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

희망찬 2012년을 기약하며,

2012-01-01     시스템관리자
12월, 지나가는 한 해에 대한 아쉬움과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대비와 기대감으로 항상 분주한 시기이다. 다소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돌아보면 2011년도는 필자에게 조금은 암울한 시기였던 것 같다. '다사다난'하다는 표현이 마음 속 깊이 느껴질 정도로 많은 일들이 스쳐 지나가며, 어려웠던 일들을 떠올릴 때마다 올 한 해가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강한 바람이 들기도 한다. 인생이라는 길고 긴 여정에 한 해의 시간은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유독 2011년은 개인적으로 잊고 싶고 후회되는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이런 어려움이 있을 때 마다 사람마다 각자 극복하는 방법이 다양하겠지만, 필자에게는 음악이라는 존재가 가장 힘이 되고 용기를 북돋우어 주는 존재이다. 항상 정신적인 치유제가 되어 주는 소중한 음악의 존재, 그 중 '베토벤의 교향곡 작품'들이야말로 필자가 어려운 시기마다 가장 즐겨 듣던 음악으로 2011년을 마무리하며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희망으로 소개하도록 하겠다. 



베토벤 <교향곡 전집>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지휘) 유럽 쳄버 오케스트라


베토벤 <교향곡 전집>오스모 벤스케(지휘)미네소타 오케스트라


베토벤 <교향곡 전집>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베토벤이 남긴 총 9개의 교향곡, 음악사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위대한 음악으로 교향곡이라는 분야에 이정표를 세운 인류의 위대한 유산이다. 베토벤 이전의 모차르트나 하이든의 교향곡 작품들도 위대한 작품임에 분명하지만, 교향곡이란 양식을 음악적으로 확립하고 깊은 정신세계를 음악을 통해 확립한 그의 작품은 누가 뭐라 해도 최고의 위치에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후 탄생되는 브람스의 위대한 4개의 교향곡, 브루크너, 차이코프스키, 말러 등 위대한 교향곡 작곡가들에게 가장 강한 영향을 미친 그의 작품들은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정신적인 깊이와 강한 감동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이다. 자신의 고난했던 생의 처절한 역경과 이를 극복하는 한 인간으로서 베토벤의 강한 의지와 정신세계가 그대로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진 그의 교향곡 작품들은 바로 후대의 우리들에게 인생의 의미와 용기를 주는 위대한 예술의 힘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위대한 작품의 시발점이 된 1번 교향곡 C장조 op.21 작품은 의외로 늦은 나이인 1800년, 그의 나이 30세에 완성된 곡이다. 일부 모차르트나 하이든의 영향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독창적인 표현 양식을 확립한 걸작으로 4악장(Allegro molto-Allegro con brio·Andante cantabile con moto·Menuetto : Allegro molto e vivace-Trio·Finale, Adagio-Allegro molto e vivace) 구성이다. 1802년에 작곡된 교향곡 2번, D장조 op.36, 그의 나이 32세인 1802년에 완성된 작품이다. 그의 사후에 발견된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에 나타나듯이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힘든 시기에 쓰인 작품으로, 바로 당시가 귀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 시점이다. 하지만 작품의 성향은 의외로 밝고 기쁨이 충만한 분위기로 전개된다. Adagio-Allegro con brio·Larghetto·Scherzo-Allegro-Trio·Allegro molto의 전 4악장 구성이다. 베토벤 스스로 가장 만족도가 높았다고 전해지는 교향곡 3번 '영웅'.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영향을 벗어나 비로소 베토벤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난 본격적으로 대곡적 성향을 지닌 교향곡 작품으로서의 시발이 된 작품이다. 