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ben CS600X
진공관의 참맛을 실감할 수 있는 우아한 인티앰프
이 제품을 보면 진공관 앰프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냥 반도체 앰프와 흡사해 노출된 진공관의 모습과 그 불빛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다소 이질감이 들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약점과 또 그것을 장점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뒤섞여진 가운데 레벤은 이제 일본제 진공관 앰프의 표본 같은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데, 해외 전문지에서도 평판이 뛰어나 여러 차례 상을 받았고 유명 전문지의 A급 랭크 단골 제품이기도 하다.
레벤이 일찌감치 일본 진공관 앰프의 대표 주자로 자리 잡은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그 만듦새 때문일 것이다. 이 제작사는 하나의 제품을 한 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수작업 형태로 제작하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제품 번호를 조회하면 누가 만들었는지 조회가 가능하며 그 제작자가 제품을 끝까지 책임져 준다고 하는데, 이런 완벽한 생산 과정 때문에 생산이 주문을 따라가지 못하는 시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창립자 타쿠 효도 씨는 15세 때부터 진공관 앰프를 만들어 왔고, 과거 럭스만에서 제품을 개발해 온 엔지니어인데, 30세였던 1979년에 럭스만을 떠나 코우리 전기를 설립, KFH 브랜드로 앰프를 생산하다가 1995년에 이르러 레벤의 첫 모델인 RS-35a 파워 앰프를 선보였다. 그 제품이 화제작으로 평가받으면서 그 이후 후속작들을 만들었는데, 시청기는 출시 이후 기록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일본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유명세를 탔다.
효도 씨가 설계하고 최종 감수하는 레벤 최고의 스테디셀러인 본 시청기 CS600X는 원작인 CS600에서부터 해외 전문지의 평가에서 장기적으로 A등급에 링크되어 있는 대표작이며 이름을 드높인 출세작이기도 하다. 원작인 CS600이 출시된 지 이제 20년이 넘었고, 이제 몇 가지 개량을 거쳐 CS600X로 버전 업이 되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 버전 업 제품이 나왔다는 것도 진 기록에 속한다. 불과 몇 년만 지나면 MK2로 개량하는 것이 일반적 오디오 생태계의 관행인데, 10여 년을 그대로 뒀으면서도 미국 대표 전문지에서 10년 이상 별 5개를 누렸다. 그만큼 첫 제품부터 완벽에 가깝게 제품을 만들었다는 증좌일 것이다.
CS600X 제품의 가장 큰 변화는 사용 진공관의 변경. 출력관이 6L6GC 4개에서 6CA7 계열인 EL34 4개로, 초단과 드라이브관도 6CS7 4개에서 12AU7A 2개와 12BH7A 2개로 바뀌었으며, 정류관은 6CJ3 1개에서 6CM3/6DN3 1개로 달라졌다. 대폭 변화이다. 이쯤 되면 거의 신제품 수준인 셈이다. 처음 제품에 출력관으로 사용되었던 6L6GC는 중·고역이 똘망똘망하고 저역이 강하며 영국에서는 EL37이라는 명칭으로 판매되었는데, EL34와 소리 차이는 사실 크지 않다. 그런데도 출력관을 교체 설계한 것은 사용상 좀더 범용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
모든 제품에 EL34가 장착되어 있지만 내부 스위치 변경으로 사용할 수 있는 출력관이 무척 많아졌다. 내부의 캐소드 저항, 플레이트 전압 스위치 변경을 통해 KT88, 6550A을 비롯해 KT77, 6L6GA/GB/WGB, 350B, KT66으로 교체 가능하다. 5극관 대부분을 사용할 수 있는데 특이하게도 6L6 메탈관은 사용하면 안 된다. 또 하나 편리한 점은 자동 바이어스를 채택, 출력관의 바이어스 전압을 직접 조정하지 않아도 된다.
레벤의 디자인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사이드 우드 패널이 달라진 것도 눈에 띈다. 기존 사이드 우드 패널은 물푸레나무라고 일컫는 화이트 애쉬에 붉은 염료를 바른 것인데, 시청기는 호두나무로 교체되었다. 가격도 두 배 이상 비싸고 강도가 뛰어나며 은은한 매력적인 색상을 지니고 있어 별도의 염료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사용하는 고급 수종이기 때문에 보는 맛이 달라져서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더 잘 살아났다.
내부는 PCB 기판을 사용하지 않고 하드와이어링 방식으로 제작되었으며, 출력은 채널당 28W로 비교적 낮다. 그러면서도 강력한 출력 트랜스의 성능을 바탕으로 10Hz에서 100kHz의 주파수 응답을 담아냈는데, 이는 진공관 앰프로는 이례적인 광대역 특성이다. 전원부는 진공관 정류 방식으로 되어 있으며, 내부에 초크 트랜스를 통한 파이형 필터 회로와 충분한 커패시터를 적용해 안정적으로 전원을 공급한다.
실제 사운드는 5극관 인티앰프의 극한을 추구한 수준이며 볼륨을 낮추거나 높여도 음의 퀄러티가 일정하다. 중음의 진득하면서도 몸에 달빛이 엉기는 듯한 매끈한 감촉과 그 밑바닥에 깔린 약간 까칠한 질감이야말로 리얼 사운드의 진면모. 풍부하게 공간을 메우는 저음의 우아함도 주목할 만하다. CS600X는 진공관의 참맛을 실감할 수 있으며 아마 몇 십 년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제품일 것이다.
가격 1,350만원
사용 진공관 EL34/6CA7×4, 12AU7A×2, 12BH7A×2, 6CM3/6DN3×1
실효 출력 28W(EL34/6CA7), 32W(6L6WGC/5881)
아날로그 입력 RCA×6
프리 입력 지원
레코딩 아웃 지원
주파수 응답 10Hz-100kHz(-0.1dB)
입력 감도 900mV
출력 임피던스 4, 6, 8, 16Ω
헤드폰 출력 지원
크기(WHD) 45×14.2×36cm
무게 23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