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naudio Contour 20 Black Edition

컨투어 20i와 컨피던스 20, 그 틈을 파고들다

2025-11-06     김문부

탄생 40년을 자축하는 것일까. 덴마크의 다인오디오(Dynaudio), 그 어느 때보다 한층 더 의욕적으로 특별한 신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미 여러 오디오쇼에서 쇼케이스를 가지기도 했는데, 그냥 봐도 잘 팔릴 것 같은 제품부터, 나름 파격을 선사하면서 도전적인 모델까지, 다인오디오로서도 역대급 빡빡한 생산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얼마 전 출시되어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컨투어 레거시를 시작으로, 앰프부가 본격 탑재된 컨피던스 20A, 올 블랙의 특별한 마감이 추가된 컨투어 20 블랙 에디션, 도쿄의 케이지 아시자와 디자인, 일본의 가리모쿠가 함께 한 독특한 콘셉트의 콜라보 제품까지, 좀 뭔가 특별한 콘셉트의 제품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특히 국내에 들어올지는 모르겠지만, 심포니 오푸스 원이라는 엄청난 사운드바도 공개되며 큰 충격을 선사했다. 앞서 언급한 모델들이 이제 하나둘 국내 수입되었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우선 컨투어(Contour) 20 블랙 에디션(Black Edition)부터 첫 스타트를 끊었다.

다인오디오에서는 사실 컨투어에 대한 애정이 각별할 수밖에 없다. 대략 1980년대 말부터 컨투어 시리즈를 선보이며, 다인오디오가 유닛 제조사에서 스피커 제조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도약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컨투어 시리즈를 운영해오며, 과거 컨투어에 대한 존경도 끊임없이 표출하고 있다. 그 결과물로 탄생한 제품들이 최근의 헤리티지 스페셜과 컨투어 레거시. 가장 특별한 에디션으로 빠르게 완판된 모델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번 컨투어 20 블랙 에디션의 콘셉트는, 기존 컨투어 20i의 고급화라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디자인은 사실 이름 그대로 이전 컨투어 20i, 후면 덕트를 제외하고 그 모습 그대로이다. 대신 역대급 마감 퀄러티의 블랙 마감이 정말 고급스럽게 입혀져 있다. 한두 번의 작업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깊이감과 매끈한 표면 처리가 진정한 블랙 에디션의 포스를 보여준다. 한 번 만져볼까 하다가도, 생채기나 지문조차 남기기 싫어, 흰 장갑도 꺼내게 되는 그런 고급미가 확실히 있다. 슬림하지만 깊이 있는 외관에, 유선형을 강조한 레이아웃과 전면 금속 패널 디자인까지, 딱 황금 밸런스의 컨투어 20 디자인이 녹아들어 있다. 유닛은 물론 전면부터 후면까지, 블랙으로 뒤덮은 모양새에, 다인오디오 마크만이 빛나는 구조. 확실히 사진보다 실물이 더 매력 있다. 당연히 덴마크 스칸데르보르그 본사 공장에서 한땀한땀 제조된 제품이기도 하다.