원래는 나폴레옹의 영웅성에 강한 감명을 받고 지은 곡이지만, 후에 나폴레옹 스스로가 황제에 등극했다는 소식을 듣고 악보를 찢어 버릴 정도로 격분했다는 일화가 있기도 하다. 1804년 완성되어 1805년 초연되었으며, 그의 어려운 인생에 대한 분노와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투여된 작품이다. Allegro con brio·Marcia funebre. Adagio assai·Scherzo, Allegro vivace-Trio·Finale, Allegro molto-Poco Andante-Presto의 전 4악장 구성이다. 1806년 그의 나이 36세에 완성된 4번 교향곡 B플랫 장조 op.60, 상당히 여성스럽고 아름다운 가락이 충만한 곡으로 베토벤의 후원자인 리히노프스키의 친척인 프란츠 폰 오퍼스도르프 백작에게 헌정된 곡이다. Adagio-Allegro vivace·Adagio·Allegro vivace·Allegro ma non troppo의 전 4악장 구성이다. '운명은 이와 같이 문을 두드린다' 1악장 서주부의 주제 선율을 베토벤 스스로가 이와 같은 표현을 들어 지칭했다 하여 이를 인용해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운명 교향곡'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교향곡 5번 C단조 op.67, 합창 교향곡과 더불어 음악사에 길이 빛나는 최고의 명교향곡 작품이다. 1804년 시작되어 1807-1808년 경 집중적으로 작곡되어 1808년 초연된 작품으로, 나폴레옹이 빈을 점령했던 시대적 배경과 귓병의 악화 등으로 자신의 운명과 처절하게 사투를 벌이는 베토벤의 인간적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대곡이다. 1악장은 시련과 고뇌가 엿보이며, 2악장은 다시 찾은 평온감, 3악장에는 뜨거운 열정, 4악장은 운명과 맞서 승리에 도달한 환희가 엿보이는 곡상을 담고 있다. Allegro con brio·Andante con molto·Allegro·Allegro-Presto의 전 4악장 구성이다. '전원'이라는 부제가 붙은 6번 교향곡 F장조 op.68, 운명 교향곡과 같은 1808년 12월 22일 초연된 곡으로 자연에 대한 찬미와 감사의 마음을 담은 작품이다. 전 5악장 구성으로 각 악장마다 스스로 내용들을 표제를 붙여 묘사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악장 ? 전원에 도착했을 때 유쾌한 기분(Allegro ma non troppo), 2악장 ? 시냇가의 정경(Andante molto moto), 3악장 ? 시골 사람들의 즐거운 모임(Allegro), 4악장 ? 천둥 폭풍우(Allegro), 5악장 ? 폭풍우가 물러간 뒤의 행복과 감사의 느낌(Allegretto). 악화된 건강의 회복을 위해 보헤미아 지방 테플리체 시의 온천에서 요양 중이던 1812년에 완성된 교향곡 7번 A장조 op.92, 장엄한 서주와 드라마틱한 긴장감, 그리고 2악장의 애수에 찬 격조 높은 멜로디 등으로 인기가 높은 작품이다. 리스트는 본 작품을 '리듬의 신격화'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본 곡의 긴장감 넘치는 다변화된 리듬은 많은 이에게 감동을 준다. 얼마 전 영화 <킹스 스피치>의 마지막 부분에 삽입된 격조 높은 아름다움의 2악장은 필자가 수많은 교향곡의 악장 중 가장 즐겨 듣는 악장이다. Poco sostenuto-vivace·Allegretto·Presto·Allegro con brio의 전 4악장 구성이다. 베토벤 스스로 '나의 작은 F장조 교향곡'이라 불렀다는 8번 교향곡 F장조 op.93, 1812년 완성된 곡이다. 가볍고 아름다운 선율이 일품인 곡으로 상대적으로 작은 스케일과 여성스러운 분위기로 대중적인 인기가 높지는 않지만 베토벤의 소박한 인간미를 보는 듯한 매력적인 작품이다. Allegro vivace e con brio·Allegretto scherzando·Tempo di Menuetto·Allegro vivace의 전 4악장 구성이다. 후기 현악 4중주 작품과 더불어 베토벤의 창작 예술의 집대성으로 평가 받는 교향곡 9번 '합창', D단조 op.125, 8번 교향곡 이후 무려 12년만인 1824년 완성되었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 완성된 생의 역작으로서, 프리드리히 실러의 '환희의 송가'가 4악장의 합창 부분으로, '합창 교향곡'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작품이다. 완성 시점은 이미 청력을 모두 잃은 상태로 얼마 남지 않은 그의 생애와 건강을 고려할 때 모든 심혈을 기울여 완성된 곡으로 이해되며, 이런 각고의 노력이 영원히 빛나는 희대의 명곡을 탄생시킨 것이다. 베토벤의 교향곡 중 가장 편성이 크며, Allegro ma non troppo e un poco maestoso·Molto vivace-Presto·Adagio molto e cantabile-Andante cantabile·Presto-Allegro assai-Presto의 전 4악장 구성이다.동서고금을 통한 최고의 명곡인 관계로 대부분의 지휘자들에 의한 무수한 명반이 존재하는 베토벤의 교향곡, 수많은 지휘자들 중 필자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바로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모든 베토벤의 작품에 최고의 명연을 남겼던 그의 베토벤상은 '재현이 아닌 재창조'라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최고의 연주로 평가된다. 특히 1951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9번 교향곡은 비교 대상이 없는 최고의 감동으로 아직도 이를 능가하는 연주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오토 클렘페러, 브루노 발터, 칼 뵘, 카라얀 등의 지휘자들 역시 최고의 베토벤을 남긴 아날로그 시대의 명지휘자들이다. 