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ga Coax 90.2

청각의 DNA에 각인될 정도로 인상적인 소리

2012-05-01     김남
 몇 년 전 무심코 들었던 그 향기와 상쾌함, 우아하기 짝이 없는 소리를 들으면 몹시 당혹스러워진다. 우리나라의 일일 연속극에 나오는 발성도 명확치 않고 그냥 소리만 질러대는 연기자를 보다가 모나코의 왕비가 되었던 그레이스 켈리나 잉그리드 버그만 같은 미모와 연기력이 맞아 떨어지는 차원 높은 스타를 보는 듯한 느낌.   '장백산 줄기줄기 피어린 자국… 오늘도 자유조선 꽃다발 우에…'이 노래는 김일성 장군의 노래 첫 구절이다. 오해 마시기 바란다. 나는 종북좌파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니까. 그런데 지금도 무심코 이 노래 멜로디를 흥얼거린다. 그러다가 깜짝 놀라서 멈추고 만다. 코흘리개 시절 6.25가 났다. 지방 도시에 거주하고 있던 나는 동네 꼬마들과 함께 어떤 창고에 모였다. 공산당이 아이들을 모아서 맨 먼저 한 일은 노래, 그 중에서도 김일성 장군의 노래라는 것을 맨 먼저 가르친 것이다. 그때 6살이었으니 노래를 배우고 말고 할 것도 없다. 아버지가 불러 주시던 모차르트의 자장가를 기억하고 있었을 뿐인데, 그런 상태로 처음 노래라는 것을 배운 것이 고작 김일성의 노래라니 한심스럽다. 공산당의 세뇌 교육이라는 것은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그것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니…. 공산당은 음악을 인정하지 않는다. 혁명가요로만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지금도 북한에는 음악이 없다. 선동하기 위한 민중음악만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피에가의 리본 트위터가 달린 TC10X라는 자그마한 소형기를 들은 것이 아마 6, 7년쯤 되나? 알루미늄으로 되어 있는, 당시만 해도 낯선 메이커의 제품이었기 때문에 다소 건성으로 앰프에 연결을 해 놓고 나는 생업인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었다. 한참 몰두하고 있는데 방 안에 음악이 울리고 있다는 것도 깜박 잊고 있는데, 그냥 라디오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뿐이었는데, 어디서 소리가 들렸다. 마치 처음 듣는 것 같은, 5월의 맑은 밤에 아카시아 향기가 흘러들어 오는 것 같은 그런 음이었다. 가슴이 푹 잠길 것 같은 그 놀라운 소리에 방안을 둘러보니 스탠드도 없어서 그냥 책장 위에 엉성하게 올려놓은 피에가의 스피커였다. 대단한 앰프를 연결한 것도 아니다. 서브로 쓰고 있는 제품, 20W가 나오는 6V6의 평범한 국산 파워 앰프와 소리가 좀 딱딱한 프리앰프, 역시 국산의 CD 플레이어에 케이블도 무명의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것에서 이런 향기로운 소리가 들려오다니…. 놀랍기 짝이 없어서 하던 일을 멈추고 스피커를 비로소 다시 뜯어 봤던 기억이 새롭다.그게 한참 지난 사실인데도 지금껏 그 소리가 잊혀 지지 않는다. 그때 이후로 그처럼 향기 나는 소리를 들어 보지 못했다. 깨끗하고 정밀한 소리, 호쾌한 소리, 달콤한 소리, 여러 소리들을 다 들어 봤지만 그처럼 가슴을 채우던 향기를 맡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마치 코흘리개 시절에 들었던 공산가요처럼, 그게 내 청각의 DNA에 각인이 되어 있는 것처럼 그와 비슷하게 내 가슴에 고여 있어서 가끔 외지에서 피에가의 스피커에 보내는 찬가, 스위스의 고원에 부는 상쾌한 소리라는 표현만 읽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이다.


 지금은 피에가처럼 리본 트위터를 쓰는 제품도 많아졌다. 이젠 피에가 때문에 리본 트위터에 대한 신뢰가 깊어져서 트위터로는 리본 외에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그 중에서 최고는 피에가의 리본이라고 당연히 생각하게 된다.피에가의 제품은 현재 몇 단계로 나뉘어 다채로운 제품이 나와 있다. 현재로는 마스터 원이라는 제품이 가장 비싼데, 그 다음이 Coax 라인이다. 이 라인에서 새로 90.2와 70.2가 나왔다. 본 시청기인 90.2는 종래 Coax 라인의 120이라는 최고 모델과 거의 차이가 없다. 이전의 90 모델과 다르게 리본 트위터가 마스터 원과 120에 사용되는 C1이 채용되었기 때문이다.피에가의 동축 리본 트위터는 C1, C2가 있는데, 고가 제품에는 C1이다. C2와의 차이점은 그 면적의 크기이다. 물론 중심 트위터의 면적은 동일하지만 중역대까지 리본으로 커버하고 있는 대역이 푹 내려가 있으며, 당연히 본 시청기와 같은 대형 리본 트위터는 450Hz 정도까지 커버한다. C2처럼 다소 작은 리본 트위터는 600Hz 이상으로 올라간다. C1은 네오디뮴 마그넷의 중량이 거의 2갑절로 증가했으며 능률도 높아졌다. 중역을 리본으로 울리다니 대단하다. 평판형, 정전형 말고는 이런 경우가 없다. 이 최고의 트위터는 숙련된 전문가가 수작업으로 만드는데, 1조만 해도 거의 하루 종일 걸린다고 한다. 그런 작업의 난이도 때문에 가격이 고가인 것으로 보인다.몇 년 전 무심코 들었던 그 향기와 상쾌함, 우아하기 짝이 없는 소리를 들으면 몹시 당혹스러워진다. 우리나라의 일일 연속극에 나오는 발성도 명확치 않고 그냥 소리만 질러대는 연기자를 보다가 모나코의 왕비가 되었던 그레이스 켈리나 잉그리드 버그만 같은 미모와 연기력이 맞아 떨어지는 차원 높은 스타를 보는 듯한 느낌. 단 작은 체구 때문에 스피커를 과시하려는 애호가에게는 맞지 않겠다. 진짜 음악을 좋아하는 탐미가에게 적합한 제품이다. 




 수입원 샘에너지 (02)3271-7502가격 2,600만원  구성 3웨이  사용유닛 우퍼(2) 18cm, 트위터 C1 리본 재생주파수대역 24Hz-50kHz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92dB/W/m  권장 앰프 출력 20-250W 크기(WHD) 26×112×33cm  무게 46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