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o Serblin Accordo

스피커는 사라지고, 무대에 음악만이 남아

2012-04-01     정우광
 음악이 연주되고 있는 동안에 스피커의 존재는 사라지고, 오로지 그곳에는 음악만이 남아 있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사실적인 묘사와자연스러운 울림의 사운드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뇌리 속에 맺혀 떠나지를 않았다. 가격 불문하고 하나 들여놓고 싶은 물건을 참으로 오랜만에 만났다.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 많은 스피커의 틈 안에서 빛을 발휘하고 있는 아코르도의 자태에 눈길을 빼앗기고 말았다. 아주 자그마한 크기에 보석과도 같이 반짝이는 표면의 마무리를 지니고 있는 모습은 실내에 놓여 있기만 하여도 재생되는 음을 가늠해 볼 수가 있을 정도로 선명하게 부각되고 있었다. 본체의 높이가 겨우 36cm밖에 되지 않으며, 전면의 폭은 이보다도 더 작아서 19cm밖에 되지 않는다. 이 정도의 크기이면 북셀프형 스피커 중에서도 크지 않은 폭인데, 본체를 지탱하고 있는 스탠드의 자태가 예사로운 것이 아니라서 북셀프형 스피커로 치부하기에는 부담이 느껴진다. 차라리 아주 슬림하게 만들어놓은 플로어 스탠딩형 스피커 시스템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이 스탠드는 내부에 디바이딩 네트워크 회로를 탑재하고 있어, 스피커와는 분리될 수 없는 부분이 되고 있다. 따라서 본체에는 우퍼와 트위터만이 위치하고 있으며, 멀티플 잭으로 스탠드와 연결되어 하나의 스피커 시스템으로 완성되어 있다. 앰프와 연결되는 단자는 스탠드의 아래쪽에 부착되어 있고, 전면의 그릴은 크테마와 마찬가지로 탄성이 있는 스트링으로 마무리되어 있다. 겉모습으로 본 전작 크테마와의 차이점은 우선 그 크기가 극적으로 작아졌다는 것과 목재로 마감된 인클로저의 모습이 프랑코 셀브린의 초기 작품에 더욱 근접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음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연구는 크테마에서 보여준 기본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인클로저의 측면부는 자연스러운 곡면을 하고 있으며, 이는 스피커 유닛 후면부의 공기압을 자연스럽게 인클로저의 바깥 부분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로써 이 스피커는 일반적인 베이스 리플렉스형의 스피커가 아니라 후면이 개방된 평판형 스피커처럼 작동하는 것이 된다. 이는 B&W 노틸러스나 이후 일련의 새로운 개념의 스피커 시스템에서 채택하여 효과를 보고 있는 기법으로서, 목재를 가공하여 이러한 효과를 얻고 있는 인클로저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발전된 현대의 가공 기술과 오랜 세월을 음악적인 스피커 시스템을 만들어온 셀브린의 감성과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것일 것이다.  아코르도의 시스템은 좌•우 두 개의 스피커 본체가 정확하게 대칭을 이루고 있다. 유닛이 위치한 전면 부분을 듣는 이의 시선과 일치시키게 되면 인클로저 후면의 곡면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커다란 원호를 그리게 되면서 후면 포트에서 나온 소리를 스피커가 위치한 선을 기준으로 하여 듣는 위치와 정반대되는 위치로 모아주도록 되어 있다. 이럼으로써 스피커 유닛에 주는 후면의 배압을 자연스럽게 소진시키고, 전면으로 방사되는 음향에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 된다. 이러한 구조의 효과는 극도로 선명한 재생음을 듣고 난 후에 새삼 탄복을 했던 대목인데, 아무튼 예리한 칼끝으로 섬세하게 다듬어 놓은 듯한 소리가 아주 부드러운 목재의 곡면으로부터 만들어져 나온다는 사실을 눈앞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에 놀랄 따름이었다. 



 재생을 위한 기기로 입력에는 서그덴의 CD 플레이어 마스터 클래스 PDT-4, 패스의 XP-20 프리앰프, 그리고 X60.5 파워 앰프가 연결되었다. 처음으로 연주된 곡은 마이크 올드필드의 'Harbinger'. 현악기군의 울림이 넓은 실내로 가득 펼쳐지는 느낌이 매우 상쾌한 곡인데, 웬만한 시스템에서도 이러한 느낌을 잘 표현하여 주고 있는 곡이지만, 아코르도를 만난 이 노래는 아주 다른 음악을 연주하는 듯한 느낌을 전해 주고 있었다. 악기 하나하나의 연주 실체가 그려지는 듯한 극도의 선명함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지의 사운드를 그려주고 있었다. 이전에도 이러한 선명함을 부각시켜 주는 스피커 시스템이 전혀 없었던 바는 아니지만, 선명함에 뒷받침되는 악기 간의 하모닉스도 풍성하게 함께 울려주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드문 케이스인 것이다. 이 때문에 스피커의 주위에서 형성되는 음의 세계는 지극히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었으며, 누가 듣더라도 명백하게 구별되는 3차원의 입체적인 연주 공간의 재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어 듣는 하이든의 현악 4중주도 악기의 디테일이 가슴 시리도록 선명하게 표현되고 있었다. 악기 하나하나의 울림은 물론이려니와 악기 간의 울림의 조화도 마치 눈앞에 그려지듯이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었다. 이는 앰프의 볼륨을 대단히 크게 올려도 변함이 없었고, 작은 크기의 소리에도 음상이 흐트러지는 순간이 없었다. 이어 듣는 모든 음악마다 새로운 발견을 한 듯한 느낌의 소리가 나와 주고 있었다. 스피커 시스템의 임피던스가 4Ω이고, 능률이 87dB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지만, 음악을 만들어주고 있는 스피커의 능력은 높은 출력의 앰프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앞으로 기회가 닿는다면 이러한 선명함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하여 3극 진공관 싱글 구동 앰프로 울려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음악이 연주되고 있는 동안에 스피커의 존재는 사라지고, 오로지 그곳에는 음악만이 남아 있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사실적인 묘사와 자연스러운 울림의 사운드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뇌리 속에 맺혀 떠나지를 않았다. 가격 불문하고 하나 들여놓고 싶은 물건을 참으로 오랜만에 만났다. 



 수입원 신원이멕스 (02)707-1592가격 1,450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사용유닛 우퍼 15cm, 트위터 2.9cm 실크 돔 재생주파수대역 40Hz-33kHz  임피던스 출력음압레벨 87dB/W/m  최소 앰프 출력 20W크기(WHD) 19×36×36cm  스탠드 높이 74cm 무게 16kg, 16kg(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