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tec 604 바비킴! 그 쌉쌀함을 위하여
내가 사랑한 빈티지
2012-01-01 이창근
독특한 구조와 기술적인 높은 완성도는 물론 천재 랜싱의 드라마틱한 삶 등이 함께 녹아 있어 오디오 외적인 전설까지 간직한 알텍 604 시리즈는 동축형 유닛의 교과서이자 5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빈티지 스피커 추천 순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명기임에 틀림없다. 알텍 604에 대한 소개는 전에도 몇 차례 있었기에 장황한 히스토리는 생략키로 하겠다. 604•604B•604C•604D•604E•604-8G•604-8H•604-8K로 이어지는 일련의 시리즈 중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604E에서 604-8G로 넘어가는 시기에 16Ω이 8Ω으로 변경되었다는 점과 604-8H까지가 알니코 자석이 채용되었다는 사실이다. 본인의 취향이 진공관보다는 TR 앰프 쪽이고, 다이내믹한 음악을 선호한다면 페라이트 604의 선택도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고전음악까지 들어야한다면 알니코+진공관 구성이 유리한 것만은 사실이다. 사용상 지장 없는 상태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초기형을 들라면 현재 시점으로 볼 때 604C부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604•604B도 가능은 하겠으나 제대로 된 것을 구입하려면 비용 상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퀄러티를 고려했을 때 가성비를 따진다면 꽤나 무리스러운 면이 있다. 그리고 임팩트한 저역을 원한다면 604C까지는 현대 개념의 아래 대역을 맛보기 힘들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이는 유닛 상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적인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여러 장르를 넘나들고자 한다면 604C 이후 후기형의 선택이 필수이다. 그러나 모노•초기 스테레오 명반의 심오함 같은 것을 맛보려면 604 초기형에 대한 집착을 말릴 수는 없다. 이 부분만큼은 후기형이 따라갈 수 없는 고유 영역이자 가치 상승의 주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선택에 있어 또 하나의 갈림길인 16Ω과 8Ω의 차이를 언급하자면 16Ω쪽이 좀더 차분하고 순화된 음상과 고•저역대에 걸친 디테일이 좋은 것이 사실이다. 대신 근육질의 베이스는 8Ω에서 좀더 확연해진다. 금관악기에서의 청량감과 디지털과의 친밀성 또한 8Ω에서 개선되어짐이 눈에 띈다.본인의 음악 취향이 잡식성이고 CD 플레이어 사용의 빈도가 절대적이라면 베스트는 604-8G라 해두고 싶다. 그러나 후기형 선택에 있어 유의점은 업소 등에서 혹사된 물건이 많이 유통되고 있으니 각별한 신경을 써야한다. 현악까지 제대로 들어야한다면 604 초기형에 2A3•45 싱글 정도면 살포시 보듬는 형상이 되어 알텍의 원초성을 일정 부분 가려주는 좋은 조합이 될 수 있다. 그 외 정평이 나 있는 다이나코 스테레오 70이나 6L6 계열 파워면 무리 없는 매칭이 가능할 것이다. 604로 듣는 바비킴은 비로소 음악과 가수가 추구하는 자유의지가 제대로 표출되면서 개방적이지만 우수에 찬 듯 어눌하게 읊조리는 '사랑 그놈'이 물 만난 고기처럼 스피커 가장자리를 떠돌아다닌다. 맹맹한 콧소리와 목젖에서 감아 도는 쌉쌀함까지 이제야 영락없는 바비킴이 초대된 듯하다. '늘 혼자 사랑하콩~ 혼자 이별하콩~' 콩콩거리는 가수의 발음처럼 저절로 노래를 따라하게 된다. 과거 배호와 이미자를 완성해내었던 것처럼 2011년 끝자락인 현재 바비킴마저 소화해내는 알텍 604는 기특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며 다음 과제는 울랄라세션과 장재인임을 속삭이듯 주문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