가격만 보고, 그냥 단순 색깔 놀이로 이 정도 가격이 상승했다고 생각한다면, 다인오디오나 소비자 모두 서운해 할 것이다. 컨투어 20과 같은 디자인에, 같은 이름을 내걸고 있지만, 사실 컨투어 쪽 스펙과는 거리가 멀다. 컨투어 레거시가 그랬던 것처럼, 컨투어 그 이상의 스펙을 담아내고자 하는 특별판의 성격이 강하다. 더 정확히는 지금의 컨투어 20i와 컨피던스 20, 그 중간 포지션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최근 다인오디오가 새로운 모델들을 출시하면서, 여기서 얻은 기술들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는 모습인데, 최근 출시된 일련의 특별 제품들이 그 혜택들을 직접적으로 받아낸 것이다. 덕분에 헤리티지 스페셜이나, 컨투어 레거시, 이번 컨투어 20 블랙 에디션까지, 유닛 사양만 봐도 체급 대비 훨씬 더 하이엔드 스펙을 담아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중심 되는 유닛은 단연 에소타 3. 앞서 말한 3기종 모두 최상급의 에소타 3으로 고역을 꾸려낸 것이다. 일단 여기서부터 에소타 2i의 컨투어 20i와는 확실히 차이나는 부분. 사실 다인오디오를 엔트리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결국은 이 에소타를 맛보기 위해, 끝까지 올라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고급스럽고 윤기 가득한 고역의 마법을 일단 단 한 번이라도 경험하면 지갑을 열 수밖에 없다. 당연히 다인오디오 새로운 세대의 특징인 헥시스 돔도 장착되었는데, 트위터 돔 속에 딤플 모양의 작은 기구 하나의 추가이지만, 훨씬 더 명료하고 깔끔한 고음이 터져 나오는 멋진 스노우볼을 이끌어준다. 또한 초강력 네오디뮴 자석과 가벼운 알루미늄 보이스코일을 탑재, 이전보다 민감해져 낮은 입력 전압에서도 쉽게 반응하는 특성을 가진다고 한다. 덕분에 발열이 줄어들고, 더 높은 볼륨에서도 안정적으로 맑고 투명한 고역을 기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후면 덕트 구조도 완전 대형의 듀얼 플레어 포트로 교체되어, 실제 눈으로 보이는 결정적 차이가 되기도 한다. 18cm 사양의 우퍼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MSP의 모습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마그넷 시스템 자체가 바뀌었다. 기존 페라이트에서 네오디뮴으로 보강한 것인데, 작은 크기에도 당연히 더 강력한 구동력과 더 높은 선형성을 얻어낼 수 있다. 보이스코일 역시 확장된 모습으로,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내부 공간 자체가 대변혁이 이뤄졌다는 제작사의 이야기. 당연히 크로스오버 쪽도 대대적인 고급 사양으로, 문도르프 커패시터 및 저항, 대형 에어 코일, 그리고 최고급 내부 케이블까지 투입된 모습이다. 이를 통한 주파수 응답은 50Hz-23kHz 사양, 크로스오버는 3600Hz으로 세팅된 모습이다. 그 외 임피던스는 4Ω, 감도는 86dB이니, 당연히 앰프에 대한 투자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

실제 사운드는 역시 에소타 3. 고음의 그 고급스러움이 음악의 분위기 자체를 바꾸게 만든다. 클래스D의 차가움이나 건조함도, 에소타 3 앞에서는 긴장이 툭 풀리는 듯, 한층 더 자연스러운 고음의 마법을 들을 수 있다. 아마 해상도와 세밀함을 최대 덕목으로 여기는 분들도, 꽤 만족할 만한 그런 사운드인데, 고음에도 깊이감과 입체감이 있다는 것을 멋지게 알려준다. 디테일은 그야말로 예술. 저음 쪽도 북셀프 그 이상의 다이내믹을 만들어내는데, 확실히 컨투어 20i와는 급수 차이가 나는 좀더 하이엔드 무대를 그려내고 있다. 주피터 룸을 거친 탓인지, 음의 정확도 역시 훨씬 더 분명해진 듯하며, 컬러링이나 왜곡 자체가 훨씬 줄어든 담백함의 진수를 들려준다. 블랙의 그 깊이감처럼, 한참 내려가고 올라가는 음의 스펙트럼은 현대 다인오디오의 사운드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알려줄 정도. 이전 감동으로 들었던 헤리티지 스페셜의 그 뉘앙스도 어느 정도 들려주는 듯한데, 컨투어 20의 외관에서 이런 사운드가 터져 나오는 것도 이채롭다. 혹자들은 분명 외관만 보고, 컨투어 20이 왜 이렇게 비싸졌나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일단 들어보면 그 급수 차이를 누구나 체감할 수 있다. 이번 EISA 2025-26에서도 프리미엄 스탠드마운트 스피커로 선정되었는데, 좋은 소리는 확실히 그 결과가 따르게 되어 있다. 


가격 1,400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Dual Flared Port)
사용유닛 우퍼 18cm MSP 콘, 트위터 2.8cm 에소타 3(Hexis)
재생주파수대역 50Hz-23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3600Hz 
출력음압레벨 86dB/2.83V/m   
임피던스 4Ω   
파워핸들링 180W 
크기(WHD) 21.5×44×40cm   
무게 14.6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