맑음, 웅장, 파워감들이 절절히 몰려온다. 금관 밴드에서 악기의 총합주는 일사분란하기가 쉽지 않다. 그 점에서 그 매끈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마치 혼자서 연주하는 것 같은 일체감이 쏟아져 나온다.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의 성악은 마치 갓 저어 놓은 찹쌀풀처럼 끈기와 밀도가 있다. 지나 로드윅의 'Too Young'은 그야말로 완벽. 교태와 호소, 영탄, 끈기가 교대로 이어진다.스피커와의 매칭이 적절했을 수도 있고, 사용 케이블이 탁월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앰프의 비범함은 어떤 경우에도 결코 이 이하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시대의 앰프로 가장 현실적이고 모범적인 대안을 가진 선지자와도 같은 능력기이다. 



 수입원 샘에너지 (02)3271-7502가격 590만원  실효 출력 380W(8Ω)  주파수 특성 10Hz-100kHz(±1dB)S/N비 125dB  THD 0.03% 이하  댐핑팩터 1000입력 감도 2.6V  입력 임피던스 12㏀크기(WHD) 43.1×23.8×41cm  무게 40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