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rfedale Evo-50 Signature

새로운 시리즈에 다양한 노하우들을 담아내다

2012-01-01     나병욱
 지금까지 살아온 과거를 돌이켜 보면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수없이 많이 겪으며 살아온 것 같다. 원래 성격이 조급하고, 어려서부터 오선지와 악보만을 가까이하며 지내온 탓인지 모든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언제나 단순하게 결정하는 습관이 필자의 결점 중의 하나이다. 이 결점은 오디오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수 십 년의 오디오 생활 중 시행착오를 겪은 것은 헤아리기 쉽지 않을 만큼 적지 않은 것 같다. 그 중에서 쉽사리 잊히지 않는 것이 있다. 4웨이 멀티 구동 시스템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우퍼였다. 딱히 누구의 조언도 들을 수 없는 상황이라서 더욱 혼란스러웠는데, 저역에는 5극관의 진공관 앰프가 좋다는 어느 잡지의 기사를 읽고, 매킨토시 275 앰프를 걸어보았다. 하지만 15인치의 대구경 유닛을 울리기도 쉽지 않았고, 밀도감에서도 아쉬움이 남아 강력한 파워와 저역에서 탄력이 좋은 앰프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허물없이 지내던 P 교수가 시청하고 있던 시청실에서 손짓하며 들어오란다. 시청하고 있던 파워 앰프는 당시 외국 오디오 잡지에서 온도감이 어떻고 음의 가닥추림이 좋으며 탄력적인 저음과 파워가 대단하다고 칭찬하던 M사의 파워 앰프였는데, 필자의 사정을 잘 알고 있던 P 교수가 들어보라고 기회를 준 것이다. 선입견 때문이었는지 어쨌든 좋은 앰프라는 생각은 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 후 비가 억수처럼 내리던 어느 날 마침 집사람이 지방에 내려간 틈을 타서 그 앰프를 집에 끌어드렸다. 외국 평자들이 칭찬하던 그 사운드를 기대하며 전원을 넣고 자주 듣는 시청 CD를 올려보았지만 기대에 부응하는 저역은 아니었다. 뭔가 나올듯하다가 움츠려 드는 듯하고 비에 젖은 한복처럼 무겁기만 했다. 그래서 딴 판을 걸어 보았지만 별로 나아지지 않고 이마에는 땀방울만 맺히고 있었다. 큰 마음 먹고 거금(?)을 들였는데 하며 실망한 나머지 전원을 내리고 앰프를 딴 앰프로 지명하면서 바꾸어 가지고 오라고 오디오 숍에 전화를 했다. 아내가 돌아오기 전에 처리해야 될 것 같다는 급한 성격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앰프를 멀티구동으로 사용하고 있는 어느 마니아의 집에서 들었던 사운드는 우리집에서 듣던 그런 음이 아닌 설득력이 있는 좋은 음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스에서 막 꺼낸 앰프를 에이징 없이 들으며 마치 우물가에서 숭늉을 기대한 것과 다를 바 없는 무지한 시행착오의 결과였다. 그 이후 오디오에서 에이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시청하는 와피데일 에보 50 시그너처 스피커도 에이징이 전혀 되지 않은 채로 도착했다. 더구나 필자와 와피데일 스피커는 한 번도 같이 지낸 역사가 없어 개인적으로 생소한 브랜드. 





