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 Acoustics Model-M
땀과 정성으로 빚어 놓은 예술 같은 스피커
우리나라의 숨은 엔지니어 한 사람이 돌연 이런 독특한 제품을 선보였다. 디자인만을 봤을 때는 마치 이탈리아의 공예 제품이 아닌가 할 정도로 우아하고 독특하며 만듦새가 굉장하다. 국내에서 만들어진 스피커가 아니라 세계 1급의 목공예 제품으로 꼽을 수 있겠다.
마크 어쿠스틱스의 제작자는 어려서부터 오디오에 빠져 언젠가 직접 스피커를 만들어 보려는 꿈을 지닌 채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오랜 연주자 생활을 해 오다가 드디어 제작사를 설립, 공연 현장에서 익히 들어 온 소리의 균형과 감정을 이 디자인 안에 담았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사진이 아니라 실물을 한 번 보기만 해도 땀과 정성으로 빚어 놓은 예술 조각품이라는 데 공감할 것이다. 이것은 마치 흙으로 구워 놓은 비기의 도자기 같다.
새로 등장한 스피커라고 해도 한 번 직접 쓰다듬어 보고 싶은 느낌은 쉽지 않은데, 이 스피커를 머리부터 몸통까지 직접 어루만져 봤다. 자작나무 합판을 이리도 곱게 다듬을 수 있다는 데 새삼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다소 거친 질감인 자작나무 합판이 마치 유리처럼 매끄럽고 유연하게 가공되어 있는데, 2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목공은 스피커의 개념을 몰라 제작이 어렵다던 한 분의 실토가 기억된다. 그러나 이제 이런 수준의 가공 능력이면 못 만드는 제품이 없겠다.
세계의 모든 스피커들은 대부분 MDF를 절단, 조립하고 거기에 시트지를 붙이고 페인트칠을 하거나 무늬목을 붙인다. 물론 고가의 제품들의 제조에는 다른 방식도 적용되지만, 이 시청기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수작업으로 오랜 시간을 들여 정밀 목공예 작품처럼 특이한 스타일로 완성한 제품은 희귀할 것이다. 이런 스타일은 기계로 대량 생산은 불가능한 수준. 당연히 수작업이 아니면 제작이 어렵다. 당연히 가공에도 시간이 꽤 걸려 대량 생산은 불가능. 수작업이라고 해도 유선형의 이런 디자인은 오랜 전문가로서도 굉장히 고난도 작업이 필요하다.
라인업 되어 있는 제품은 생각보다 다양한데, 시청기 모델-M 아래로 시청기보다 크기가 작은 M1, M2, M3과 불꽃 형상의 캔들 등 다양한 기종이 출시를 준비 중. 만듦새는 모두 동일하지만 스타일은 각기 다르다.
동사 제품의 디자인은 현재 국내에 7건, 미국과 유럽 연합에서도 각각 특허 등록이 되어 있다. 물론 이 오브제 스타일의 디자인은 외양의 아름다움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중·고역대를 완전 분리시키는 이 방식은 과장 없는 원음 밸런스, 장시간 들어도 피로하지 않는 자연스러움, 섬세한 입체감, 공간과 어울리는 음장감 등을 위한 치밀한 설계의 소산이다. 그리고 이런 중·저역 분리 설계의 효과는 충실한 원음에 유리하며 잔향 밀도가 깨끗해져서 낮은 볼륨에서도 해상도가 뛰어나고, 질감이 목질인데도 소리 흐름이 명료하기 짝이 없으며, 입체감 역시 분명하기 짝이 없다. 내부 정재파 역시 완벽하게 줄어드는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그 사운드는 단시간 들어 봤어도 감탄이 일 정도의 수준이다.
스펙은 일반적인 임피던스 8Ω, 감도 88dB 수준. 한참을 들어보니 소출력보다는 200W 출력의 반도체 앰프에서 그야말로 깊은 산속 한여름의 산간수 같은 청량미가 유감없이 두드러진다. 혼탁이 일체 사라지고 거대한 산간수의 밀물이다. 저·중·고음이 새벽 햇살처럼 잘 합치되어 길고 깊게, 계곡을 밝히는 듯한 감촉이다. 물론 너무 대출력보다도 100W가 파워 핸들링이기 때문에 그 언저리 근처가 무난할 듯.
이런 독특한 형태 스피커는 투입된 유닛의 영향도 중요한데, 트위터는 미국 데이턴(Dayton)의 AMT 제품, 미드레인지는 스캔스픽(Scan-Speak)의 4인치 기종, 우퍼는 유명 제품에 자주 등장하는 비자톤(Visaton) 8인치인데, 하단을 향해 배치되어 있어서 전면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공예품적인 완성도를 위해 내부에서 유닛을 결합하는 방식을 써서 나사 같은 것도 외부에서는 일체 보이지 않는다.
네트워크에 최소한의 소자를 사용한 것도 특징. 제작자마다 소신이 다른 분야이지만, 시청기의 경우 고차 회로를 쓸수록 마치 음의 화장기가 진해진다고 판단, 대부분은 1차, 필요 시 2차를 소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하려면 유닛 자체의 성능이 좋아야 되기 때문에, 그 실험도 무수히 거쳤다고 한다.
시청기 모델-M은 이 신진 제작사 마크 어쿠스틱스의 플래그십 모델이며, 감성과 기술의 경계를 허물어 음악이 흐르지 않아도 존재 자체로 음악이 연상되는 존재감 있는 오브제라고 할 수 있으며, 시청기의 장도를 축하한다.
클래스D 200W 출력의 스트리밍 앰프와의 매칭만으로도 이 제품의 성능에 감탄했는데, 조금 더 순수한 클래스AB의 앰프와의 매칭도 기다려진다.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시종일관 음악이 공항 활주로에서 날아오르는 듯한 진기한 감흥을 금치 못하겠다. 완벽한 자신감으로 1년 무상 보증과 평생 수리 보장도 내걸고 있다. 세계 명기와의 일전이 진심으로 기대된다.
가격 650만원(부가세 별도)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20.3cm 비자톤, 미드레인지 10.1cm 스캔스픽, 트위터 데이턴 AMT
재생주파수대역 25Hz-40kHz
출력음압레벨 88dB
임피던스 8Ω
파워핸들링 100W
크기(WHD) 30×125×55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