전곡은 아니지만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베토벤 교향곡 연주도 감히 푸르트벵글러의 업적과 비교될 만큼 대단한 성과를 보여준다. 하지만 녹음을 극히 싫어했던 그의 특성상 전집의 전곡 연주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디지털 시대에 들어와서도 많은 주목할 만한 연주들이 있으며, 이 중 전집의 개념으로 필자가 가장 즐겨 드는 음반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먼저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와 유럽 쳄버 오케스트라의 전집(Teldec). 개성과 신선함, 고전적 해석이 교차하는 매력적인 음반이다. 뛰어난 녹음 역시 본 앨범의 가치를 더해준다. 하지만 필자가 가장 즐겨 듣는 전집으로 소개하려는 음반은 베를린 필·클라우디오 아바도(DG),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오스모 벤스케(BIS)의 연주이다. 베토벤의 교향곡에 베를린필은 빈필과 더불어 최상의 조합이며, 아바도의 고전적 해석에 기초를 둔 중용의 미학과 뛰어난 리듬감과 디테일감으로 신선함을 접목한 해석은 디지털 시대에 나온 가장 뛰어난 베토벤 교향곡 전집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곡마다 최고라는 평가는 어렵겠지만, 전곡 모두 평균 이상의 연주력을 보여준 모범성은 전집으로서의 높은 가치를 갖는다. 인기곡들을 중심으로 간략한 평을 하면, 먼저 3번 에로이카, 전통과 혁신의 중간적인 해석으로 견고하며 격조 높은 베토벤 음악이 펼쳐진다. 편차가 심한 전집 녹음 상태 중 비교적 녹음 상태도 뛰어난 훌륭한 연주이다. 5번 운명 교향곡, 전반적으로 고전적 해석에서 벗어나지 않는 무난한 해석으로 다소 유연성이 떨어지는 듯한 연주는 아쉬움으로 남기도 한다. 녹음 상태도 전집 중 좀 떨어지는 편이다. 긴장과 이완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전반 악장과 집중력과 힘을 보여주는 4악장의 뛰어난 연주가 돋보이는 6번 교향곡, 디테일감과 유연한 리듬감이 조화를 이룬 최고의 명연을 보여준다. 격조, 유려한 템포 감각, 깊은 정신세계와 일사 분란한 합주력으로 무장한 7번 교향곡은 단점을 찾기 힘든 완성도를 보여준다. 전집 중 최고의 녹음 상태의 9번 교향곡, 엄청난 스케일, 일사 분란한 합주력을 보여 준다. 특히 4악장의 경우 화려함과 깊은 정신세계를 동시에 표현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경우이지만 본 연주는 바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듯 화려함 속에 깊은 감동의 세계를 연출해 준다. 전 곡 모두 역시 베를린 필하모닉이라는 찬사가 떠오르며, 이를 깊은 정신세계를 겸비한 위대한 음악으로 승화시킨 아바도의 역량이 돋보이는 연주이다. 오스모 벤스케·미네소타 오케스트라의 조합, 다소 의외의 선정일 수 있지만, 신선함이 가득한 새로운 베토벤 상을 구축한 뛰어난 연주를 자랑한다. 특히 미국 내에서조차 메이저 오케스트라로 평가 받지 못하는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의 놀라운 합주력은 처음 이 전집을 접한 필자에게 놀라움을 선사해 주었다. 아름답고 섬세한 연주가 돋보이는 3번, 밝고 희망에 찬 운명 교향곡, 아름다운 현악 합주가 돋보이는 6번, 우아함과 긴장감이 잘 살아나는 7번 연주까지 모두 수준급이다. 9번 교향곡의 경우 곳곳에 신선한 해석과 놀라움이 가득한 연주로 범용적인 관점에서 보면 약간의 논란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상당히 뛰어난 연주이다. 특히 가볍고 밝으며, 리드미컬 하면서도 세부적인 디테일을 잘 살려낸 해석으로 피날레는 정신적인 깊이감으로 감동의 세계를 연출해 준다. 
아날로그 시대의 명반



  베토벤 <교향곡 3번>오토 클렘페러(지휘)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베토벤 <교향곡 5번>빌헬름 푸르트벵글러(지휘)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베토벤 <교향곡 6번>빌헬름 푸르트벵글러(지휘)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베토벤 <교향곡 9번>빌헬름 푸르트벵글러(지휘)바이로이트 페스티발 오케스트라 
자신의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인류에게 위대한 유산을 물려준 베토벤, 그의 9개의 교향곡에는 바로 음악가로서의 경이적인 재능과 능력은 물론이고 인간적인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아 더욱 더 깊은 감동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특히 어려운 시절을 겪을 때마다 필자에게 감동과 용기를 북돋워주었던 그의 교향곡 작품들은 어려운 시간을 겪고 있는 요즘의 필자에게 많은 힘을 주고 있다. 지나가는 2011년과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음악으로 베토벤의 교향곡 작품, 필자에게는 더 없이 좋은 정신적 치료제이며 많은 이들에게도 깊은 감동과 용기를 주는 음악으로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