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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의 스피커들을 무색하게 하는 고품위의 도전자

2012-03-01     김남
 두께는 그대로 살아 있으면서도 이렇게 절제된 소리를 울려 준다는 것이 스피커의 세계에서는 사실 쉽지가 않을 것이다. 페가수스랄지 달퀴스트랄지 그런 이름에 향수를 가진 분들이라면 필히 일청을 권해보고 싶다. 이 정도 가격대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고품위의 제품이라 확신한다. 이 미국제의 제작사는 상당히 독특하다. 이미 오래전 달퀴스트라는 사명으로 특이한 스피커를 제작한 바 있는 엔지니어 마치소토가 참여하고 있는 소규모의 제작사인데, 이 제작사에서 그 사람이 만들어 낸 페가수스라는 스피커는 지금도 인상이 강렬하다. 아마 그 뒤로는 그런 스타일의 스피커를 본 적이 없다. 마치 가슴과 어깨 하단부까지 옷을 끌어내려 가슴팍이 일부 노출된 그런 원피스 스타일의 그 제품은 저역용 우퍼만 통에 수납할 뿐 중•고역은 평판형처럼 그냥 패널에 부착만 되어 있는 스타일이다. 근래에 리본 트위터로 유명한 스위스의 피에가에서 최고급품으로 플래그십 모델 마스터라는 제품을 내놨는데 스타일이 흡사하다. 우퍼는 통에 넣고, 중•고역용 리본 트위터는 알루미늄 패널에 그냥 부착해서 평판 스타일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 제작사는 페가수스와 같은 그런 방식의 제품을 내놓으면서 이미지의 명쾌함, 순간적인 반응의 우수함, 전 대역에 걸친 고출력, 왜곡의 부재, 소음량에서의 화성적 정확성과 해상력 등을 장점으로 열거했는데, 소리를 들어 본 사람들이 모두 공감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 특이한 명기는 외양이 너무 튄 탓인지 상업적으로는 실패하고 말았다. 너무 빨리 나간 것이라 생각된다.그렇다 치더라도 그런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내놓은 제작사의 후속작이 항상 궁금했던 터인데, 그 제품들은 국내에 수입이 되지 않았을 뿐이고, 과거의 페가수스 못지않은 진기한 스피커들이 그 뒤로도 꾸준히 개발되어 여러 오디오 쇼에서 화제가 되어 왔다. 스타일을 보니 그 때 페가수스의 열정이 어디 갔으랴 하는 찬탄이 일지 않을 수가 없다.트위터와 중•고역 유닛이 2열로 배치된 메인 타워는 리본 트위터가 9개, 그 외의 유닛이 14개나 되고, 그리고 그 외 별도로 서브우퍼 타워까지 있는 진기한 그랜드 레퍼런스 Ⅳ라는 제품을 보고나면 이건 스피커가 아니라 하나의 유닛 박물관을 보고 있는 느낌. 레퍼런스 시리즈가 그런 특이한 고가 모델인데, 그 아래 시리즈는 박서 컬렉션이라고 하고, 그중 가장 큰 모델이 이번 시청기인 컨텐더이다. 본 시청기의 아래로는 소형기인 복서, 센터 스피커 아나운서가 자리잡고 있다.이 제작사는 줄곧 스피커 전문 생산 업체로 지속되고 있는데, 단 한 가지 사업 영역의 확장은 케이블 쪽이다. 스피커를 만들다 보면 당연히 상당한 분량의 케이블이 소요되는데, 이왕이면 이것도 같이 그런 생각을 한 것 같다.품목은 당연히 고가의 하이엔드와 함께 각 시리즈별로 소형기도 있고, AV 대응 제품도 일부 나와 있지만 주력은 어디까지나 하이엔드 스피커인 듯하다. 


 본 시청기는 역시 페가수스의 추억이 생각난다. 평범한 듯하지만 결코 다른 제품과 똑같이 만들지 않으려는 오기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중간을 보라. 마치 뭔가 하나 생략되어 있는 듯한 특이한 디자인이다. 중역의 미드와 저역 우퍼의 배치, 극단적으로 간격이 벌어져 있는 것이다. 우퍼나 미드 하나가 아직 장착이 되지 않았거나 누가 빼가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것은 상호 간섭을 배제하기 위한 오랜 튜닝 결과라고 하는데, 그 원리까지 시시콜콜하게 분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미드와 우퍼는 관례대로 별도의 쳄버에 수납되어 있다.일단 생김새가 특이하지만 그 밖에 이 제품은 별로 까다롭지가 않다. 보통의 감도에 30W 정도의 파워를 가진 앰프라면 무난하다고 설명되어 있다. 6.5인치의 우퍼와 미드는 동일한 형상이고, 트위터는 소프트 돔 스타일. 우퍼와 미드 유닛은 재질에서 별로 특이점이 없는 듯 설명이 없다. 주 특징은 노라의 제품들이 코발트 (알니코) 마그넷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알니코가 페라이트라는 인공 자석보다 특별히 더 우수하다는 증거는 없지만 그래도 명품들은 굳이 알니코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 그밖에 네트워크를 수작업으로 정밀 제조한다는 것도 자랑으로 내세우고 있는 점이다. 인클로저 마감은 블랙 피아노 래커와 함께 체리 하이그로시도 마련되어 있는데, 아담한 사이즈의 톨보이 제품으로 그윽한 멋이 풍긴다. 완강한 스파이크가 제공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이 시청기를 이번 호 같은 시청기인 티악의 AI-3000 인티앰프와 CD-3000 SACD 플레이어에 연결했다. 페가수스의 추억이 역시 그대로 내제되어 있는 소리가 나와 줘서 놀랐다. 그 당시의 페가수스는 듣고 또 들었지만 가격이 비쌌고, 이제는 수입도 되지 않고 중고도 볼 수가 없다.이 제품은 참으로 섬세하고 해상도 역시 만점이다. 왜 미드와 우퍼를 그렇게 벌려 놨는지 충분히 납득이 간다. 윌리엄 텔 서곡에서 총합주가 마치 잘 만든 고가의 소형기처럼 쨍쨍하고 깨끗이 울린다. 타이스의 명상에서 현의 파고드는 것이 가슴이 시릴 정도이고, 보컬은 아련하게 아름답다. 아마 페가수스의 노하우가 대부분 전수된 듯하다.두께는 그대로 살아 있으면서도 이렇게 절제된 소리를 울려 준다는 것이 스피커의 세계에서는 사실 쉽지가 않을 것이다. 페가수스랄지 달퀴스트랄지 그런 이름에 향수를 가진 분들이라면 필히 일청을 권해보고 싶다. 이 정도 가격대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고품위의 제품이라 확신한다. 



수입원 소노리스 (02)581-3094가격 440만원  구성 3웨이 3스피커  재생주파수대역 35Hz-28k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90dB
크기(WHD) 20.3×111.7×30.4cm  무게 22.6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