패브릭 돔으로 된 중·고역과 고역의 사운드는 실키한 음으로 보컬에서나 바이올린의 고역에서 유연함을 선사하고 있었다. 목관악기들의 관 울림이 지성적이고, 브라스의 표정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소편성의 실내악에서 잔잔한 사운드로 평화롭고, 특히 보컬에서 온도감이 좋게 느껴졌다. 물론 와피데일의 역사는 참으로 길고, 전 세계에서 이름 높은 브랜드이다. 1932년 영국의 길버트 브릭스가 자신의 집인 일클리 요크셔에서 설립했는데, 근처에 와페라는 강이 있다. 이 회사는 1936년에 상당한 규모로 성장, 2차 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9,000개의 스피커 유닛을 납품했고, 2차 대전 중에도 성장은 계속되어 40,000여개의 납품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고 한다. 1945년 미국 쪽으로 방향을 돌리며 성능이 좋은 스피커를 요구하는 수요자들을 위해 처음으로 트위터와 네트워크를 추가한 2웨이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1958년 68세로 브릭스는 은퇴하게 되지만 세라믹 마그넷을 유닛에 채용하는 등 신기술의 개발은 멈추지 않으며, 1970년에 발매한 키트는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1990년에는 거대한 베리티 그룹에 속하게 되었는데, 이 그룹에는 쿼드와 리크도 함께했었다. 이후 1996년에 완전 독립하게 되는데, 세계적인 지명도와 함께 오디오의 메이커로서 확고한 위치를 확보하게 된다. 오늘날 와피데일은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스피커 시리즈들을 선보이며, 그 역사처럼 변함없는 최고의 스피커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에보 50은 시리즈 최상위 모델로 오랫동안 축적된 기술과 제작의 노하우가 반영된 특별한 스피커로, 3웨이 4유닛 베이스 리플렉스형 플로어 스탠딩 시스템이다. 베이스 드라이버에는 6.5인치 구경 알루미늄 프레임에 우븐 케블라 다이아프레임을 채용하고, 25mm 알루미늄 코일을 채용하여 40Hz에서 500Hz까지 커버, 강력한 시그널에 대한 대응력과 탄력적인 저역, 그리고 발 빠른 응답성이 특징이라 한다. 미드·베이스에도 동일한 6.5인치 구경 알루미늄 프레임에 역시 우븐 케블라 다이아프레임, 그리고 25mm 보이스코일를 채용, 54Hz에서 4kHz를 커버할 수 있다. 알루미늄 프레임에 50mm 구경 직물로 된 돔 유닛은 중·고역으로 600Hz부터 1.2kHz까지 커버하고, 84g으로 가벼우며 92dB로 능률도 좋다. 25mm 구경의 직물 돔 트위터는 14g에 93dB, 45kHz까지 재생 가능하다. 위상 정합에 유리한 심플한 설계의 크로스오버는 2개의 공심코일과 4개의 소자만으로 구성하고 있다. 잘 만들어진 오버사이즈의 스파이크와 금도금된 큼직한 터미널도 믿음직하다. 시청에는 나드의 M3·M5 조합이 함께 했다. 앞에서 장황하게 에이징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었는데, 앰프를 연결하고 1시간정도 지나고 나서야 조금씩 유닛이 풀리면서 음이 서서히 만들어지고 있었다. 어느 장르의 음악에서도 모나지 않는 음은 편안한 느낌을 준다. 덜 풀어진 우퍼인지라 저역의 무게 중심이 조금 위에 있고, 스테이지의 넓이나 깊이감도 스피커의 안쪽으로 자리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현재의 음일뿐 충분한 에이징이 되고 나면 개선될 것이다. 패브릭 돔으로 된 중·고역과 고역의 사운드는 실키한 음으로 보컬에서나 바이올린의 고역에서 유연함을 선사하고 있었다. 목관악기들의 관 울림이 지성적이고, 브라스의 표정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소편성의 실내악에서 잔잔한 사운드로 평화롭고, 특히 보컬에서 온도감이 좋게 느껴졌다. 에이징이 덜 된 탓에 재즈에서는 조금 양보하는 듯하여 리얼함이 아쉬웠고, 대편성의 투티 사운드에서는 조금 벅찬감도 느낄 수 있었는데, 좀더 파워풀하고 명징한 울림의 앰프를 만난 다음 피스톤 활동이 원활하게 될 만큼의 충분한 에이징을 거치고 나면 다시 한 번 제 실력을 뽐낼 것이 분명하다. 외모에서도 정성을 들인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90dB의 비교적 높은 능률도 그렇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 배선에도 순도 높은 선재를 사용하는 등 결코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스피커는 절대 아니라는 느낌이 전해진다. 





수입원 사운드솔루션 (02)2168-4500가격 320만원  구성 3웨이 4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7cm, 미드·우퍼 17cm, 미드레인지 5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30Hz-28kHz(±3dB)임피던스 6Ω  출력음압레벨 90dB/W/m  권장 앰프 출력 50-300W  크기(WHD) 22.9×116×40cm  무게 25.6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