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Sikora

Robert Sikora | Owner, Managing Director

2026-02-05     김문부 기자

처음 뵙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로버트 시코라(Robert Sikora)이고, 현재 J. Sikora의 소유주이자 CEO입니다. 한국을 방문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J. Sikora는 제 아버지인 야누즈 시코라가 설립한 브랜드이며, 저는 최근 아버지의 은퇴와 함께 회사를 공식적으로 이어받았습니다. 아버지는 원래 금속 가공과 정밀 기계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오신 분입니다. 2007년 이전부터 가족 회사 형태로 금속 부품을 제조했고, 알루미늄, 황동, 청동, 스테인리스 스틸, 주철 등 다양한 금속을 직접 가공할 수 있는 설비와 기술을 이미 갖추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그 시기부터 아버지와 함께 일하며, 자연스럽게 회사에 참여했는데, 이렇게 J. Sikora를 직접 운영하게 되어 책임감이 큽니다.

J. Sikora라는 브랜드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언제 출발했고, 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 히스토리를 알고 싶습니다.

아버지는 1980-90년대에 DIY 오디오 분야에서 활동하며 진공관 앰프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에는 폴란드에서 부르트약 & 시코라(Burdjak & Sikora)라는 이름으로 튜브 앰프 브랜드를 운영하기도 했고, 1998년에는 폴란드의 바르샤바 오디오 비디오 쇼에서 제품을 전시하며, 처음으로 오디오 업계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대략 3-4년간 이어졌고, 이후 짧게 종료되었지만, 이 경험은 아버지에게 ‘소리’와 ‘재료’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심어줬습니다. 이후 본업인 금속 가공 사업에 집중하면서도, 오디오는 늘 개인적인 취미이자 연구 대상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어느 날 처음으로 하이엔드 턴테이블을 구입했는데, 기대와 달리 사운드에 큰 실망을 하게 됩니다. 당연히 디지털 CD보다 나을 것이라 기대했던 아날로그 LP 사운드가 전혀 예상 밖으로 소리가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그 비싼 턴테이블을 완전히 분해했고, 한참 연구 끝에 구조와 소재, 공진 제어 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마침내 ‘차라리 내가 직접 턴테이블을 만들어보자’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이미 금속 가공에 필요한 모든 기술과 설비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이는 단순한 실험 수준이 아니라, 본격적인 설계·생산 체계로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2007년 탄생한 첫 아날로그 회사가 J. Sikora였고, 오랜 연구와 조합 끝에 J. Sikora의 첫 턴테이블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J. Sikora의 제품 철학이 궁금합니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제품을 개발합니까.

J. Sikora의 철학은 매우 명확합니다. 모든 금속과 합금은 서로 다른 고유의 공진 특성과 에너지 전달 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조합하고 제어함으로써 원하는 사운드를 설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처음부터 나무나 합판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목재는 시간이 지나며 성질이 변하고, 환경에 따라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금속은 장기적인 안정성과 예측 가능한 특성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단일 금속만을 사용하는 것도 정답은 아닙니다. 알루미늄, 황동, 청동, 스테인리스 스틸, 주철은 각각 공진을 반사하거나 흡수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J. Sikora의 설계는 이 서로 다른 금속을 층 구조로 배치해 공진을 분산·제어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물론 이런 구성의 금속 조합은 굉장히 힘들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J. Sikora처럼 금속 공장을 직접 운영하고, 여기에 대한 노하우와 설계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현재 J. Sikora는 라인업 구성이 어떻게 되어 있습니까. 그리고 그레이드를 구분하는 가장 특징적인 차별점이라면 무엇입니까.

