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do GS3000x

스테이트먼트 시리즈의 정점, 매력의 소리에 빠지다

2025-11-05     김문부

그라도(Grado)와 우드, 그냥 생각만으로 소리가 떠오를 만큼,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조합이다. 물론 시중에는 우드 하우징을 내세우는 브랜드가 많지만, 그라도만큼 특별한 사운드를 가지고 자신만의 매력을 뽐내는 곳은 흔치 않다. 특히 단순히 미적인 의미의 우드가 아니라, 최종적인 사운드 튜닝을 위한 우드라는 것도 믿음을 가지게 한다. 마호가니, 메이플, 코코볼로, 헴프, 노르웨이 소나무, 그리고 브라질 월넛까지 사운드 퀄러티를 높여줄 새로운 우드를 끊임없이 발굴하는 것도 이들의 아이덴티티. 특히 모든 생산 공정은 철저히 수공을 고수하여, 조금은 느리지만 장인 정신의 낭만을 보여주는 몇 안 되는 제조사이기도 하다. 의외로 우드 가공도 수준급으로, 그 깊은 색감과 질감 처리를 본다면, 단연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최근 시그니처 시리즈를 새롭게 선보이며, 확실한 상위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는데, 플래그십 퀄러티라면, 스테이트먼트 시리즈의 GS3000x도 빼놓을 수 없다. GS3000e도 참 좋았던 기억인데, 새로운 x 버전의 GS3000 역시 그 연장선에서 최고의 매력을 선사한다.

GS3000x는 그라도답게 이전 작과 사실 외관상으로는 큰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 하우징에 적힌 e 마크가 대문자 X 마크로 변화된 것이 직관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특유의 얇은 헤드 밴드 스타일과 대형 이어 패드, 투박한 좌·우 LR 마크, 그리고 프로용 장비 같은 두툼한 케이블까지 변함없는 그라도 레이아웃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드 감성은 언제 봐도 최상급. 디자인적으로 전해지는 코코볼로 우드의 물결치는 듯한 깊고 자연스러운 나무 패턴은 여전히 아름답고, 고급스럽다. 매끈한 우드에 생채기라도 날까 조금 조심스러워질 정도로, 대형 우드 하우징의 포스를 보여준다.

전작과 변함없는 코코볼로가 중심되어 있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제법 큰 변화가 숨어 있다. 그라도가 최근 우드 조합의 가능성을 여럿 보여주었는데, 이번에는 금속 쳄버를 과감히 도입했다. 즉, 코코볼로 우드와 금속 쳄버가 결합된 것인데, 서로의 음향적 특성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모습이다. 얼핏 구조만으로, 평소 그라도답지 않은 이질적인 사운드 튜닝이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 사운드는 올라운드 스타일의 순한 맛의 그라도. x 버전 특유의 밸런스 감각이 잘 녹아들어, 전통적인 우드 공명에 메탈 쳄버의 정밀함과 제어력이 공존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기분 좋은 부드러움이 일품인데, 확실히 이전 GS3000e보다 사운드적으로는 한 단계 더 발전한 모습이다.

하우징뿐만 아니라 유닛 자체도 변화했다. 사실 단순 x 버전 유닛을 채용한 줄 알았는데, 사이즈 자체가 커진 모습이다. 이전이 50mm였으니까, 대략 2mm 정도 더 커진 52mm를 담아냈다. 여기에 자기 회로, 보이스 코일, 진동판까지 완전히 새롭게 설계되었다고 하니, 사실상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케이블 쪽도 변경되었다. 시그니처 시리즈 같은 분리형 사양은 아니지만, 패브릭 소재를 채택하여 좀더 디자인적으로 좋아진 모습이다. 도체 구성도 8개에서 12개로 숫자 자체가 커졌는데, 당연히 소리의 디테일 자체가 좋아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헤드 밴드는 큰 차이는 없지만, 스티치 부분이 약간 변화된 모습이며, 기본 장착되는 이어 패드는 역시 대형의 G 쿠션. 스펙은 주파수 응답 4Hz-51kHz로 책정되어 광대역의 스펙을 보여주며, 99.8dB의 음압과 38Ω의 임피던스로 세팅된 모습이다.

실제 사운드는 확실히 GS3000의 맛이다. x 버전 튜닝으로 대역 밸런스가 훨씬 더 대중적으로 변하여, 누가 들어도 선호할 만한, 딱 그 소리가 난다. 특히 소리가 굉장히 깔끔해졌는데, 우드 제품 특유의 조금은 텁텁한 사운드에 최대한 벗어나 있다. 한층 깔끔해진 유려한 부드러움이 가장 적합한 표현인데, 넓은 무대감에서 터져 나오는 그 음악의 파도가 정말 매력적이다. 역시 클래식과 재즈에서는 극적인 강약 대비와 뛰어난 분리도로 펼쳐지는 레이어가 장관인데, 전작과 비교한다면, 확실히 디테일과 선명도가 훨씬 더 상승한 느낌. 보컬 쪽의 색채감도 일품인데, 때로는 달콤하게, 때로는 맛깔나게 전해지는 그 묘한 매력이, 목소리 자체에 힘을 불어넣는다. 확실히 오픈형 제품을 쓸 때마다, 다시는 밀폐형으로 돌아가지 말 것이라 다짐할 정도로, 그 탁 트인 개방감에 듬뿍 홀리게 되는데, 52mm 유닛에서 터져 나오는 그 거대함은 확실히 장관이다. 특히 금속 쳄버 도입으로, 끝 음 표현 자체가 굉장히 디테일하고, 속도감이 동반되어, GS3000x만의 색깔을 만들어 내는데, 이 부분이 상당히 중독성 있으면서도, 고급기의 위용을 보여준다. 그라도는 매번 익숙하지만, 하나하나의 킥 포인트로, 청자를 홀리는데, 알면서도 당하는 기분이 바로 이런 것이다. 스테이트먼트 시리즈의 정점, 그 속에는 여전히 강력한 그라도만의 순수 매력이 숨어 있었다. 


트랜스듀서 타입 다이내믹   
구성 오픈형   
유닛 크기 52mm   
하우징 코코볼로 우드, 하이브리드 메탈 쳄버
주파수 응답 4Hz-51kHz   
감도 99.8dB   
임피던스 38Ω   
이어 패드 G 쿠션