현재 4개의 턴테이블 라인업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가장 상위 제품군인 레퍼런스, 스탠더드, 이니셜, 그리고 이번에 출시한 엔트리 어스파이어까지 앞서 말한 철학들이 녹아든 J. Sikora만의 턴테이블을 줄곧 내놓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또 좀더 세분화되어 맥스나 맥스 슈프림, 그리고 화이트까지 좀더 특별 버전도 소개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쉽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포인트를 만들어 두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스탠더드 맥스 슈프림은 원래 15주년 기념작으로 한정 생산 콘셉트로 출시했지만, 워낙 좋은 평가를 받아서 지금은 정규 제품으로 편입되었습니다. 그레이드를 구분하는 것은 일단 보는 것만으로도 플래터 및 서브플래터나 플린스의 체급 차이가 크기 때문에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위 제품으로 갈수록 모터 개수가 차이 나고, 매트 및 톤암 옵션도 달라지며, 당연히 들어가는 레이어 및 금속 소재의 종류·조합 역시 완전히 차이 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분명 알아주셨으면 좋을 것이 상위 제품이든, 엔트리 제품이든, 제어 시스템과 모터, 그리고 베어링을 모두 공유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모터 및 제어 시스템은 섀시 구조가 다르지만, 모두 두꺼운 금속 하우징 안에 완전히 격리되어 있으며, 진동과 공진이 플린스로 전달되지 않도록 철저히 차단됩니다. 엔트리인 어스파이어 턴테이블도 금속을 따로 깎아 넣어서 모터와 제어 시스템을 격리시켜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베어링 쪽도 주목할 만합니다. 플래터 전체 하중이 단 하나의 지점으로 모이는데, 그 지점에서 지르코늄 디옥사이드 세라믹 볼이 시멘티드 카바이드(Cemented Carbide) 접촉면과 맞닿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세라믹 볼은 강철보다 훨씬 높은 경도를 가지면서도, 금속과 달리 탄성 회복력이 뛰어나고 미세한 표면 변형이 거의 없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회전 시 발생하는 미세 진동이나 불규칙한 마찰을 스스로 증폭시키지 않는 재질이라는 겁니다. 이 볼이 시멘티드 카바이드 접촉면 위에서 굴러가듯 지지되기 때문에, 마찰 조건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참고로 풋 부분에도 이 세라믹 볼이 사용되어, 완벽하게 진동을 방어해줍니다. 그리고 이 세라믹 볼을 받아내는 쪽이 앞서 말한 시멘티드 카바이드입니다. 이 부분은 일반적인 금속이라면 장시간 사용 시 미세한 마모나 눌림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는 자리인데, 시멘티드 카바이드는 그런 걱정이 사실상 없습니다. 산업용 절삭 공구에 쓰일 정도의 내마모성을 가진 소재이기 때문에,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플래터 하중이 한 점에 집중되더라도, 형상 변화 자체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구조 역시 모든 J. Sikora 제품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입니다. 그래서 어스파이어 턴테이블이 진짜 가성비가 좋다고 이야기하는 부분도 여기에 있습니다.

보통 맥스 버전을 하나씩 추가하여 내놓았는데, 맥스는 어떤 특별한 사양이 들어갑니까.

맥스는 쉽게 기존 제품의 업그레이드 버전입니다. 현재 이니셜과 스탠더드 모델에 맥스 버전을 출시하고 있고, 추후에는 아마 레퍼런스의 맥스 버전을 만나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맥스 버전의 특별한 점이라면 역시 플린스 구조나 모터 및 톤암 개수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시스템이라면, 기존 일반 버전의 유저들도 추가금만 지불하면 이 맥스 버전으로 따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J. Sikora의 공식 수입원인 GLV와 연락하면 이 업그레이드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데, 실제 해외에서는 기본 이니셜에서 이니셜 맥스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J. Sikora는 톤암 제작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케블라 소재의 톤암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엄청난 성능의 케블라 톤암을 만들어냈다고 명성이 자자합니다. 케블라를 택한 이유와 어떤 장점이 있는지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이것도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듯합니다. 아버지는 늘 차별화되고 독창적인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결국 아무도 시도조차 하지 않은 소재로 톤암을 만들어 보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케블라를 파격적으로 꺼내들었고,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는 이야기들이 앞섰지만, 또 한 번 증명해냈습니다. 정말 음향적인 관점에서 완벽한 톤암을 완성해낸 것입니다. 실제 케블라는 방탄조끼뿐만 아니라 스피커 진동판에서도 널리 활용되는데, 가볍고, 단단하며, 충격 흡수력도 매우 뛰어납니다. 톤암에 진짜 알맞은 특성이었죠. 하지만 제조 과정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어떤 브랜드 시도하지 못한 이유가 확실히 있었던 것이죠. 일단 직물로 원뿔형 튜브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난이도였습니다. 결국 수많은 노력과 시행착오 끝에, KV9이나 KV12를 완성해낼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J. Sikora를 기억하게 하는 최고의 톤암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제품들을 개발하고 있는지, 간단히 귀띔해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아직 확정된 일정은 없습니다만, 레퍼런스 맥스를 대략 1년에서 2년 정도 사이에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출시 시점보다는 제품이 충분히 안정적이고 완성도 높은 상태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지금은 저희의 새로운 엔트리 주력 턴테이블, 어스파이어에 좀더 주목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J. Sikora의 핵심 철학과 아이덴티티가 모두 녹아 있는 제품으로, 정말 가성비 있게 출시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공식 수입원인 GLV를 통해 J. Sikora의 여러 제품들을 기분 좋게 접하실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